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마지막 신문광고.jpg 전자신문 대인배

5월 27일자 전자신문 2면 하단에 특이한 광고가 실렸다.

'우리의 창의와 열정은 계속됩니다' 제목의 이 광고는 '지금 팬택은 멈춰 서지만 우리의 창의와 열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팬택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을,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란 문구가 써 있고 그 아래로 수 백 명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팬택의 마지막 신문 광고다.

팬텍은 한 때 세계 휴대폰 판매고 7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결국 2014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0개월간 임직원들이 자진해서 월급을 반납하고 휴직까지 실시하며 팬텍을 살리려 했으나 1조 원이 넘는 부채를 버틸 수 없었다.

법원이 세 번이나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오지 않았고 2015년 5월 26일, 경영진 스스로 기업회생절차 포기했다. 쉽게 말해 기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로부터 한 달 전인 4월 중순, 팬택 사내 게시판에는 광고료를 모금해 구성원들의 마음을 담은 신문광고를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들의 운명을 안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많은 호응을 얻었고 투표 끝에 압도적 찬성으로 신문광고가 결정됐다.

광고비가 비싸기 때문에 한 매체에만 광고할 수 있었는데 팬택이 IT기업인만큼 전자신문에 광고를 내기로 했다. 크기는 9단 21(가로 21센치, 세로 30.6센치)로 정했고 광고료는 560만 원에 책정됐다.

출처: 팬택

팬택 임직원 수가 1300명이니 1인 당 5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구성원들 전원에 희망 메시지로 입금을 부탁했고, 이들은 하나 둘 씩 입금을 했다. 입금액은 5000원, 10000원이 가장 많았지만 간혹 10만 원도 있었다.

그리고 보낸 사람들의 희망메시지. '고마워~좀만더힘내자', '팬택 사랑합니다!', '힘냅시다!!', '좋은 추억 기억 고마워', '동료분들 고마웠어요' 등 팬택에 대한 구성원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총 4,943,608원이 모금됐지만 목표액인 560만 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흔쾌히 광고료를 깎아 줬고 날짜도 팬택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배려했다.

다음 작업은 광고 시안. 광고 경험이 있는 구성원들이 참여했고 100여 개의 광고 카피 중에서 진심이 가장 잘 담긴 것이 선택됐다.

기업회생절차를 포기한 5월 26일, 이들은 전자신문에 다음 날 광고를 게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전자신문은 해당 광고를 2면에 배치해 주기로 했는데, 2면은 신문을 펼쳤을 때 왼쪽에 있어 눈에 바로 들어온다. 2면 광고는 전면과 후면 다음으로 광고비가 비싸 도저히 500만 원으로 광고를 낼 수 없는 자리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전자신문 측에서 광고비를 받지 않겠다는 연락이 온다. 광고가 실리게 된 사연을 안 전자신문 대표가 광고비를 받지 말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렇게 팬택의 마지막 신문광고, 아니 팬택 구성원들의 마지막 목소리가 전자신문에 조용히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