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등학교 교감, 급식비 미납 학생 망신사건 진실

서울 충암고등학교의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밥을 먹지 마라며 공개 망신을 줬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암고 김종갑 교감은 4월 2일 점심 시간에 식당 앞 복도에서 줄 서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비 미납자 명단과 대조해 급식비를 냈는지 일일이 검사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교감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밀린 액수를 알려주고 내일부터는 식당에 오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장기 연체된 학생들에게는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는 한 학생은 교감에게 앞으로 식당에 오지 마라는 소리를 들어 창피하고 화가 나 식사 중간에 나왔다고 한다.

보도가 나가고 김종갑 교감은 인터넷에서 나노 단위로 까였다. 좌파 매체 뿐 아니라 애국보수 매체, 종편들까지 합세해 교감과 충암고에 집중 포화를 날렸다. 학부모단체들이 충암고를 항의 방문했고 박상국 교장은 진화에 나서 교감이 '꺼져라'고 한 적도 없고, 상당수의 도덕적 해이도 간과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진화는 커녕 교장까지 까이고 있다(...).

급식비 납부 여부를 검사하는 김종갑 교감(출처: 경향신문)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이므로 저소득층 학생들만 교육청의 지원을 받는다. 충암고는 전교생 1400여 명 중 약 340명이 급식비를 지원받는데 문제는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것이다.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지 못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게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는 달리 고등학교 급식비는 어지간하면 지원해 준다. 요즘은 스쿨뱅킹이라고 부르는 계좌 이체 방식이라 학생들이 급식비를 삥땅칠 수도 없다.

그럼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면서 왜 급식비를 내지 않는 걸까? 급식비를 내지 않고 배째라하면 학교 측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급식비를 내지 않더라도 학생의 식당 출입을 거부할 수 없고 학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부모에게 독촉장을 보내는 게 전부다. 장기 연체된 학생들의 대부분은 부모들이 일부러 급식비를 미납한 경우로 교장이 말한 도덕적 해이가 바로 이걸 말한다.

김종갑 교감(출처: 오마이뉴스)

충암고를 항의 방문한 교육단체 회원들은 급식비를 미납했으면 학부모에게 알려줘야지 왜 학생에게 알려주느냐고 따졌지만 급식비를 내지 않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면 받지 않거나 간신히 통화가 되더라도 이런 일로 전화 하지 마라며 짜증을 낸다고 한다.

김종갑 교감이 교육단체 회원들에게 '휴대폰은 있는데 급식비를 안 내는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라고 묻자 한 열사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고 일침했다.

교감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게, 휴대폰 요금 낼 돈은 있는데 급식비 낼 돈은 없다? 휴대폰보다 밥이 더 중요하니 급식비를 먼저 내는 게 순서 아닌가? 휴대폰 요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가 끊기지만 급식비는 내지 않아도 급식을 먹을 수 있어서일까.

학생들 또한 급식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미안함이 전혀 없다. 그 부모에 그 자식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한 2학년 학생은 교감이 그냥 가라고 해서 아 몰라요하고 들어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2학년 학생은 일단 밥은 먹어야 사니까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명세서 끊어서 부모님 갖다주라고 하면 되는데 공개적으로 해서 부담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명세서 주면 니 부모님이 돈을 낼 것 같냐

충암고가 최근 4년간 걷지 못한 급식비가 8273만 원이라고 하는데, 그럼 교감이 어떻게 했어야 하나. 2013년에는 급식비 손실액이 1000만 원이 넘어 교장이 400만 원, 교감이 250만 원, 행정실장이 400만 원을 자비로 대납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항의 방문한 교육단체들에 해명중인 박상국 교장과 김종갑 교감(출처: 오마이뉴스)

민사 소송으로 체납액을 받는 방법 밖에 없는데 밥 값 안냈다고 학부모를 소송하면 여론이 더 안 좋아질 게 뻔하지 않나? 식당 출입도 못 막아, 공개 망신은 인권 침해라 안돼, 고소도 안돼, 독촉장은 씨도 안 먹혀, 그럼 어쩌라는 건가?

부모 때문에 왜 학생인 자식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냐고? 부모들의 얌체 짓의 혜택을 받는 것이 그 자식들이다. 초딩도 아니고 고등학생 정도면 다 컸는데 부모가 급식비를 고의로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까? 중국집 가서 돈 안내고 먹튀한 학생들과 2년 동안 급식비 안내고 밥 먹는 학생들과 무슨 차이인가.

그러나 충암고 측이 결정적인 병크를 터트리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 학교 측은 올해 3월에만 600만원의 미납액이 발생했고 미납자 명단에는 지원 대상 학생들은 빠졌다고 주장했는데, 교육청은 지원 대상 학생들의 급식비를 5월에 입금한다.

따라서 미납자 명단에 지원 대상 학생들도 포함돼 있고 600만 원은 지원 대상 학생들의 미납액까지 포함된 액수다. 이 때문에 교감이 고의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까지 고의로 급식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고 먹튀 취급을 한 것이다.

먹튀 잡는답시고 애꿎은 학생들까지 잡은 것인데 김종갑 교감이 해당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시말서 써야 한다.

학교 측이 미납자 명단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상처를 입고, 먹튀들은 이에 묻어가면서 죽도 밥도 아니게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