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천재 여고생이 국내에서 연일 화제가 되자 기사 내용에 의구심을 느낀 한 서울대 대학원생이 김정윤 양의 논문을 열람했고, 논문의 핵심 부분이 유명 수학자의 2005년도 논문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표절 의혹은 둘째치고 10년 전에 발표된 논문을 그대로 차용한 김정윤양의 논문에 해리스 교수, 특히 이 분야 권위자인 폭스 교수가 흥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논문 표절 의혹이 일자 MIT는 번개처럼 김정윤 양의 논문을 삭제한다. 그녀를 천재소녀로 만든 논문을 MIT가 삭튀해 버린 것이다(...).
반신반의하던 인터넷 열사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국내 언론사에 제보한다. 경향신문은 김정윤양의 아버지로부터 하버드대와 스태포드대 합격증을 입수해 해당 대학에 진위 여부를 문의한다.
김정윤 양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던 6월 7일, 토마스 제퍼슨 졸업반 학생들에게 한 개의 메일이 전송된다. 자신을 하버드대 조셉 해리스 교수라 밝힌 작성자는 김정윤 양의 입학은 사실이고 처음 1, 2년간만 스탠포드에서 수학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김정윤 양의 연구 성과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을 중지해 줄 것도 당부했다.
문제는 이 메일이 하버드 계정이 아닌 지메일 계정으로 전송됐고 말투도 애들 말투였다(...). 결정적으로 한국인은 자주 쓰지만 미국인은 거의 쓰지 않는 '1~2'란 표기를 한 것이다. 또한 하버드 교수란 사람이 어떻게 토마스 제퍼슨 졸업반 학생들의 메일 주소를 입수했단 말인가(...).
이 메일로 인해 사람들은 김정윤 양의 주장이 거짓임을 확신했고, 일부는 해리스 교수에게 그같은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어찌나 많은 문의를 받았던지 해리스 교수는 내가 보낸 메일이 아니다라는 매크로(...) 답변을 보냈다.
대망의 6월 10일, 경향신문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하며 모든 것이 끝났다. 하버드대 공보팀장은 김정윤 양의 합격증이 위조됐다고 경향신문에 확인해 줬다. 하버드 합격증 양식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공보팀장은 비보도를 전제로 김정윤 양이 합격하지도, 앞으로 하버드대에 다니지도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근데 경향신문이 이걸 보도해 버렸다(...). 그는 또 스탠퍼드에서 처음 2년, 하버드에서 나머지를 다니고 졸업하는 과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윤 양에 낚여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한 학부모들이 많았다고 한다(...).
스탠퍼드대의 대외홍보담당 부총장 역시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스탠퍼드 합격증은 위조됐다며 합격증을 보낸 적도, 스탠퍼드와 하버드에서 번갈아 수학하는 과정도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에 불합격한 걸 보면 학점 4.6점에 SAT 만점이란 주장은 구라일 공산이 크다. MIT대, 칼텍대, 코넬대 합격도 구라인 게 여기에 합격했으면 그냥 다니지 뭐가 아쉬워 하버드, 스탠포드 합격증을 조작했겠나. 김정윤 양이 실제로 합격한 곳은 버지니아주의 명문 공립대인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교라 카더라.
'미래에 천재 스타 수학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걸로 보도된 하버드대 조셉 해리스 교수는 사라 김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메일로 알려왔다.
김정윤 양에게 매일 전화해 '니가 원하는 연구는 스탠퍼드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보도된 스탠퍼드대 제이콥 폭스 교수 역시 그녀의 멘토였던 적이 없으며 그녀와 함께 연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유일하게 김정윤 양의 멘토였던 피터 카시바리 교수는 경향신문의 메일을 씹고 버로우했다(...).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는 학생 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최초 보도한 워싱턴중앙일보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했고 조중동도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기사를 냈다(...).
보도 직후 아버지인 넥슨 김정욱 전무는 딸이 해리스 교수와 6개월 간 주고 받은 메일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며 합격증이 위조된 사실을 믿지 않았으나 미국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난 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그렇다면 김정윤 양은 왜 이런 사기극을 하게 된 걸까?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대학 합격 사실을 속이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그녀는 거짓말의 스케일이 너무 컸다. 단순히 하버드대생이 아닌 천재 수학자로 속였으니 말이다.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는 김정윤 양의 발언을 근거로 연예계 진출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있다. 하지만 오디션 참가는 딱 한 번 지나가듯 언급했고 대부분 학업만을 강조한 걸로 봐 억측같다. 국내 특례입학을 노렸다는 설 역시 그녀의 본 실력으로도 웬만한 대학에 특례입학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낮다.
사기를 치려면 치밀하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소설쓰듯 계속 얘기를 만들어 낸 걸 보면 자신이 만든 허구세계를 진실이라 믿는 리플리증후군이 아닐까. 부모의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자란 학생들 중에 천재병에 걸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허언을 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김정윤 양의 아버지는 사과문에서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모르고 부축인 점을 반성한다며 아이를 치료하는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사기극의 발단이 된 기사를 쓴 워싱턴중앙일보의 책임도 크다. 기사를 작성한 전영완 씨는 정식 기자가 아니고 대입 컨설턴트다. 입시 전문가라는 사람이 고딩 꼬꼬마의 뻥에 낚였다는 건데 자질이 의심된다.
김정윤 양은 2014년 인터뷰에서도 MIT 논문을 언급했지만 교수들이 논문을 보고 흥분했다는 얘기는 일체 없었다. 반 년 후 그녀의 말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편집부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기사화한 것은 기본적인 보도 수칙 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해당 '기사'를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쓴 국내 언론도 똑같지만 말이다(...).
이 사건은 고딩의 구라와 학원 원장의 썰에 전국이 놀아난 낚시극으로 과도한 교육열, 무책임한 언론 보도, 천재에 대한 환상이 빚은 결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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