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증세없는 복지 불가능' 고백 파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실토했다.

김무성 대표는 2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 권리로서 복지라는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양심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토론회에 나와 '증세하지 않고 어떻게 복지재원을 충당합니까. 그게 가능합니까?'라고 묻는 문재인 후보에게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흐흐'라고 자신있게 답한 바 있다.

그런데 대선 당시 김무성 대표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의 이번 발언은 과거 국민들을 속인 것에 대한 자백이거나 자신도 박근혜 후보에게 낚인 것을 인정한 것이다.

만일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낚여 정말로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 줄 믿었다면 똥, 된장 구분 못 한다는 얘기이므로 그건 그거 대로 웃기다 하겠다.

18대 대선 토론(출처: KBS)

새누리당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 역시 하루 전날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한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뱃세가 오르고 소득, 세액공제 전환 세법 개정안을 모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면 답답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밝혀 아직도 증세 없는 복지 타령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무안하게 했다.

비박계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반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국무총리가 대통령 만큼의 권력을 가진 제도) 개헌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히고 토론하는 것은 당연'이라며 가오를 잡았다.

비박계 오야붕인 김무성 대표도 이미 작년 10월 중국에서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 봇물 터질 것'이라며 간을 본 적이 있다.

김무성 대표(출처: 노컷뉴스)

일각에서는 집권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아재들이 대통령에게 슬슬 기어 오르며 야당 흉내를 내는 것으로 봐 레임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 마지막 해에 레임덕이 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겨우 3년 차다.(...)

집권 말기가 가까워지면 여당 대권 주자들은 힘 빠진 대통령과 선을 긋고 정부에 쓴소리를 시작하며 이미지 관리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이회창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동영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박근혜가 그랬다.

김무성, 유승민도 이명박 정권 시절 뼛속까지 친박계였지만 차기 대권 준비로 자연스럽게 비박계가 됐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차기 대권 주자 1순위고,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비박계 넘버 투로 유력한 대권 후보다. 김문수는 웁니다

레임덕의 또 다른 징후는 2월 초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의 이주영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도 비박계인데 원내대표 마저 비박계가 되면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기 때문에 친박계는 사활을 걸고 이주영을 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승민 원내대표(출처: SBS)

선거는 어차피 인기투표이기 때문에 본인이 인기가 있거나, 인기있는 사람을 팔아야 표를 얻는다. 저번 총선과 재보선에서 박근혜를 팔아 당선된 의원들이 비박계 원내대표를 뽑았다는 것은 이제 박근혜 팔아서 장사가 안 된다는 걸 안다는 소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30프로 대가 깨졌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기존과 차이 없는 40프로 전후다.

권력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현역 의원들이 말을 갈아 탄 것으로 보아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 없이 이대로 쭈욱 레임덕으로 갈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유승민이 정부에 입바른 소리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달라진 것도, 새누리당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 역대급 속도로 레임덕이 와 친박계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 외에는 별 의미가 없으니까 다음 대통령도 새누리당이란 것만 알자. 물론 당명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