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30% 붕괴 쾌거, 원인과 의미

한국갤럽이 2015년 1월 27~29일 10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로 나타나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집권 3년차 1분기를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역대 대통령들의 평균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꼴찌에서 두 번째다.

꼴찌는 28%로 기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고, 숨만 쉬어도 까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조차 지지율이 33%였다. 참고로 지지율 1위는 김대중(49%), 2위는 이명박(44%)이었다. 이명박이 2위라는 게 반전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는 역대 최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9%(긍정평가) - 63%(부정평가) = -34%를 기록, 노무현(-22%), 노태우(-12%), 이명박(-1%)을 제치고 꼴지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역대 1위는 김대중(22%), 2위는 김영삼(3%)이다.

이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냐면 새누리당 콘크리트 층이 전체 유권자들의 4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콘크리트가 붕괴된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박근혜가 독도를 일본에 팔아도 지지율이 35%는 나올 거라는 말이 있었으니 30% 붕괴는 전두환 머리털 나는 것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호불호가 갈려 지지율이 높지 않은 대신 충성도가 좋은 콘크리트의 비중이 높다. 보수든, 진보든 콘크리트는 지지자가 아니라 팬이기 때문에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지지하는 거다.

출처: YTN

게다가 한강의 기적을 팔아 대통령이 된 이명박과 달리 박근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를 팔아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은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지 못 해 팬덤이 깨졌지만 추억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박근혜의 팬덤이 훨씬 단단하다.

더군다나 애국보수 언론이 치밀하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 주니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환상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부정 선거를 해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뻘거벗고 딸 같은 대사관 인턴의 엉덩이를 만져도, 세월호로 수 백명의 국민들이 사망해도, 친일파가 총리 후보가 되도, 십상시들이 설치고 다녀도 지지율이 40프로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의 40%는 물론 30%선도 깨진 것이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억을 더듬자면 작년 9월 담배값 인상이 확정됐고, 올해 1월 연말정산 폭탄이 터졌다.

이 둘의 공통점은 부정 선거, 정치 검찰, 친일사관, 세월호 참사, 고리원전과 달리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즉, 불의는 잘 참지만 불이익은 못 참아 박근혜에 대한 팬질을 접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박근혜 콘크리트가 깨졌을 뿐 새누리당 콘크리트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1%로, 딱 콘크리트 만큼 나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옳지만 박근혜는 잘못된 것으로 평가한 셈인데, 왜 이명박을 뽑아서 후회해 놓고 박근혜를 뽑은 지 이해가 간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개잡주 떨어지듯 떨어지는데도 반등시킬 만한 카드가 없어 똥줄이 타는 상황이다.

예전 같았으면 통진당을 좀 쪼아 주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엮으면 지지율이 확 올라갔겠지만 헌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통진당의 배를 갈라 버렸다.(...)

해외 여행순방에 나서서 옷을 쫙 빼입고 외국어 연설을 간지나게 해도 팬덤에 불이 붙지만 이제 갈 데가 더 이상 없다.(...) 그럼 IS 점령지역을 가 보는 것도

전임 대통령을 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태우가 하나회 동료 전두환이를 뒤통수를 때리고 백담사로 귀양보내 재미를 쏠쏠히 봤듯이 말이다.

한불 정상 회담(출처: 노컷뉴스)

이명박 정권에서 병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털기 시작한 것도 2008년 소고기 수입 개방으로 집권 1년 만에 쥐쥐율이 34%로 떨어지고나서다. 하지만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머집 자서전까지 내고 입을 털면서 깐죽대는데 털기는 커녕 찍소리도 못 하고 있다. 평화왕

이대로 가다간 박근혜 정권에 곧 레임덕이 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십상시 논란,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청와대 분위기도 개판이라 조기 레임덕 설이 끊임없이 나오긴 했지만, 역대 최단 기간 레임덕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