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정두언, 새누리당 40명 살생부명단

2016년 2월 25일 아침,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전화 연락을 받고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를 만났다. 김원용 교수는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K교수로 보도된 바 있다.

김원용 교수는 김무성 대표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를 들려 줬다. 친박 핵심 인사가 공천 살생부 명단을 전달하며 이들을 물갈이하는데 동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무성 대표는 단호히 거절했다는 것이다.

다음 날, 김무성 대표는 정두언 의원을 불러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오 김무성 오오

살생부 명단에는 정두언, 이재오, 유승민,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와 김태환, 안홍준, 서상기(!), 이인제(!!), 서청원(!!!!!) 의원 등 친박 중진을 비롯, 총 4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너 임마 화이팅

김용태 의원도 '김무성 대표 측근으로부터 들었다'면서 '명단을 만든 사람들이 선거는 져도 좋으니 물갈이 해야한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두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는 중도 성향이고 유승민 의원은 지역구내 지지율이 높아 대체 인물이 없다.

정두언 의원(출처: 연합뉴스)

이후 새누리당 안에서는 살생부 명단 일부와 함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논개작전, 즉 친박 중진 의원들을 희생시켜 비박을 숙청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비박계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모든 현역 의원들에게 경선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경선은 지역내 조직력이 탄탄한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

반면 친박계는 다수의 현역 의원들을 진박(...)으로 교체해 당의 이미지를 남조선로동당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비박계는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통해 자신들을 물갈이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한구 공천관리 위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무성 대표도 '살생부 명단은 받지도 듣지도 못 했다'며 '정가의 소문을 전한 것 뿐'이라고 부인했다.

김무성 대표,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출처: 뉴시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말을 바꿔 줄 것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김무성이 또

언론 보도 직후 김무성 대표가 전화를 걸어 '당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에도 찌라시 얘기를 한 걸로 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찌라시 애독자인가

게다가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명단을 언급한 사람이 청와대 관계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한 셈이므로 대통령 탄핵각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제와서 내가 발언을 과장한 것처럼 말한다'면서 '기사가 나가길 원한 것 같은데 기사가 논란이 되니까 도망간다'며 도망자 김무성 대표를 비난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일을 저지르고 30시간을 못 버틴다(...)는 30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더라'며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 디스했다. 정계의 오브레임

살생부 명단 논란이 진실게임으로 번지자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에게 대질 신문을 벌이기로 했으나 개안습 김무성 대표가 불참해 불발됐다.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 감동의 화해(출처: 연합뉴스)

대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전한 것에 대해 김무성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향후 공천과 관련한 흑색선전과 유언비어를 유포할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 결정사항을 수용하겠다'며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잠깐 눈물 좀 닦고

이어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정두언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 문건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궁예질을 하자면 김무성 대표가 친박에 약점이 잡혀 직접 못 나서고 정두언 의원을 이용해 살생부를 까발린 게 아닐까. 이번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살생부의 존재를 부인했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숙청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나름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저딴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김무성 대표 본인은 가오만 떨어지고 남는 게 없다. 처음부터 정두언 의원과 입을 맞추든가 쪽♡, 저렇게 통수치면 좋은 일 하고도 욕 먹는데다 누가 그를 믿고 따르겠나. 30시간만 따르자

이런 쫄보가 친박을 견제해 줄것이라 믿었던 내가 미친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