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말, 20대 신입 여교사 A씨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흑산도에 있는 초등학교에 정규직 교사로 부임했다.
흑산도는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섬으로 교통편이 불편하고 인구수도 2000명 가량 밖에 안 돼 문화시설도 부족해 공무원 기피지역이다.
하지만, 도서 벽지에서 근무하면 승진가산점이 있어 교감, 교장을 목표로 하는 교사들이 신안군을 선호한다.
A교사는 초등학교 근처에 마련된 관사에서 동료 교사 4명과 함께 생활했다.
2016년 5월 21일 저녁 6시께, A교사는 식사를 위해 이 학교 학부형 박 모(49)씨가 운영하는 횟집에 들렀다. 식당이 관사에서 2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A교사는 평소에도 종종 찾았다.
박 씨(이하 식당주인)는 A교사에게 술을 권했고 양식업을 하는 이웃 주민 이 모(34)씨도 불러 합석했다. 이 씨와 식당주인은 평소 삼촌, 조카라 부를 만큼 막역한 사이다.
여교사는 술을 잘 마시지 못 하고 다음날 여행 계획이 있었지만 식당주인의 강권으로 인삼주를 10잔 가량 마셨다.
A교사가 만취해 정신을 잃자 식당주인은 밤 11시경 승용차로 관사까지 바래다 줬다.
관사에는 경비 인력은커녕 CCTV도 없었고 토요일이라 다른 교사들도 모두 외박을 나간 상태였다. 식당주인은 숙소 안까지 들어가 A교사를 눕힌 다음 인상불성된 그녀를 성추행했다.
뒤 이어 이 씨가 자신의 승용차로 관사에 도착했다. 식당주인, 이 씨 모두 음주운전이지만 원래 도서, 산간 지역은 경찰력이 부족하고 다들 아는 사이라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식당주인의 차가 관사를 떠난 것을 확인한 이 씨는 A교사의 숙소로 들어가 그녀를 성폭행했다.
이어 술자리에 없었던 김 모 씨(39)도 식당주인의 연락을 받고 숙소에 나타났다. 식당을 운영 중인 그는 자녀가 이 학교 부설 유치원에 재학 중이다.
김 씨는 숙소에 있던 이 씨를 내보낸 뒤 A교사를 성폭행했고 이 씨는 잠시 후 숙소로 돌아와 두 번째로 성폭행했다.
새벽 2시경, 정신이 든 A교사가 112에 신고해 경찰이 이불과 속옷을 증거로 수거했다. 그녀는 오전까지 몸을 씻지 않은 채 기다렸다가 DNA 채증을 받았다. 다음날, A교사의 남자친구가 패션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식당주인은 성추행 혐의를 시인했지만 '식당 문을 닫아야 해 성폭행에 이르기 전 나왔다'면서 '식당에서 교사에게 담요를 덮어 줬다'고 강조했다.
식당 문을 닫았으면 성폭행했을 거란 말인가. 그런데, A교사 숙소 안의 이불 속에서 식당주인의 체모가 발견됐다.
이 씨는 'A교사가 식당에 놓고 간 휴대전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관사를 찾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A교사에게서 채취한 DNA가 국과수 감정 결과 그의 것으로 확인되자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즉, 휴대전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관사에 간 김에 성폭행했다.
김 씨는 "식당에 불만 켜져 있고 사람이 없어 식당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 씨가 A교사의 숙소로 가는 걸 봤는데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살펴보라'는 말을 듣고 관사로 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DNA가 검출되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태세전환했다. 음주운전은 덤.
즉, A교사의 이불에 체모를 남긴 식당주인은 이 씨가 A교사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이 됐고 정의심에 불탄 김 씨는 A교사를 구하기 위해 숙소를 찾아가 성폭행했다.
경찰은 가해자 세 마리를 주거침입, 성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했는데 모두 처자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씨의 DNA는 2007년 대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범인과 일치했다. 범인은 원룸 초인종을 눌러 피해자(당시 20세)가 문을 열어 주자 밀치고 들어가 성폭행했는데 이후 경찰이 범인의 DNA를 채취했지만 피해자와 안면이 없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A교사 남자친구는 '이 학교 교장, 교감 등이 교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교장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일이 터지면 일단 덮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의문점은 A교사가 술도 못 마시면서 왜 밤늦게까지 가해자들과 술을 마셨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교사는 식당주인이 학부모 위원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방과후학교 소위원회 등 십수 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어 학교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
위원회별로 2~5명의 학부모 위원들이 참여해야 하지만 문제는 봉사직이라 아무도 안 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골의 경우 학부형 수가 많지 않고 농번기나 출어기에는 한가하게 위원회에 참석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위원회 구성조차 어렵다.
따라서, 학교 측은 학부형들에게 학부모 위원을 맡아 달라 굽신굽신해야 하고 학부모 위원, 특히 위원장은 교사들에게 갑이 된다.
학부모 위원이 안건 처리를 거부하거나 학부모 위원이 한 명 밖에 없는 위원회는 사퇴해 버리면 위원회가 해체돼 학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부형이 교사에게 촌지를 줬지만 요즘은 학교에게 접대를 요구하는 학부모 위원장도 있다고 한다(...).
만일 식당주인이 학부모 위원장이었다면 갓 부임한 A교사 입장에서는 술자리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A교사는 사건 발생 수일 전 식당주인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
참고로 흑산도가 신안군 소속이다 보니 신안군 염전 섬노예 사건까지 재조명되며 인터넷에서 가루가 되게 까이는 중인데 흑산도에는 염전이 없다(...).
또, 섬노예 사건과 달리 공권력과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개입 또는 방조했다는 정황이 없어 흑산도 전체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단, 가해자가 토박이고 피해자는 외지인이라 관광객이 감소할 수는 있겠다.
교육부는 도서 벽지 지역에 신입 여교사들의 발령을 자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여대생 인턴 앞에서 쭈뿌쭈뿌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외교부가 이후 현지 인턴들을 남자들만 채용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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