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음을 인정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정홍원 현 국무총리가 유임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검증 과정에서 남다른 재테크 이력이 발견돼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아왔다.
2000년 이완구 후보자의 장인 어른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장동 땅을 샀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날 주변 13 필지의 땅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귀신같이 판교 신도시 개발이 확정됐고, 장인 어른은 떼돈을 벌었다. 2001년 당시 이완구 후보자는 자민련 원내총무였고 판교 개발을 확정한 오장섭, 김용채 장관도 자민련이었다.
이완구 후보자는 또,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2003년 1월에 구입해 10월에 되팔아 9개월 만에 4억 602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부동산투기 의혹 기사가 쏟아지며 코너에 몰리자 이완구 후보자는 1월 말 취재 기자들을 점심 식사 자리에 불러 김치찌개를 먹는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후보자는 종편 방송사 간부들과 친분을 이용, 자신에 대한 의혹 기사가 방송되는 것을 막았다고 자랑질을 한다. 다음은 녹취된 그의 발언이다.
A하고, B한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이게 어느 나라 말이냐.(...) 위 발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종편 간부들에게 야, 우선 저 기사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 없어라고 했더니 바로 지시를 내려 뉴스에서 기사를 뺐더라고.
이완구 후보자는 언론사 간부들을 통해 취재 기자들의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윗사람하고 다 내가 말은 안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위 발언은 아래와 같이 번역된다.
내가 말은 안 하지만 언론사 간부들과 잘 안다. 내가 아는 국장, 부장에게 이 기자는 안 돼라고 하면 그 기자는 끝난다.
이완구 후보자는 취재기자들에게 자신을 너무 털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소.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일보 기자가 대화 내용을 녹음해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넘겼다. 김치찌개를 별로 안 좋아하나. 김경협 의원실은 녹취록을 KBS에 넘겼고 KBS는 9시 뉴스에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조직력 보소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는 한국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기자 총 네 명이었는데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 기자를 제외한 전원이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고 한다. 식사 후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 보도 여부를 논의했고 소속 언론사들은 기사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일보 기자는 데스크의 허락 없이 녹취록을 의원실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시말서를 써야할 것 같다.(...)
김경협 의원실이 JTBC가 아닌 KBS에 넘긴 것은 KBS 9시 뉴스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에서 머릿기사로 암만 떠들어 봐야 KBS 9시 뉴스의 두세 번째 기사 한 번으로 정리된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KBS 9시 뉴스에서 머릿기사로 그의 화려한 과거를 보도하자 여론이 급변하며 나가리됐다.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사 외압 의혹 뉴스는 KBS의 10번째 기사였지만 큰 파장을 일으켜 이튿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 이완구 후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일이 커지자 이완구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본의 아니게 실명이 거론된 분들이 곤란함을 겪은 데 대해 가슴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고 거론된 종편사 간부 A와 B는 외압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이완구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환갑이 넘은 양반이 김치찌개 먹으며 허세 부렸다는 것이 된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 뉴스1과 인터뷰에서 식사 자리 녹취가 방송으로까지 공개된 것은 불편한 일이라고 일침했고, 박대출 대변인도 인간 사이의 믿음과 신뢰가 약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완구 후보자가 현직 의원이고 원내대표 시절 새정연과 사이도 좋아 청문회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불투명해졌다. 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정성스럽게 녹음해 갖다 바치는데 새정연이 미안해서라도 이완구를 털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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