열정페이 사건후 이상봉 디자인실 급여.txt

2014년 10월 말, 주요 커뮤니티에 '이상봉 디자이너실 급여'란 제목으로 아래의 글이 올라 온다. 그대로 복사한 것이라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있으니 양해바란다.

제보에 의한 '이상봉 디자인실의 급여'는

  1. 견습: 10만원(야근수당 포함)
  2. 인턴: 30만원(야근수당 포함)
  3. 정직원(사원): 100~130만원(야근수당 포함)
  • 근무시간: 오전9시~저녁8시까지로 되어 있으나 급여에 야근수당이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추가지급 금액은 일체 없으며 식대6천원이 지원돼는데 회사각 강남이라 식비에 맞춰서 식사하기가 어렵다고함.
  • 쑈를 앞둔 성수기에는 토요일에도 출근하고 밤10시까지 의무야근이지만 추가급여는 없다고 함.
  • 근로계약서 항목중에 각자의 월급액수를 상대에게 발설치 아니한다라는 항목이 존재한다고함.

'이상봉 디자인실'의 정식 이름은 (주)이상봉으로 궁내 체고의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기업이다. 이상봉 선생님은 열정 무지 좋아하시며 환갑이 넘으셨지만 본인 나이는 37살에서 멈췄다고 한다.

위 글의 최초 유포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패션노조 관계자에 의하면 일부분 사실이라니 아마도 전, 현직 직원의 지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글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는데 '월급액수를 발설치 아니한다' 항목은 견습과 인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면 (주)이상봉에서는 견습과 인턴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5210원이니 당연히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겠다. 이상봉 선생님이 이러다 학교에서 콩밥을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관할 구역인 서울강남지청에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말이 좋아 이상봉 선생님께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지, 결국 열정 페이 주면서 착취한 것이다. 물어 볼 것도 없이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난리가 났고 이상봉 센세는 가루가 되게 까였다.

(주)이상봉의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사 견습생은 학생들로 구성되며 이들을 직원으로 보지 않는다.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을 하고 있어 월급을 지불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경우라고 일침했다. 정리하자면 직원이 아니어서 월급을 지불할 수 없지만 야근은 시킨다.

이어 인턴 월급이 30만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물론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개드립을 날렸다. 300만원 줬는데 30만원 받은 걸로 기억하냐?

이 관계자는 게시글에서 주장하는 직원들의 임금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끝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열정페이 준 거 맞네

하지만 이 사건이 있은 후 (주)이상봉의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대폭 달라졌다.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제는 모든 직원이 근로계약서를 쓰고(...), 폭로가 있기 전 야근은 당연했지만 지금은 오후 7시에 칼퇴근한다고 한다. 또한 인턴들에게 최저임금을 지켜주는 등 급여도 현실화(...)됐다고 한다. 와 이제 우리도 편돌이만큼 받는다!

그러나 견습은 여전히 10만원을 받는다고 하니 이상봉 센세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견습이 무보수인 곳이 더 많다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상봉은 말년에 개망신을 당했는데 그 양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는 게 근로계약서도 없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며 야근하는 것이 패션 업계의 오랜 관행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악습을 이용한 이상봉도 분명 책임이 크지만 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이상봉 한 사람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것도 옳지 않다. 그래도 이상봉은 업계 최초로(...) 근로기준법을 지켰다.

사실, 패션 뿐 아니라 영화, 미술, 음악 등 도제 시스템이 있는 업계는 전부 마찬가지다. 속박을 거부하고 자유를 갈구하는 예술가들이 정작 본인들은 기본적인 노동법 조차 안 지키는 게 아이러니다. 노동법도 속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