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국정교과서 상업교사 집필진 '사요나라'

베일 속에 가려진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이 마침내 우윳빛 속살을 드러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는 지금까지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 명단을 극비에 부쳐 왔지만 대경상업고등학교의 김형도 교사가 집필진 가운데 처음으로 신원을 공개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김형도 교사는 서울의 사립학교인 대경상업고등학교(이하 대경상고)에 상업교사로 채용돼 지난 10년 간 상업 과목을 가르쳐 왔다. 그는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고종사촌 동생이지만 인맥 없이 채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점이 인정돼 2015년 3월부터는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 과목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데 근무시간이 널널한 듯.

김형도 교사는 상업과 한국사를 같이 가르치지만 주종목이 상업이라 대경상고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상업 교사로 소개돼 있다.

김형도 교사의 책상(출처: 오마이뉴스)

경력 9개월 짜리의 베테랑 국사 교사가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자격 요건은 교사의 경우 5년 이상의 중등학교 교원 또는 교육전문직으로 과목에 제한이 없다.

즉, 수학 교사와 체육 교사, 성교육 교사도 얼마든지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오^

12월 8일, 김형도 교사는 교사 단톡방에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임명됐다'며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고 푸념했다. 너무 질려서 까발린 것일 수도

그는 단톡방 문자에서 '2016년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면서 '(집필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즐거운 고민을 털어 놨다. 반 다크홈 영화 단체 관람

1979년 고교 국사교과서(출처: 오마이뉴스)

그러면서 '대한민국 집필 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남경필 주니어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잘 가요'를 뜻하는 일본어 'さよなら(사요나라)'를 적었는데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친일 의혹이 제기된 와중에 매우 적절한 인삿말이라 하겠다.

문자를 본 전교조 교사 한 명이 오마이뉴스에 제보했고 12월 10일, 좌파매체 오마이뉴스 기자는 애국보수 김교사와 교무실에서 역사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어떻게 집필진에 임명됐냐는 질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김교사는 '비밀로 하라고 해서 말할 수 없다'며 '나중에 말하겠다(...)'고 답했다. 근데 집필전에 임명된 사실도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말했다(...). 그는 집필진이 한 자리에서 임명장을 받았고 집필을 위해 모두 모인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집필진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비밀결사 조직인만큼 김교사가 집필진에 포함됐는지 모른다고 한다.

윤서인의 국정교과서 홍보웹툰(출처: 교육부)

김교사는 집필 의사가 확고했지만 해당 보도가 나간 뒤 바로 국편에 전화를 걸어 '물의를 끼쳐 미안하다, 그만둬야 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되면 김교사가 하기 싫어서 자폭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간지 5시간만인 밤 10시 45분, 국편은 보도자료를 통해 남경필 주니어의 사퇴 소식을 전했다. 사요나라

11월 7일,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술 빨고 딸뻘 되는 여기자에게 음담패설을 했다가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한지 33일만의 쾌거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역사학자 외에도 사회학자, 경제학자, 헌법학자, 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퓨전 교과서다. 상업 교사가 집필한 세계 최초의 역사교과서가 될 뻔 했으나 김교사의 사요나라로 아쉽게 무산됐다. 아직 45명 남았으니 그 중에 한 명 있을 수도

기왕 좆된 거 국정교과서의 삽화는 웹툰작가 윤서인에게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