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강경화 기획부동산 노룩취재' 사과 feat 윤창현

JTBC 손석희 앵커가 전날 단독보도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획부동산 매입 의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JTBC 뉴스룸>은 5월 31일 강경화 후보자가 '땅 위에 컨테이너만 올린 주택을 구입해 땅값이 크게 올랐다'면서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도가 가짜뉴스임이 드러나면서 커뮤니티에서는 '노룩취재'라 조롱당했고 JTBC는 즉시 해당 보도를 유튜브에서 내렸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다시 올렸고 결국 저녁에 내렸다(...).

SBS 노조위원장인 윤창현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SBS가 세월호 보도 참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유아 낫 언론이라며 조롱해대던 JTBC. 자신들의 잘못마저 <앵커 브리핑> 콘텐츠로 만들어 팔던 JTBC가 이번 문제의 보도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유아 낫 언론'이란 JTBC가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가짜뉴스를 집중 보도한 뒤 엔딩곡으로 마이클잭슨의 노래 <You Are Not Alone>을 선정한 것을 말한다.

문제의 주택(출처: 이일병 교수 블로그)

'You Are Not Alone'의 한국식 표기는 '유아 낫 얼론'인데, '언론'을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면 '얼론'이므로 'You Are Not Alone'은 '유아 낫 언론', 즉 '니들은 언론도 아니다'란 조롱의 의미로 사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앵커 브리핑> 얘기는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이 반복적으로 왜곡된 자료화면을 사용한 것에 대해 <앵커 브리핑>을 통해 사과한 것을 말한다.

외교부가 '기획부동산 매입 의혹'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자 JTBC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며(...) 대응책을 마련했으나 결국 항복했다.

손석희 앵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다음날인 6월 1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출처: JTBC 뉴스룸

그는 '거제도 땅은 전 소유주 명의로 주택이 착공된 이후 강 후보자 딸 명의로 구입됐고 완공되자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값이 크게 올랐는데 땅이 쉽게 개발이 가능한 면적으로 쪼개져서 거래됐다는 점, 또 강 후보자 부부가 서울에 이미 3개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해 고위공직자 검증 차원에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점은, 모든 기사는 현장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사실에 미흡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방송사들은 메인 뉴스 전, 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편집회의에서 취재 내용의 보도 여부를 결정(게이트키핑)한다. JTBC에서는 손석희 보도 총괄사장, 이상복 정치2부장(일명 복부장) 등이 참석한다.

그럼 이들은 왜 '원칙에 충실하지 못해 사실에 미흡하고 왜곡된 기사'를 거르지 않았나. 자료화면이 달랑 '다음 로드뷰'인 걸 보면 방구석에서 쓴 기사란 걸 알 텐데? 게다가 기사에 강경화 측의 반론이 없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조차 안 했다는 말인데 뭐가 급해 내보낸 건가.

단독보도 욕심 때문에 무리한 게 아니었냐고? 해당 기사는 <JTBC 뉴스룸> 끝자락에 보도돼 비중이 낮았다.

전설의 '다음 로드뷰' 자료화면 (출처: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기획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쓰는 의미와 달라서 혼동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사과 끝. ^오^

그는 현장 취재를 하지 않은 것과 기획부동산이란 용어 선택에 대해 사과했을 뿐, 엉터리 보도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4과문. 통상적인 의미가 아니라면 어떤 의미로 '기획부동산'이란 용어를 쓴 거지? 기획부동산에 다른 뜻이 있었나?

문제의 핵심은 부실 취재가 아니라 부실 취재를 사실인양 보도했다는 것인데 손석희 앵커는 이에 대해 어떤 해명도 없었다.

손석희 사장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후배 앵커가 구조된 학생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을 때, 2017년 왜곡된 그래프를 자료화면으로 사용했을 때 <JTBC 뉴스룸>을 통해 공개 사과했었다. 당시 그가 어떤 변명도 없이 머리 숙여 사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응은 기자의 곤조인지, 애초 의도적인 보도였는지 모르겠으나 매우 졸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