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일베 핑크코끼리 '핑코' 집단 폭행 동영상

2016년 5월 20일,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추모장소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1인 시위를 열겠다는 글이 일베에 올라온다.

글쓴이는 2015년 12월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태극기 설치 불가 방침에 항의하는 일베 릴레이 1인 시위에 핑크코끼리(...) 인형탈을 쓰고 참여해 일베 안에서 핑코(끼리)로 불린다.

글쓴이(이하 핑코)는 육식동물이 나쁜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겁니다. 편견 없는 주토피아 대한민국,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녀 함께 만들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겠다고 밝혔다.

'육식동물'이란 차별과 역차별을 다룬 영화 <주토피아>에서 힘이 세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로 몰린 육식동물을 빗댄 것이다.

그는 시위 동기에 대해 '모든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건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면서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나쁜 게 아닌데 영화같은 이야기가 대한민국에서는 실제 상황이라는게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생은 남녀가 함께 가는 건데 대결 구도로 가는 상황이 너무나 안 좋다'고 덧붙였다. 근데 해당 글을 올린 곳이 모든 여자를 썅년 취급하는 일베다(...).

이튿날, 핑코는 혼자서 핑크코끼리 차림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후 3시 30분쯤 강남역 10번 출구에 도착했다. 덥겠다

핑코의 강남역 1인시위(출처: 일베)

그는 6시까지 추모 글귀도 읽으면서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세월호 뱃지를 가방에 붙인 한 여성이 그에게 '수고하신다'며 물을 건넸고 다른 여성도 '물먹고 하라'며 물을 건넸다고 한다.

참고로 '물에 침 뱉고 흔들어서 수고한다며 핑코에게 줬다'는 주장은 메갈에서 분리된 워마드의 주작이다.

그런데, 한 여성시대 회원(이하 여시)이 핑코가 일게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포스트잇에 '얘 일베충임'이라고 적어 탈 뒤에 몰래 붙인다.

이를 본 다른 사람(이하 A씨) 포스트잇을 떼자 여시는 '얘 일베충이다'며 항의했다. 이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일베충이란 말을 들은 피해자의 남자친구(동영상 속 파마머리가 핑코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위는 이후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다. 핑코가 달아나려 하자(...) 남자친구는 '먼저 쳤다'면서 힘으로 눌렀고 추모 열사들은 '왜 도망가냐'며 일침했다.

이들은 핑코를 에워싼 채 탈을 벗을 것을 요구했고 핑코가 거부하자 '당당하면 탈을 벗어라'고 꾸짖었다. 그럼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복면시위 금지법도 찬성하는 건가.

이어 억지로 핑코의 탈을 벗기려 하고 옷과 귀(...)를 잡아 당겼다. 형법상 옷을 잡아당기는 행위는 폭행이며 삿대질을 하다가 상대방의 모자와 안경을 쳐 땅에 떨어뜨렸다면 폭행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있다.

여시가 붙인 '얘 일베충임' 포스트잇(출처: 트위터)

A씨는 '남자친구와 중년남이 핑코를 계속 잡아당겼다'면서 '추모객들이 핑코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핑코가 자리를 뜨려 했으나 여성들이 팻말을 숨겨 놓고 안 돌려 줬다'고 덧붙였다.

약간의 말다툼 끝에 핑코는 팻말을 돌려 받고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한 중년남이 그를 돌려차기로 가격했다(...).

핑코는 이후 경찰에 폭행 사실을 알렸으나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없어 신고를 접수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추모 열사들이 폭행 장면을 촬영에 SNS에 올리면서 증거를 남겼다 퍼거슨 또 1승.

핑코는 '영상이 편집됐다'면서 '주위에 둘러 쌓여 한두 대씩 맞았다'고 주장했다. 일베 열사들의 민원 러쉬가 시작되자 추모 열사들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거짓말처럼 삭제됐다(...).

핑코를 멱살잡이하는 남자친구(출처: 일베)

핑코는 전치2주의 진단을 받아 동영상을 증거로 고소했고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핑코가 의도적으로 추모객들을 도발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 일베충이란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시간 30분 동안 왜 아무런 항의도 없었나.

추모 장소에서 핑크코끼리 탈을 쓰고 있는 게 조롱 목적이 아니냐고? 핑코는 과거에도 같은 복장으로 1인시위를 한 적이 있었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지하철역이지 장례식장도, 분향소도 아니다.

도발 목적이었다면 폭행 증거를 촬영하기 위해 채증반을 동행했겠지만 핑코는 혼자 현장에 갔다. 실제로 그는 한동안 증거가 없어 신고 접수를 하지 못 했다.

핑코를 돌려차기하는 추모 열사(출처: 일베)

핑코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법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었고 그가 일베에서 여성을 비하한 것도, 피해자를 조롱한 것도 아니다.

반면 혐오범죄의 피해자를 추모하던 사람들은 핑코가 일베충이라는 이유만으로 옷을 잡아 당기고 밀치고 넘어트리고 발로 차는 혐오범죄를 저질렀다. 핑코가 정상인같고 추모객들이 일베충들 같다(...).

그렇다고 핑코가 정말로 남녀화합을 주장한다고 생각하면 떡붕어 인증하는 거다. 베충이들이 여성, 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데 편견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일베에서 여혐몰이할 때에는 콧배기도 안 보이다가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남자들이 욕먹는 게 억울해 남녀화합 코스프레를 한 것 뿐이다. 날 더운데 강남역에서 뻘짓하지 말고 베충이들이나 신경 쓰기를.

혐오를 조장하는 커뮤니티의 회원이 혐오의 피해자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동영상 속 파마머리는 피해자의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글에서 그가 남자친구를 사칭했다고 호도한 점 사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