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2: CJ 제휴, NC 50억 투자, 편집부 위엄

전편 '레진코믹스 원고료? 억대 연봉 30명, 월수입 5천'에서 계속. 전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레진코믹스는 2014년 10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그 중 63억 원이 작가들에게 지급됐다. 이 정도면 매출 대비 작가들 대우는 업계 최고라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아예 레진 연재를 목표로 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을 정도다.

포털과는 달리 레진은 글 작가와 그림 작가를 연결해 주는데 특이하게 이들 사이의 수익도 조정해 준다. 하지만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이미 팀을 만든 상태라면 레진은 수익 배분에 관여하지 않는다.

포털에서 연재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의 조회수를 알 수 없다. 편집부에서 대략적인 수치만 알려 준다고 한다. 네이버 베스트도전 작품들의 조회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것과는 대조된다.

반면 레진은 작가들과 조회수, 매출액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수익 배분으로 원고료를 받는 작가들은 매출액이 원고료와 직결되고 조회수는 향후 매출액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회수는 손님, 유료보기는 유료 손님인데 손님 중에 유료 손님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조회수가 많아야 한다.

편집부: 업계 최대

레진 마스코트 이성업 이사와 권정혁 CTO(출처: 매일경제)

레진코믹스 편집부는 6명의 편집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원 학산, 애니북스 같은 만화 출판사 출신의 경력직들이다. 국내 최대 웹툰 연재처(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의 운영팀이 편집자를 포함해 총 6명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포털 웹툰 편집부는 작가에게 간섭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기초적인 가이드라인만 주고 이를 벗어날 경우만 수정을 요구할 뿐, 나머지는 작가의 몫이다. 포털 작가들의 고민 중 하나가 편집자의 부재이라고. 반면 레진은 6명의 편집인들이 회마다 피드백을 해 준다.

왜냐고? 레진의 주수입원은 유료보기다. 무료 만화는 돈 안 드니까 재미가 썩 없더라도 시간 떼우기 용으로 보게 된다. 반면 유료 만화는 조금이라도 몰입도가 떨어지면 본전 생각나서 보지 않게 된다. 특히 부분 유료 만화는 뒷 얘기를 궁금하게 만들어 유료보기를 유도하는 건데 몰입도가 떨어지면 뒷 얘기가 궁금하지가 않아 좀만 기다렸다가 무료로 본다(...).

따라서 편집부는 유료보기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작가에게 조언하고 유료보기 수입이 떨어지면 스토리 변경도 요구한다. 뽕빨물은 어떻게 조언할지 궁금하다. 일본 소년 만화 잡지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레진이 가장 많은 편집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레바툰(출처: 레바툰)

전략적 제휴: NC소프트 50억 투자

레진코믹스는 2014년 2월 CJ E&M와 웹툰의 영상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보통 웹툰은 완결 후 또는 한참 진행된 후에 영상화되는데 CJ E&M은 웹툰 제작에 직접 참여해 영상화를 목표로 한 웹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면 레진과 작가들은 제작비를 CJ E&M으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수입원이 다각화된다.

레진은 또 같은 해 4월, NC소프트(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 원의 현금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레진은 NC소프트의 게임을 웹툰으로 제작하고 NC소프트는 레진 웹툰을 게임으로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레진은 포털과는 달리 대부분 작품의 2차 저작권 행사에 대한 우선적 협상권과 최종 거절권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작가가 레진에 연재했던 웹툰을 드라마화, 영화화, 게임화하고 싶으면 레진의 허락이 필요하다. NC소프트와 CJ E&M은 레진을 통해 웹툰에 대한 판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출처: 중앙일보

결론

레진코믹스에 억대 연봉 작가가 3, 40명 있다는 말에 혹하지 마라. 신인작가들에 대한 대우는 다음보다야 좋지만 네이버에는 못 미친다. 네이버 웹툰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배너 광고 수입이 있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국내에서 가장 높다. 레진이 타 연재처와 비교했을 때 유난히 언플을 많이 하는 것이 뭔가 찜찜하다.

2015년 6월부터는 단행본 출판도 레진코믹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걸로 전해졌다.

하지만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을 깼을 뿐 아니라 일본 만화가 점령했던 국내 여성향 성인 만화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 파이 자체를 키운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형 포털들이 독식했던 웹툰 시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노동자들의 착취 없이 불과 1년 만에 2위 자리 까지 넘보기에 이른 건 경영의 모범 사례다. 레진의 성공을 보고 시작한 후발업체들이 죄다 망한 걸 보면 레진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