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파문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밝혀 인터넷 스타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 그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3세에 행시에 합격(36회)한 엘리트로 이명박 정권 시절 교육부 장관 비서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2016년 3월, 교육부 정책기획관(2급)으로 승진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교육부의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보직으로 기업의 전략기획실장에 해당한다.

2016년 7월 7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홍보·언론 담당) 과장과 함께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술자리를 겸한 저녁 식샤를 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대해 노가리를 까던 중 나향욱 기획관이 뜬금없이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라며 '아, 그래. <내부자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극사실주의 영화

개 사육장이나 양돈장을 했어야 할 사람이 교육부 정책기획관을 하고 있으니 국정 교과서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건 청와대 그분 공인데

양돈업자 나향욱 정책기획관(출처: SBS)

나향욱 기획관은 '민중은 99%를 말한다'라면서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제 노오오력을 더 해야 할 듯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는 교직발전기획과장 시절이던 2009년, 한 강연에서 '누구든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교육으로 실현하겠다'고 뻐꾸기를 날린 바 있다.

나향욱 기획관은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건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같이 높은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도 나향욱 기획관의 신분이 조선시대처럼 상놈으로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대신 높은 사람들이 얘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한 기자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고 지적하자 나향욱 기획관은 '그게 어떻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라고 황당해 했다.

개장수 나향욱 정책기획관(출처: SBS)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나향욱 기획관은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꾸짖었다.

기자들이 '정부가 겉으로라도 사회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내자 나향욱 기획관은 '아이고,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일침했다.

기자들은 빡이 돌아 자리를 떴으나 뒤따라온 대변인과 과장이 해명을 들어볼 것을 설득해 자리로 돌아가 녹취를 시작했다.

나향욱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미국처럼 신분 사회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의역 사고를 당한 애가 다시 안 생기기 위해서라도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고(...)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라고 일갈했다. 즉, 상하 간 격차가 지금보다도 더 벌어지면 구의역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는 수차례 녹취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 끝에 대화를 중단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생각하는 당신의 모습(출처: 페이스북)

다음날 저녁, 나향욱 기획관은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 편집국을 찾아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취중진담. 실언을 했다 보도할 줄 몰랐다'고 사과했지만 경향신문이 당일 해당 발언을 보도해 시무룩해졌다.

아무리 술자리더라도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평소 선민의식이 쩔듯. 술에 취해 조선일보 기자로 착각했을 수도

그는 SBS와 인터뷰에서 "술에 취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민중이 개돼지 같다'는 발언은 영화에 그런 대사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으로 민중을 개돼지 취급했다.

언론 보도 후, 나향욱 기획관은 교육부 공무원으로는 최초로 나무위키에 페이지가 개설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가루가 되게 빻였고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징계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다시는 이런 막말이 없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논평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도 '중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교문위에 출석한 나향욱 기획관(출처: KBS)

나향욱 기획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출석 요구에 고향 마산에서 요양(...) 중이라며 거부했다가 뒤늦게 출석했다. 1%의 간지는 온데간데없고 머리와 얼굴에 개기름이 껴서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처럼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해선 안될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리고 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정말 제가 잘못했구나, 정말 죽을 죄를 지었구나 생각했다'라고 울먹였다(...).

교육부는 사과와 함께 중앙징계위원회에 나향욱 기획관의 파면을 요청했지만 문제의 발언이 범죄도 아니고 감봉, 정직 선에서 끝나지 싶다. 하지만 공무원, 특히 고위공무원은 감봉 처분만 받아도 앞으로 승진은 끝났다고 봐도 좋다.

잠잠해지면 꿀보직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개돼지 드립이 쫓아다닐 텐데 미쳤다고 데려가겠나.

47세에 2급이면 승진이 빠른 편이고 차관은 물론, 새누리당 인맥도 있겠다 장관도 노려 볼 만 했는데 개돼지 드립으로 개돼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