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윤태진 아나운서 퇴사, 프리선언?

KBS N 스포츠(이하 KBSN)의 간판 아나운서인 정인영과 윤태진이 퇴사했다. 2011년 10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들은 2015년 10월 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됐다.

정인영은 <라리가 쇼>, <아이 러브 베이스볼> 등의 진행을 맡는 등 축구, 야구, 배구를 주로 담당했으며 예능에도 종종 출연했다. 윤태진은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비롯, 야구 담당이지만 농구와 배구 경기의 현장 리포트도 자주 했었다.

11월 7일 오전 KBSN 아나운서 소개란에 둘의 이름이 빠지더니 당일 밤 정인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자신이 맡았던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나열한 뒤 KBSN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행보를 생각하겠다'면서 '비난보다는 너그러이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사실 정인영과 윤태진의 퇴사는 이미 예견됐었다. 11월 초부터 관련 소문이 돌았었고 전날 대니얼김 해설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상 웃는 얼굴로 편하게 방송할 수 있도록 해 준 태진 아나운서 너무 고마웠다. 항상 응원하겠다'라며 윤태진의 퇴사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정인영(출처: KBSN)

KBSN 관계자는 한 매체와 통화에서 '정인영과 윤태진 아나운서가 정규직 심사를 앞두고 있었지만 본인들이 큰 생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사를 본 키보드 열사들은 '배신이다', '야구를 이용했다', '주제파악하라'면서 두 아나운서를 꾸짖었다.

하지만 윤태진은 다음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심경 고백글에서 KBSN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녀는 '기사를 접하고 전말을 알리고 싶었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라면서 정규직 전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혀 재계약 실패를 시사했다.

이어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와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당분간 운동에 전념하며 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태진(출처: KBSN)

윤태진의 글에 비정규직 만세, 실업급여 신청이란 태그가 달렸고 정인영 또한 한 인터넷 방송에서 짤렸다고 말한 걸로 보아 프리선언이 아닌 KBSN 측이 계약 연장을 거부했을 공산이 크다.

윤태진은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걸 예감한 듯 계약 종료를 앞두고 녹화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회식에서 선배들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도 잇지 못 했다고 한다.

스포츠 방송국 아나운서들은 김선신, 김민아, 윤재인, 김세희, 홍재경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스포츠 아나운서가 인기 직종이라 매년 더 어리고 예쁜 지원자들이 넘쳐나다 보니 방송사들이 나이 든 아나운서들을 오래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윤태진이 녹화장에서 찍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정인영과 윤태진은 아직 젊지만 비정규직이 4년 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KBSN 측이 재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소수만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데 정인영은 진행이 미숙하고 야구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하지만 정인영, 윤태진 모두 덕후들도 많고 지명도가 있으니 프리선언한 후 케이블 방송과 행사 돌면서 몇 년 바짝 벌면 정규직 아나운서 못지 않은 수입을 거둘 수 있어 퇴사당한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 하겠다. 물론 최희나 공서영처럼 죽도 밥도 안 된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아나운서가 무슨 떼돈 버는 직업도 아니고 정인영, 윤태진 같은 네임드조차 정규직이 안 된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