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 신문, 박근혜 '민비' 비유 논란

일본 애국보수 신문인 산케이신문민비가 사대주의에 빠져 암살당했다면서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민비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8월 31일 <미국, 중국 양다리 외교는 한국이 끊을 수 없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참석을 맹비난했다.

중국의 전승절이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매년 9월 3일이다. 하지만 중국이 승리했다기 보다는 일본이 미국에 털려 철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광복절과 비슷하다 하겠다.

열병식이란 군인들이 탱크, 군용트럭, 장갑차를 타고 퍼레이드하며 군사력을 자랑질하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군의 날에, 중국은 전승절에 열병식을 한다.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애초 열병식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방중 일 주일을 앞두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중국 베프인 북한이 김정은을 대신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미국은 주중 대사관의 사절을 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지들이 패배한 날을 축하할 수는 없으므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당 독재 공산주의 국가로 '잘 사는 북한'이기 때문에 애국보수들이 극혐할 것 같지만 애국보수 정권들은 이상하게 찍소리를 못 한다(...). 중국과 친구 먹고 일본, 북한을 견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판타지 드라마 명성황후(출처: KBS)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소식에 일본의 애국보수는 부들부들했는데 산케이신문이 바로 이들의 입장을 칼럼을 통해 대변해 대신 똥을 싸 준 것이다.

산케이신문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반공 성향의 애국보수 신문으로 일본 일간지 중 넘버 5다. 일베가 전라도에 집착하듯 스토커 수준으로 한국에 집착해 무슨 일만 생기면 사실 확인도 않고 미친 듯이 한국을 깐다. 일본 언론사 중 한국어를 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에는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를 만났다는 기사를 게제해 서울지국장이 고소되기도 했다. 사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것 뿐인데 조선일보 기자는 기소되지 않았다(...).

문제의 칼럼은 '이씨 조선 말기에 정세가 변할 때마다 사대주의 대상을 청나라에서 일본, 러시아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럼 조선도 일제처럼 주제파악 못 하고 미국에 깝치다가 영혼까지 털려야 했단 말인가(...). 참고로 이씨 조선은 비하적인 의미가 아니고 중국에서도 쓰는 표현이다.

2013년 방중 당시 박근혜 대통령(출처: 연합뉴스)

칼럼은 이어 '그 DNA를 계승한 한국이 이씨 왕조를 연상시키는 사대스러움을 선보인다'고 비꼬았다. 일제의 DNA를 계승한 아베 정권이 쇼와 왕조를 연상시키는 똘끼를 선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씨 조선에는 박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 제26대 왕 고종의 비, 민비는 1895년 러시아군의 지원으로 권력을 탈환하고 3개월 후 암살됐다'라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민비, 또는 명성황후는 일제 왜국보수 정권의 주도로 일본 깡패의 칼에 맞아 살해됐고 사체는 불태워졌는데 이게 바로 을미사변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민비처럼 강대국에 붙어먹다 죽을 수도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이게 무슨 게시판, 블로그 글도 아니고 메이저 일간지에 실린 칼럼이다.

만일 국내 일간지의 칼럼에서 전범국 시절 일본에도 아베 총리와 같은 남성 권력자가 있었다. 124대 왕 히로히토는 전쟁을 일으켰다가 버섯구름빵 핵폭탄 두 방을 맞고 맥아더 장군 옆에서 입을 벌리고 다정하게 투샷을 찍었다.란 글이 실렸다면 왜국보수들은 풀발기 하겠지? 근데 애국보수와 왜국보수는 한 패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참고로 민비가 명성황후의 비하적 표현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명성황후는 존칭, 민비는 평칭으로 국내 학계에서는 둘 다 사용된다. 어차피 우리도 일본의 왕을 천황 대신 일왕이라 부르니 쌤쌤.

맥아더 장군님과 히로히토 위너와 루저

이 칼럼은 이어 '한국전쟁 당시 중국은 침략지였지만 한국의 사대주의 도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도착에 대한 자각이나 감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근데 일본도 핵폭탄 두 방에 네이팜탄까지 선물한 미국을 사대하지 않나(...).

칼럼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사대주의의 대상을 바꿀 때마다 일본은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일본이 독립을 촉구하자 조선은 청나라를 찾아가 청일전쟁의 화근이 됐고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니 조선이 러시아를 찾아가 러일전쟁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왜국보수들이 조선 탓하는 게 애국보수들이 전라도, 노무현 탓하는 것과 묘하게 닮았다.

칼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대주의라는 민족의 나쁜 유산을 필두로 개혁을 모색했다고 추켜세웠는데 근데 친일파는 왜 청산 안 했지? 산케이신문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독재를 옹호하는 사설을 자주 냈었다. 왜국보수의 아들 애국보수

명성황후라는 국뽕 판타지 드라마 때문에 민비가 조선의 국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퓨전시킨 개막장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을미사변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할 수 없고 사건을 주모하고 은폐한 일본 정부는 더 더욱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역시 일본과 뭔 상관인가.

민비, 박근혜 대통령 모두 국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까도 우리가 까지 왜국보수들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