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지게차 사고, 화장품 회사 에버코스 패기

청주의 화장품 제조업체인 에버코스에서 사고를 당한 직원이 방치돼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버코스는 화장품을 비롯, 생활용품, 의약외품 등을 OEM으로 제조하는 연매출 600억원 대의 중견 기업이다.

7월 29일 오후 1시 57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위치한 에버코스 공장에서 화물을 가득 실은 지게차가 직원 이 모 씨(34세)를 덮치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씨는 쓰러져 움직이지를 못 했고 다른 직원이 즉시 119에 신고한다.

구조대인 사고 7분 후에 공장 입구의 도로에 도착했지만 에버코스 측은 직원이 찰과상을 입었는데 알아서 할 것이라며 돌려 보낸다. 하지만 이 씨는 다리와 갈비뼈가 부러졌고 장기 손상으로 내부 출혈이 심한 응급환자였다.

에버코스는 대신 공장에서 30분 떨어진 지정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한다. 공장에서 15분 거리에 대형 종합병원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 씨가 맨바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직원들이 취한 조치라고는 우산을 씌우고 담요로 덮어준 게 전부다. 그리고 사고 2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건 병원 구급차가 아니라 회사 승합차였다.

지게차 사고 CCTV 장면(출처: JTBC)

내부출혈 환자는 온몸을 고정시켜 이송해야 하지만 직원들은 의학지식도,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이 씨의 팔다리를 하나씩 들어 승합차에 실었다. 게다가 승합차는 지정병원으로 가지 않고 인근도로에서 지정병원 구급차를 기다렸다.

이씨는 사고 발생 1시간만에 지정병원에 도착했지만 정형외과라서 치료를 할 줄 몰랐다. 다시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 씨는 간이 손상된 상태였고 결국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119 구급차를 돌려보내지 않고 종합병원에 직행했다면 이 씨는 살았을 공산이 매우 크다. 에버코스는 그로부터 5일 후, '차량통제 및 지게차 통제업무를 위한 작업지도원' 1명을 시급 5580원의 계약직 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다. 사망한 이 씨도 최저임금을 받았던 계약직이 아니었을까.

이 씨를 승합차에 실는 CCTV 장면(출처: JTBC)

이 씨의 유족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교통사고니까 합의할 생각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지방 노동청 역시 지게차 운전자 등 3명만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을 뿐이다. 유족 측은 에버코스 구본열 대표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JTBC의 단독보도로 사망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에버코스는 홈페이지와 쇼핑몰을 폐쇄하고 다음날 기자들이 닥칠 것에 대비해 휴업 결정을 내리며 발빠르게 대처했다. 캬~ 구본열 대표 순발력 보소.

에버코스가 이런 병신짓을 한 이유는 이 씨의 사고를 산재처리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업무 도중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것을 산재라고 하는데 산재를 당한 직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사고 발생시 산재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산재처리를 하면 감독기관으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고 안전사고인 것이 드러나면 정부 지원금 삭감, 벌점, 벌금형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청업체는 벌점을 받으면 입찰이 제한되거나 재계약이 거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생산업체는 지정병원을 정해 놓고 산재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에버코스 본사(출처: 파이낸셜투데이)

에버코스 직원이 119에 신고한 것은 양반인 게, 대기업에서는 산재가 발생하면 119 대신 사내 부서에 연락하라고 교육시키기 때문이다. 2014년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인부가 추락사했을 때에도 롯데 측은 119에 신고조차하지 않았다. 대기업 생산업체의 산재 발생률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에버코스는 CCTV에 덜미를 잡혔지만 CCTV도 없는 영세 사업장이나, 반대로 인맥이 탄탄한 대기업은 산재 발생시 지정병원과 짜고 자기과실로 축소, 은폐한다. 회사가 산재처리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 산재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안전수칙을 지켰다면 불이익을 받을 일도 없다.

에버코스는 산재처리로 벌점을 받으면 납품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산재로 인한 부상과 사망은 천지차이라 영세업체일 경우 폐업될 수도 있다. 에버코스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꼴이 됐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우리 에버코스가 중견 제조업체라 대형로펌 선임해서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쉴드쳐 주면 끽해야 집행유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광복절 때 경제인 특별 사면해 주면 전과도 없어지니 개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