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병으로 끝난 박지만 미행 사건

박지만 EG 회장(출처: YTN)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그룹 회장의 미행 사건이 역대급 용두사미로 끝났다. 박지만 미행 사건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여기를 클릭.

이 사건은 박지만과 정윤회, 왕자님과 대원군의 세기의 대결이라는 데서 정치계의 빅 매치로 주목받았지만 박지만이 '그런 거 없다'라고 하는 바람에 시합이 취소됐다.

검찰은 박지만 미행설의 출처는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이고, 박지만도 이 문건을 보고 정윤회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의심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병맛 만화도 아니고

9개월 전 시사저널은 박지만이 오토바이로 미행한 괴한을 잡아서 정윤회가 시켰다는 자술서까지 받아냈다고 단독 보도했는데 박지만은 검찰 조사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을 붙잡은 적도 없고,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해 시사저널을 멘붕에 빠트렸다. 정윤회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시사저널과 기자들은 이제 망해쓰요.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박근혜 정권에서 이상한 게 한둘이야 시사저널이 이 사건을 최초 보도했을 때 박지만은 왜 자기 누나처럼 버러우타고 있었냐는 것이다.

박관천 경정(출처: YTN)

박지만은 미행설에 대해 사실 확인을 묻는 시사저널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미행설과 관련해 검찰 조사도 응하지 않고 뭉게고 있다가 정윤회 문건이 터지고 나서 이제서야 진술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 유출한 것도 박 경정, 박지만 미행설을 지어낸 것도 박 경정, 결국 박 경정이 박지만과 정윤회를 싸움 붙였다는 말인데 솔직히 이건 박근혜라도 안 믿겠다. 검찰 수사 보고서를 임성한 작가가 썼나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문영남이 썼을 수도

박관천이 경찰내에서는 경정으로 낮은 직급은 아니지만 청와대에서는 그냥 말단 행정관이었는데 청와대가 행정관 하나에 좌지우지된다는 게 말이 되나. 만에 하나 이게 사실이라면, 전여옥이 말처럼 '등신 정부' 소리들어도 할 말 없다.

웬일로 이번 사건을 비교적 공정 보도했던 애국 보수 언론들도 죄다 박 경정에게 뒤집어 씌우는 걸로 봐서 뒤에서는 이미 다 정리된 것 같다.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박지만 미행 사건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정윤회와 박지만 사이의 희대의 개싸움이 예상됐지만 박 경정이 장렬히 산화(...)하고 없던 일로 되면서 기대했던 수 많은 팬들을 아쉽게 했다.

혹자는 이번 대결이 정윤회의 승리라고도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관심 밖이었던 정윤회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알린 것 만으로도 정윤회의 완패다. 그리고 박지만이 호구라서 이렇게 순순히 물러난 것 같지는 않은데.

정윤회 문건 유출자란 누명을 쓰고 자살한 최경위가 자살 직전 친형과 통화에서 검찰 수사는 퍼즐 맞추기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스포일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