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EG 회장 미행 사건 정리

박지만 EG 회장(출처: YTN)

박지만 미행 사건이란 2013년 말,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한 달 이상 정체 불명의 남자에게 미행당한 사건을 말한다.

2014년 3월 시사저널이 여당 인사 두 명의 전언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고,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이 받아 먹었지만 왜인지 이슈가 되지 못 하고 그냥 묻혔다.(...) 그 뒤에 얼마 안 있어 세월호 사건이 터진 것도 하나의 이유일 듯.

시사저널의 보도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2013년 11월, 박지만은 자신의 차를 웬 오토바이가 졸졸졸 따라다니는 걸 느낀다. 낌새가 이상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다음 달 퇴근 길에도 같은 오토바이가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붙잡기로 결심한다.

박지만은 미행한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 그대로 자기 집까지 간 다음, 집 앞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자신의 운전기사를 퇴근시킨다. 조금 있으니 오토바이가 따라 들어왔고 박지만은 그 자리에서 오토바이에 탄 사람을 붙잡았다.

여기서 이해가 안 가는 게 박지만은 55세로 내일 모레면 환갑이다. 게다가 명색이 회장님이 운전기사를 안 시키고 직접 괴한을 잡았다니 이 무슨 김성모 만화같은 얘기인가?

박지만을 미행한 사람은 분명 젊은 사람일 테고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는데 박지만은 자칫 위험해 쳐할 수도 있는 상황에 운전기사를 퇴근시켰다? 게다가 박지만같은 거물을 미행할 정도의 프로가 오토바이까지 탄 상태에서 60이 다 된 아저씨한테 잡혔다고?

어쨌건 박지만은 오토바이 괴한에게 자술서를 여러 장 받아내는데 괴한은 미행을 지시한 게 정윤회라고 자백한다. 정윤회는 박근혜의 최측근으로, 박근혜가 정식으로 정치에 입문한 대구 보궐 선거 때부터 2007년까지 박근혜를 보좌했다. 정윤회의 전처인 최순실은 박근혜의 절친. 정윤회는 박지만과도 친했지만 요즘은 전화 연락도 안 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다고.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 또 하나. 박지만이 괴한으로부터 자술서를 받을 때 이렇게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박지만: 누가 시킴?ㅎ

괴한: 정윤회ㅋ

흥신소 일하는 사람들, 특히 거물들 뒷조사하는 사람들은 돈 많이 받는다. 돈 많이 받는 만큼 들키지도, 들켰어도 의뢰인의 이름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박지만은 내일 모레 환갑인 양반이 이 괴한을 붙잡아 자술서까지 받아냈다 하니 역시 금오 혈통이다.

어찌됐건 정윤회의 사주를 받았다는 괴한의 자백에 박지만은 피꺼솟해서 동네북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에게도 알렸다.

그 간부는 경찰에서 파견 근무 중인 부하 직원 A에게 미행 사건을 내사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 중요한 순간에 A씨가 대기발령이 나면서 나가리됐다.

정윤회의 지인이자 박 대통령의 측근이 이 간부에게 전화해 A를 원대 복귀시킬 것을 주문했다 카더라. 간부가 거절하자 측근은 김기춘 옹을 팔았고, 간부가 김기춘 옹에게 전화해 보니 기춘 옹은 난 그런 적 없다고 해서 내사는 계속 진행된다. 그러자 이 측근은 이번에는 간부에게 여왕님의 뜻이라고 재촉했고, 결국 A는 원대 복귀했다.

정윤회는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며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으며, 관련 보도가 나가자 시사저널 기자 3명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시사저널에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박지만 본인 뿐만 아니라 김기춘 옹도 이 사건에 대해 함구해 그대로 묻히나 싶더니... 정윤회 문건이 터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윤회가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소하면서, 시사저널 기자 고소건으로 박지만과의 대질신문도 요구한 것이다. 때문에 묻힐 뻔한 박지만 미행 사건은 홍보가 제대로 되 버렸다.(...)

정윤회, 문고리 3인방과 박지만의 사이가 안 좋다 카더라. 박지만 측근들의 청와대 입성을 문고리 3인방이 막았다 카더라. 잠깐 이건 잘한 거 아닌가?

여왕님의 절친과 왕자님의 대결에서 여왕님은 누구 편을 들어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