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녀 김정윤 사기극 1: 한인 수학 천재, 하버드 입학

2014년 12월 19일, 워싱턴중앙일보에 버지니아주 한인 여고생의 하버드대 합격을 알리는 기사가 실린다.

주인공은 미국의 명문 영재 고등학교인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일명 TJ고)에 재학 중인 김정윤(영어명 새라 김) 양으로 하버드대 조기전형에 합격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윤양은 학점 4.55에,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에서 2400점, ACT에서 36점으로 각각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참 영양가 없는 기사인데, 교포사회에 기사 거리가 많지 않고 김정윤양의 아버지가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인 것도 한 몫 한듯 싶다.

이 기사는 별 반응 없이 묻혔지만(...) 반 년 후 2015년 6월 2일, 워싱턴중앙일보가 두 번째로 내논 김정윤양 기사는 대박이 났다. 기사 제목도 한인 천재소녀로 시선을 확 끌었다.

김정윤 양은 첫 기사가 나간 이후 스탠포드대, MIT대, 칼텍대, 코넬대에도 합격했는데 스탠포드와 하버드와 경쟁이 붙어 처음 1, 2년은 스탠포드에서, 나머지는 하버드에서 수학하고 졸업할 학교를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대학교를 동시에 재학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인데, 대학 측이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된 건 김정윤 양의 수학 이론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MIT에서 주최한 연구(리서치) 프로그램인 프리임스(PRIMES USA)에 선발돼 Connected Machings in Graphs of Independence Number 2란 주제로 논문을 제출했다.

'천재소녀' 김정윤 양

기사에 의하면 '천재소녀' 김정윤 양은 교수들도 어려워 하는 수학 난제의 해결 실마리를 제시했고, 지도 교수인 MIT대 피터 카식바리 교수를 비롯, 스탠퍼드대 제이콥 폭스 교수, 하버드대 조셉 해리스 교수는 '그녀의 수학적 증명이 완성되면 컴퓨터 혁명을 맞게 될 수도 있다'며 흥분했다고 한다.

김정윤 양은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연구의 한 축을 폭스 교수가 이미 진행 중이라 그와 함께 처음 1, 2년을 연구하게 될 것 같다'며 '해리스 교수도 하버드대가 나를 위해 연구 시스템을 준비 중인 사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는 김정윤 양이 SAT2 수학, 미국사, 물리, 화학 800점 만점, ACT 36점 만점, PSAT 240점 만점을 받아 교사들이 선정하는 교내 최우수 학생(Student of the Year)에 뽑혔다는 얘기도 추가됐다. 또한 유학생 신분인 그녀를 위해 하버드와 스탠퍼드가 년 6만달러가 넘는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액 제공키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MIT대 피터 카식바리 교수와 '천재소녀' 김정윤 양

김정윤 양의 아버지인 넥슨의 김정욱 전무는 '믿기지 않아 대학 측에 공식 문서를 요청해야 했다'고 밝혔다. 딸이 구라칠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국내 언론은 일제히 이 기사를 받아썼고 다음의 내용이 추가됐다. 첫째, 스탠퍼드대 폭스 교수가 그녀에게 거의 매일 전화해 '니가 원하는 연구는 스탠퍼드에서만 가능하다'며 '내 연구물이 너무 어려워 주변만 건드리고 있는데 너는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 하버드대 해리스 교수가 그녀를 가리켜 '미래에 천재 스타 수학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유명 석학들이 탐내는 '천재소녀' 수학자의 등장에 전국이 떠들석했다.

김정윤 양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나를 위해 특별히 동시 입학을 허락했다'며 '하버드 졸업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녀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전화를 걸어 와 자신의 연구물에 관심을 보였고 직접 만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한국 영자 신문을 통해 미국 현지 학부형 커뮤니티에도 전해졌는데 국내 커뮤니티와는 달리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아래는 해당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주요 의혹들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출처: 페이스북)

1. '천재소녀'라면서 미국 현지 언론에 한 번도 보도되지 않았다. 같은 학교 동급생인 Pooja Chandrasheka는 아이비리그 8개 대학에 모두 합격해 지역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됐다. Pooja양은 학점 4.57, SAT 2390점으로 김정윤 양의 성적에 못 미치는데 말이다.

2. SAT의 독해와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은 자동으로 2015년 버지니아주 대통령 장학생 후보에 오른다. 후보 명단에 Pooja의 이름은 있지만 김정윤의 이름은 없다.

3.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모두 저소득층 장학금만 있을 뿐, 성적우수 장학금은 없다. 장학금이 자랑거리도 아니거니와, 장학금을 년 60000달러를 받으려면 부모 소득이 68000달러, 우리돈 76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녀 아버지가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전무이므로 장학금 대상이 아니다.

4,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에 최우수 학생상이 있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 했다.

천재소녀 소식은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 재학생들의 귀에 들어갔고, 미국 최대의 한인 여성 커뮤니티인 미시USA로도 흘러 들었다. 미국 교육열 3대장이 중국, 인도, 한국 부모이기 때문에 천재소녀 논란은 미시USA에서도 대형 떡밥이었다.

미시USA 회원 중 주부 커뮤니티인 82쿡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많아 천재소녀 사건은 자연스레 82쿡에 알려졌고 이를 기점으로 국내 커뮤니티에도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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