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이란? 정윤회 보고서 내용 정리

정윤회(출처: 연합뉴스)

정윤회 문건이란 '청와대의 감사실'이라 불리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2014년 1월에 작성한 정윤회에 대한 동향 감찰 보고서를 말한다. 정식 명칭은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지만 너무 길어서(...) 보통 '정윤회 문건', 혹은 '정윤회 보고서'라고 부른다.

동향 감찰 보고서란 쉽게 말해 뒷조사인데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권력층과 그들의 친인척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작성되고 엄연히 합법이다.

제목의 VIP는 박근혜 대통령을 뜻한다. 靑비서실장 교체설이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병을 앓고 있어 교체될 것이란 소문으로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까지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라다.

그런데 정윤회 문건에 의하면 이 괴담의 배후에 정윤회가 있다는 것이다. 정윤회가 누구냐면 박근혜 비서실장 출신으로 박근혜의 절친이지만 현재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고 있다.

정윤회 문건의 요지는 정윤회, 문고리 권력 3인방,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 정도가 2013년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강남에 있는 식당에서 만나 국정 운영과 청와대 내부 상황에 대해 노가리를 깠다는 것이다. 정윤회 문건은 이들을 십상시(...)로 지칭했다.

결정적으로 2013년 송년 모임에서 정윤회가 김기춘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니 이걸 증권가 찌라시에 흘려 사퇴 분위기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게 정윤회는 어떤 직함도 없는 그냥 돈 많은 아저씨인데 청와대 비서관들이 일반 아저씨한테 지시를 받았다는 소리이기 때문에, 소문으로만 돌던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게다가 김기춘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들인 문고리 3인방보다 서열 상 위에 있으므로, 문고리 3인방이 김기춘 옹을 끌어 내려 한 것은 일종의 하극상이 된다.

청와대 내부 동향을 정윤회같은 외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지만 처벌할 리가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자.

정윤회 문건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관천 경정이 작성했는데, 문건이 보고된 후 한 달 만에 박경정은 원대복귀했고 두 달 뒤에는 조응천이 사표를 냈다.(...) 물론 십상시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정윤회 문건은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에 최초보도됐으며, 보도 후 3일 만에 세계일보 사장이 교체됐다.(...)

세계일보 보도가 나가고 이틀 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고, 박근혜 대통령VIP은 사흘 만에 정윤회 보고서를 찌라시로 평가절하하며 보고서 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그럼 공직기강비서관은 기레기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출처: 한겨레)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등 9명은 세계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정작 문건을 작성한 조응천과 박관천은 고소하지 않았다.(...)

정윤회는 지금껏 고수했던 신비주의를 깨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호통을 쳤다.

지금이야 박근혜 임기가 많이 남았으니 당당하겠지만 정권 말기에 한 마리 굴비가 되어 돌아올지는 두고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