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가입 한국인 김군 사건 정리, 훈련 근황

2015년 1월 17일, 터키의 한 일간지가 18살 한국인 남성이 시리아로 불법 입국해 이슬람 개막장 테러단체인 IS(이슬람국가)에 가입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전국이 발칵 뒤집힌다.

문제의 한국 남성은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군으로 우리 나이로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나이지만 중학교 자퇴 이후 줄곧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왔다.

김군은 초등학교 때 집단폭행을 당한 적이 있고, 6학년 때에는 왕따를 당해 학교를 세 번이나 옮겨야 했다. 학교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로 중학교 입학식 이후로는 학교를 나가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김군은 PC게임에 빠져 부모와 갈등을 빚다가 2014년 10월, 터키인 펜팔 친구 핫산을 만나러 가겠다며 터키 여행을 보내 줄 것을 부탁한다. 부모는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김군이 여행을 보내 주면 마음 잡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지만 안 보내 주면 죽어 버리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결과론이 아니라 김군의 부모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은톨이 고등학생이 고작 펜팔친구를 만나겠다고 터키 여행에 무섭게 집착하는 것부터가 이미 정상이 아닌데 무조건 말렸어야 하지 않나.

어쨌건 김군이 미성년자에 말도 안 통해 보호자 겸 가이드가 필요했는데 김군의 아버지는 공무원이라 개인 가이드를 구할 형편이 못 됐다. 김군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는 지인을 통해 해외 선교 경험이 많은 홍 모 목사(45)를 소개 받았고 홍 목사는 시간을 쪼개 김군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김군과 홍 목사의 이동 경로(출처: 일요시사)

김군과 홍 목사는 7박 8일 일정으로 출국해 현지 시간 8일,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했는데 홍 목사는 여행의 목적지도 몰랐다. 가이드는 페이크였다!

핫산이 알려 준 킬리스에 있는 이슬람사원에 김군이 가 보고 싶다고 해 김군 일행은 국내선으로 가지안테프로 가서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 날인 9일, 김군은 핫산에 전화를 하고 홍 목사와 버스를 타고 킬리스로 간다.

킬리스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인데다가, IS가 장악한 시리아의 아자즈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외교부에서는 여행경보 지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삼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김군의 이동 경로인 이스탄불-가지안테프-킬리스-시리아는 IS에 가담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다.

김군은 핫산이 소개해 줬다며 홍목사에게 킬리스의 특정 호텔에 투숙할 것을 요구해 둘은 이곳에 묵는다. 그런데 이 호텔은 IS 모집책들과 지원자들이 접선하는 장소로 현지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김군이 투숙한 호텔(출처: )

10일 오전 8시, 김군은 홍 목사 몰래 짐을 싸서 호텔을 나온다. 김군은 호텔 앞에서 아랍어를 쓰는 한 남자를 만났고 둘은 시리아인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택시를 타고 25분 거리에 있는 터키 내 시리아 난민촌 근처에서 내렸다. 택시 운전자에 따르면 김군과 남자는 이동 도중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김군은 잠적해 외부와 연락이 끊겼다.

홍 목사는 김군이 사라진 이틀 후에야 터키의 한국대사관에 신고한다. 홍 목사는 김군의 행방을 찾아다니느라 신고가 늦었다고 주장했지만 호텔 직원에 따르면 홍 목사가 김군이 사라진 뒤 3일 동안 30분만 외출했다고 한다. 방 안에서 돌아오라고 기도했을 수도

하지만 대처가 빨랐더라도 김군이 이미 IS 점령지 근처로 간 뒤기 때문에 별 도리는 없었을 것 같다.(...) 소식을 전해들은 김군 어머니는 15일 금천경찰서에 김군을 실종 신고했고 3일 뒤, 터키 언론을 통해 김군이 IS 점령지로 갔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 때 김군의 IS 납치설이 제기됐으나 경찰이 김군의 컴퓨터와 인터넷 기록을 턴 결과 김군이 IS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속속 발견됐다.

김군의 트위터(출처: 연합뉴스)

우선 김군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과 배경화면은 IS의 깃발이고, 계정 이름은 수니의 전사를 뜻하는 sunni mujahideen인데 IS가 바로 이슬람 수니파 단체다.

김군 컴퓨터의 바탕화면도 IS 깃발 사진이며, 컴퓨터 안에서 수 십 개의 IS 조직원들과 이슬람 관련 사진들이 발견됐다. 참고로 김군의 트위터 계정인 glotory1는 정지 먹었으니 가짜에 속지 말자.

김군은 2014년 1월부터 500여 회에 걸쳐 IS, 이슬람, 터키, 시리아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했으며 방 안에 'IS에 가입한다'를 뜻하는 joint IS(join IS의 잘못) 메모가 발견됐다.

결정적으로 김군은 10월 4일에 트위터에서 아무나 붙잡고 IS에 가입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스탄불의 핫산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김군은 이렇게 핫산을 알게 됐는데 핫산의 정체는 바로 IS 터키 지부의 간부였다.

김군이 IS로 간 이유는 불확실하다. 김군은 트위터에 지금은 남성이 역차별받는 시대이다. 난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러므로 난 ISIS가 좋다.란 괴랄한 글을 남겼는데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테러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 발언 때문에 김군이 일베 회원이라는 의혹이 있었지만 다른 증거는 없기 때문에 억측일 뿐이다.

출국 전날 페이스북에 난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어.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란 글을 남긴 것을 보면 은톨이 생활로 현실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IS를 영웅으로 묘사한 선전 영상과 높은 보수, 고급 자동차를 약속한 모집책의 이빨에 혹해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IS 전사들은 많은 월급, 복지 혜택은 개뿔, 빵과 치즈만 먹으면서 그지처럼 산다.

터키에서 잠적하고 약 한 달이 지난 2월 24일, 김군이 IS의 신병교육대 종합훈련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은 시리아 내 정보원을 통해 김군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한국인이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군의 훈련은 5월까지 계속되며 최종 시험에서 합격하면 IS 전사, 즉 테러범이 되고 불합격하면 포로 교환용 인질이 돼 어느 쪽이건 미래는 암담하다.(...)

혹자는 김군을 중2병 환자, 자업자득이라며 비난하지만, 그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오랜 은둔 생활을 해 온데다가 사춘기까지 겹치면서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청소년일 뿐이다. 도움을 주지는 못 할 망정, 최소한 조롱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