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방송 중 총격, 기자 사망 사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생방송 뉴스 도중 현장 리포트를 하던 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시간 8월 26일 오전 6시 45분, 지역 방송국인 WDBJ의 아침 뉴스 시간에 앨리슨 파커(24세) 기자와 카메라기자 아담 워드(27세)는 한 쇼핑센터에서 지역 인사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총성이 울렸고 비명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자 검은 옷 차림에 총을 든 괴한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화면은 급히 스튜디오로 넘어 왔고 눈이 휘둥그레진 앵커는 시청자에게 사과한다.

우리나라는 생중계로 현장 리포트를 할 때 최소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PD가 한 팀을 이루지만 해당 방송국은 시골의 작은 방송국이라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둘이서 일한다. 게다가 이른 아침이어서 현장에는 여기자, 카메라기자, 취재원 이렇게 3명만 있었다. 이 때문에 인터뷰 도중 괴한이 가까이 다가가도 방송에 몰두해 아무도 알아채지 못 했다.

괴한은 한 손에 폰을 들고 상황을 촬영하면서 여기자 바로 앞에서 총을 들이댔지만 아무도 보지 못 했다. 반응이 없자 괴한은 몇 걸음 물러난 후 여기자를 향해 서너 차례 발포했고 그녀는 몇 미터를 도망가다 이내 쓰러져 사망했다. 괴한은 이어 총에 맞아 쓰러진 카메라기자를 확인사살했다. 그는 총 15발 이상을 발포했다.

괴한은 해당 방송국에서 근무했던 베스터 플래니건(41세)으로 2012년 멀티미디어부 기자로 채용됐으나 욱하는 성격과 동료들과 불화로 1년 만에 해고됐다. 그가 해고 사실을 통보받고 불같이 화내는 바람에 방송국 측은 전직원을 대피시킨 후 경찰을 불러 그를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한동안 방송국 주변에 보안요원을 배치했다고 한다.

그는 인종차별을 받았다며 해당 방송국을 상대로 당국에 진정을 냈지만 조사 끝에 기각됐다. 살인범은 범행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여기자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카메라기자는 인사과에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에도 플로리다의 지역 방송국에서 근무태도 불량과 동료를 위협한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 직후 방송국을 상대로 인종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합의했다. 이후 브라이스 윌리엄즈란 예명을 사용해 과거를 세탁했다.

피해자와 살인범(우)의 2013년 당시 모습

살인범은 사건 전날 ABC 방송국에 팩스를 보내 자신이 흑인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인종차별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2개월 전 백인이 흑인 교회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찰스턴교회 총기난사 사건에 자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과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에게 존경을 표한 걸로 봐 망상증 환자가 맞는 것 같다.

살인범은 살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 모두 중지됐고 경찰의 추적을 받자 권총으로 자살했다. 현장에 있던 유일한 생존자인 취재원은 응급 수술 후 안정을 되찾았다.

사망한 여기자와 카메라기자 모두 사내 커플들이었다. 사망 직후, 동료 앵커는 여기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임을 털어놨다. 카메라기자 역시 보도국 PD와 약혼한 사이였는데, 당시 해당 뉴스의 연출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약혼남의 죽음을 조정실에서 지켜봐야 했다.

미친놈에게 총기 소유를 허가한 댓가로 피해자들만 불쌍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