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박근혜 방문 거부, 사복경찰·라면 투입

박근혜 대통령의 이화여자대학교 방문을 항의하는 재학생들의 시위에 사복경찰이 투입돼 충돌을 빚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50회 <전국여성대회>의 축사를 위해 이화여대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전국여성대회>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올해에는 이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은 여성중앙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여성회(...) 등 65개의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애국보수단체로 김활란(...) 전 이대 총장이 초대 회장을 지냈다.

대강당 입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윤상현 의원 등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고 사전등록한 애국보수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대는 2008년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자랑스러운 이화인>에 선정하며 애국심을 과시한 바 있다.

이대 총학생회 등 학내 8개 단체 학생 100여명은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독재, 노동자 탄압의 역사를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를 만드려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대통령은 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하는 학생들을 꾸짖는 할머니(출처: 오마이뉴스)

그러자 전세버스를 타고 온 홍종임 전 강원지부 여성협회 회장(74세)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여자 대통령이 나왔는데 도와줘야지라고 호통쳤다.

그녀는 이어 '너희가 잘 몰라서 그런다. 공부나 하지 이게 무슨 짓이냐'라며 삿대질을 했는데 노래교실이나 가지 이게 무슨 짓이냐.

홍종임 여사는 '교과서에 수록된 게 잘못됐으니까 고친다는 거 아니냐'며 '너희가 6.25를 알아? 뭘 알아?'라고 꾸짖었다. 그녀는 교과서에 김일성 찬양 문구도 나온다고 주장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일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50대 아줌마도 '기존 역사책에 좌익 세력을 옹호하는 내용이 있으니 바꾸자는 건데 이걸 알고 있긴 한 거냐'며 나무랐다. 실제로 현행 국사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에서 빨갱이 짓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친형인 박상희가 좌익들과 폭동을 일으키다 경찰에 사살된 부분이 누락돼 있다.

이화여대에 배치된 사복경찰들(출처: 오마이뉴스)

오후 2시, 학생들은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합니다'라는 현수막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피켓들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 위해 대강당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대강당 200미터 앞에서 사복경찰 300여명이 2중으로 스크럼을 짜고 길목을 차단했다.

시위대를 저지하려면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므로 맨 앞 줄은 여경, 뒷줄은 남경이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상태에서 대학교에 진입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 의경들도 사복을 입었다(...).

이들은 경찰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폭력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찍으라'며 채증에 열중했다. 사복경찰의 채증은 명백한 집시법 위반이지만 애국보수들은 법 안 지켜도 괜찮다. ^오^

대치 상태가 지속되면서 학생들이 250여명으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현수막과 손팻말이 훼손되기도 했다. 경찰 측은 경찰 1명이 부상을 입었을 뿐 학생들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여학생 1명이 팔이 까져 피가 난 건 부상이 아닌가 보다.

이화여대 교내에 버려진 라면 상자(출처: 트위터)

경찰이 대통령 경호 차원에서 학생들의 대강당 진입을 막은 것은 이해하나 대강당 200미터 앞에서 저지한 건 빨갱이들이 김정은에게 개처럼 충성하는 게 연상돼 웃프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3시경 이대 후문(...)을 통해 대강당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축사에서 '여성들이 제 몫을 다할 때 경제도 성장하고 사회도 투명해지며 국민통합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사를 남이 써 줘서 웃기지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도착한지 30분 만에 대회장을 떠났는데 역시 후문을 통해 교정을 빠져 나갔다. 정확히 1년 전 '지금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던 양반이 한가하게 축사나 하는 걸 보면 경제는 죽었나 보다.

강원·원주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회원인 50대 아줌마는 '여성으로서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참석자들은 대회가 끝나고 기념품으로 라면을 한 보따리 씩 받아 돌아갔다. 문제는 주최 측이 수백 개의 라면 박스들을 길에 버리고 갔다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 답게 교양머리가 넘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대 방문기는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아줌마들이 버린 쓰레기를 검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여학생들이 밤늦게까지 치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