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 재벌3세 구본호, 건물주 갑질 논란

LG가 재벌 3세 구본호가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세입자에게 꼼꼼하게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SBS는 구본호가 세입자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소송을 제기하고 그가 위임한 대리인이 횡포를 부렸다고 단독 보도했다.

구본호는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정회 씨의 손자로 LG그룹 구본무 회장과는 6촌 관계다.

구본호의 빌딩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서울 강남 논현동 학동역 바로 앞, 노른자위에 위치해 있다. 이전 건물주가 대인배였는지 예전에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았는데 지하 1층 칼국수집은 월세 60만 원, 1층 철물점은 강남에서 보기 드문 전세였다.

하지만 구본호가 3년 전 이 건물을 매입하고, 동네 노는 형 분위기가 나는 대리인을 위임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180도 변했다. 구본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임대료의 현실화였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월세를 최대 다섯 배 넘게 올려 줄 것을 요구했다.

철물점은 계약기간이 4년 가량 남았고 나머지 세입자들도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했다. 하지만 빌딩 주인이 재벌 3세 간지 구본호이고 대리인이 달달 볶으니까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2, 3, 4층의 사무실들은 퇴거한다.

사채업자 포스의 구본호 대리인(출처: SBS)

하지만 철물점과 칼국수집은 상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갔고, 그러자 재벌 3세 구본호는 명도소송(건물을 비워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패기를 보였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의 계약 기간을 보호하기 때문에 아무리 구본호가 엘지 가문이라도 도저히 승산이 없는 병신같은 소송이다. 당연히 구본호가 패소했지만 세입자들은 변호사도 없이 10개월 동안 소송에 시달리느라 장사도 못 하고 정신도 피폐해졌으니 진정한 승자는 LG 3세 구본호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대형 건물주들이 계약기간 중 세입자를 내쫓기 위해 질 걸 뻔히 알면서도 소송을 건다. 소송은 로펌에서 해 주고 소송비는 건물주에게는 푼돈이라 패소해도 타격이 없지만 세입자는 소송에 지쳐 제발로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지가 재벌 3세 미국시민 구본호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패소한 구본호는 뜬금없이 칼국수집과 철물점 바로 앞부분을 리모델링 했는데 이 과정에서 칼국수집의 간판을 떼 버린다. 칼국수집은 지하 1층이라 간판이 없으면 손님이 안 오기 때문에 칼국수집 주인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입간판을 세웠다.

철거된 칼국수집 간판(출처: SBS)

하지만 칼국수집이 입간판을 내놓을 때마다 관리인이 잽싸게 구청에 신고해 입간판을 철거시켰다. LG 3세 구본호는 주가조작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았지만 준법정신이 매우 투철하다.

뿐만 아니라 구본호의 대리인은 칼국수집에 툭하면 찾아와 손님들 식사하고 있는데 할머니에게 가게를 비우라며 장판파를 벌였다. 결국 칼국수집은 계약 기간 한 달을 남겨 두고 장사를 접어 재벌 3세 미국시민 구본호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철물점. 철물점 주인은 여느 철물점처럼 좌판을 내놓고 장사를 했고, 주차장은 창고로 이용했는데 구본호의 대리인이 장사 잘 되시라고 구청에 신고를 했다. 불법이긴 하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아 강남구청은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대리인이 열정적으로 민원을 넣어서 결국 철거시켰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이다. 대리인이 철물점에서 틀어 놓은 노래 소리가 너무 크다며 따졌고 뜬금 없이 돈 얘기를 하더니(...) 자신 보다 10살 이상 많은 철물점 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교양머리 있게 말한다.

거슬리게 하지 마라니까. 계약 기간까지는 내가 있게 할 테니까, (거슬리게) 하면 진짜. 다음에 내가 여기 한 번 더 들르는 날에는...

협박하는 구본호의 대리인(출처: SBS)

세입자가 계약기간까지 장사를 하도록 허락해 준 재벌 3세 구본호의 아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철물점 주인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재판을 건 사람이 누구냐며 존댓말로 묻자 대리인은 격분해 주인을 협박한다.

아니, 알았으니까, 알았으니까, 이 새끼 진짜! 조심해 너 진짜. 너 시발 내가 불러서 진짜 묻어버린다, 진짜! 너 나 누군지 모르지, 너?

누구냐 넌?

철물점 주인이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다시 존댓말로 묻자 대리인은 아니, 그러니까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시발! 그러다 너 진짜 나한테 죽어.라며 경고한다.

철물점 주인이 경찰에 문의해 봤지만 경찰은 협박죄는 벌금형으로 끝나는데 그 이후 괴롭힘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며 재벌 3세 간지 구본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변호사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건물주가 엘지가의 구본호라는 걸 알자 이길 자신 없다고 수임을 거부했다고 하니 미국시민 구본호의 위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대리인은 자신이 구본호의 법적 대리인이자 동업자 관계이기 때문에 세입자를 관리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항변했다.

사실 이것은 LG 3세 구본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물주들 가운데, 특히 자산이 많을 수록 내 건물에서 내가 월세 올리겠다는데 니들이 어쩔건데 낄낄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갑들이 많다고 한다. 개중에는 내 건물에서 내가 나가라는데 왜 안 나가냐며 울분을 토하는 건물주도 있다고 한다.(...)

SBS의 보도가 나가자 대리인은 급얌전해져 철물점 주인에게 사과를 했고(...) 구본호도 서장훈이 빙의돼 지인을 통해 피해 액수를 물으며 해결 의사를 밝혔다. SBS 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