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 페이스북 '알몸 찍힌 소개팅녀 잘못 10%' 일침

전직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인 의학박사 홍혜걸이 성추행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퍼거슨에 1승을 헌납했다.

논란의 발단은 한 대한병원 인턴의 성범죄 사건이었다. 2015년 인턴 류 모 씨(27세)는 소개팅 여성(26세)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여성이 만취해 잠들자 호텔로 데려가 발가벗긴 뒤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친구 5명에게 전송했다. 재판부는 류 씨에게 징역 1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신문 사회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홍혜걸이 관련 기사를 읽고 페이스북에 소감문을 올리면서 판이 커졌다. 그는 인격적으로 성숙한 성인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 참으로 가볍고 초라하다고 탄식하며 사진 찍어 돌린 남자가 90% 잘못한 것이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 술에 취해 잠이 든 여성도 10%의 잘못은 있어 보인다.고 일침했다.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로 잠들어 사진 촬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뉘앙스인데 '왕따를 당할 만하니 당한 거다', '여자가 행실에 문제가 있으니 강간을 당한 거다'와 같은 맥락이다.

홍혜걸(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무슨 자동차사고 과실 비율도 아니고 피해자에게 10프로 잘못이 있다니 보험사 직원이냐(...). 소개팅 주선자도 2%의 책임이 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을 넣은 삼성도 1%의 책임이 있다. 그만 해 미친놈아.

알몸 촬영 사건의 피해자가 잘했다는 게 절대 아니다. 주선자가 있었고 상대방이 의사라 신원이 확실해 피해자가 안심한 것 같은데 성범죄 가해자 중 상당 수는 아는 사람이다.

자기 몸 자기가 챙겨야지 성범죄자들이 바글바글한데 처음 만난 남자 앞에서 술에 떡이 돼 드러누운 건 분명 어리석은 행동이다. 가오 떨어지기도 하고. 문을 안 잠그고 외출하거나 밤 늦게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성폭행 살해범 무케시 싱(출처: BBC '인도의 딸')

하지만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하거나 부모에게 원망을 들을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피해자에게 그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잘못을 비율로 나눈 것 자체가 범죄와 부주의를 동일선상에 놓아 일부 책임을 피해자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2012년 인도에서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무케시 싱이 정숙한 여자라면 밤 9시에 싸돌아다니지 않는다. 성폭행에서는 남자보다 여자의 책임이 훨씬 크다라고 합리화한 것처럼 말이다.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 물려 죽었다면 호랑이는 본능적으로 침입자를 공격하므로 들어간 사람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여자의 책임이 10%라는 말은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꽐라된 여자를 옷을 벗겨 사진을 찍는 다는 말이므로(...) 홍혜걸의 주장은 남성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홍혜걸은 이어 남성은 직업이 의사라는 이유로 새로 생긴 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 형사상 처벌이 가중된다.고 징쟁댔다. 이건 의사라고 차별하는 게 아니라 변호사, 유치원 교사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때로 의사 앞에서 빨가벗어야 하는데 전립선 마사지라던가 누가 성범죄자 앞에서 빨가벗고 싶을까.

김의성(출처: 프레시안)

그는 남의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대학 간 둘째 녀석부터 단단히 가르쳐야겠다.고 글을 맺었다. 우리아들 의대생임 ^오^ 홍혜걸은 자기 자식에게 '너는 여자 술 멕이고 벗긴 다음에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나 보다(...). 이런 글에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게 유우머.

홍혜걸의 페북글은 캡쳐돼 커뮤니티에 퍼져 가루가 되게 까였으나 일부는 10% 쉴드를 치기도 했다. 영화배우 김의성은 트위터에 홍혜걸 씨 똥침 쎄게 놓은 뒤에 방심한 똥꼬에 10%의 책임을 묻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근데 김의성은 남성혐오 트위터 계정인 메갤문학을 팔로윙하고 리트윗한다(...). 메갈리아의 아들

논란이 커지자 홍혜걸은 다음날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아래의 사과문을 올렸다.

페북이 열린 공간이란걸 망각하고 피해여성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습니다. 피해여성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용서를 구합니다. 아울러 제 글로 마음 상하신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미지로 포장된 유명인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구멍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