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국집 간장 두 종지' 칼럼 사건 정리

2015년 11월 28일자 조선일보에는 한현우 주말뉴스부장의 '[Why] 간장 두 종지'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한현우 부장은 일행 3명과 같이 회사 근처의 중국집을 찾아 탕수육 하나와 짬뽕, 짜장, 볶음밥을 주문했다고 한다. 사람은 4명인데 탕수육용 간장 종지를 2개만 주길래 2개 더 줄 것을 요청했더니 종업원이 '간장은 2인당 하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현우 부장은 '간장은 2인당 하나. 대가리 두 개당 하나.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라는 환청이 증폭돼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술 먹었으면 조용히 주무세요

그는 '여기가 무슨 배급사회인가'라며 내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다가 '마지막 소원은 짬뽕 한 그릇과 탕수육을 먹는 것이오'라고 애걸하고 간수가 '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으나 간장은 2인당 하나'라고 말하는 건가라고 푸념했다. 일기는 일기장에

한현우 부장(이하 간장부장)은 '내가 짜장면 한 그릇 시키고 두 그릇 달라 한 것도 아니고 군만두 시켰으니 탕수육을 서비스로 달라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현우 부장(출처: 조선일보)

이어 간장 한 박스를 이 집에 배달시키고 다음에 와서 '내가 킵해 놓은 간장 가져와(...). 간장을 대접에 부어 먹을 테니 대접도 네 개'라고 말하고 싶어졌다고 허세를 부렸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면서 손님이 설렁탕을 주문했는데 설렁탕이 나오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하고 먹은 만큼 돈을 냈는데도 주인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간장부장은 '간장 2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에 다시는 그 중국집에 가지 안 갈 것'이라 선언했다. 문제의 칼럼이 부장님개그라고 보기 어려운 게, 중식당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면서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식당 열빈 광화문점(출처: 식사메뉴)

근처에 중식당이 4개인데 3개는 아니라니 열빈 광화문점만 남았으므로 사실상 업소명을 공개한 것이다.

블로그에 올렸어도 찌질하다고 까였을 글을 조선일보 칼럼으로 썼다. 어차피 신뢰도는 비슷하니. 병맛 기사를 쳐내는 것이 데스크의 역할인데 간장부장이 조선일보 데스크를 맡고 있다(...).

칼럼을 본 사람들은 간장을 2인당 하나 씩 준 식당과 그걸 가지고 신문 칼럼을 쓴 기자 중 누가 더 병신인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 좋은 떡밥을 안티조선 언론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놓칠 리 없다. 미디어오늘 기자 일행이 열빈 광화문점을 찾아 탕수육을 시켰더니 간장 종지가 1인당 한 개씩 나왔다.

기자가 '두 명에 간장 한 종지 아니냐'고 묻자 종업원은 서툰 한국어로 주문한 그릇이 오늘 왔다고 답했다. 식당 주인은 간장부장 일행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들의 요구로 종업원이 간장 2종지를 추가로 줬다고 한다.

하지만 종업원이 '간장은 2인당 하나'라고 토를 달면서 근엄한 조선일보 부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 주인은 이 때문에 간장부장 일행에게 사과하고 쿠폰 도장도 추가로 찍어 줬다고 한다.

열빈의 탕수육 小(출처: 미디어오늘)

그럼에도 간장부장은 분이 풀리지 않아 칼럼으로 공개 저격한 것이다. 천한 중국집 종업원 따위가 감히 조선일보 부장에게 말대꾸를 했는데 화 안나게 생겼나.

열빈 주인은 조선일보 구독자로 해당 칼럼을 보고 놀라 간장 종지를 추가로 구입하고 직원 교육도 다시 시켰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저희가 잘못한 거니 혼나야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한 걸로 봐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실감한듯.

물론, 간장 종지를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것은 비위생적이므로 1차 책임은 식당에게 있다. 문제는 간장부장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그것도 간장 종지를 줬다는 얘기는 쏙 빼고 기사로 선동한 것이다. 조선동일보

종업원이 토단 것 가지고 칼럼까지 쓴 걸 보면 간장 종지 안 줬으면 경찰에 신고했겠다(...). 나이 50에 부장까지 달고 쪼잔하게 뭔 짓이여.

오죽하면 조선일보 독자들까지 간장부장 그릇이 간장 종지만 하다고 까겠나. 그래도 간장부장의 어그로 덕분에 열빈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열빈이 큰 그림 그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