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일본인인질 살해사건 정리 2: 고토겐지 기자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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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네오카 고스케 기자는 고토 겐지 기자와 같은 프리랜서 언론인이지만 IS(이슬람국가, ISIS, ISIL)와 친분이 깊다.(...) 그는 IS 점령지를 자유자재로 취재할 수 있는 유일한 기자로 IS 오야붕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최초로 인터뷰하기까지 했다.

쓰네오카 기자는 2000년 체첸 사태 때 종군 기자로 참가했는데 체첸이 이슬람 문화권이라 취재 도중 이슬람에 빠져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이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게릴라들을 취재해 이슬람 문화와 무장 단체들의 생리에 빠삭하다.

재판을 담당한 직원의 사령관이 마침 쓰네오카 기자의 친구라(...) 사령관이 쓰네오카 기자에게 연락해 통역을 부탁했고 이 때서야 유카와가 억류됐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진다.

쓰네오카 기자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통역 뿐만 아니라 유카와의 변호를 자청해 최대한 형량을 줄일 계획을 세운다.

그는 9월에 시리아에 도착하지만 현지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일본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10월에 다시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출국 하루 전날, 일본 대 테러 부대가 자택을 급습해 모든 자료를 압수해 버려 발이 묶인다. 재미있는 건 이 사건으로 쓰네오카 기자를 비롯,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쓰네오카 기자의 출국이 무산되자 유카와와 친분이 있던 고토 겐지 기자가 대타로 중재에 나선다. 고토 기자는 늦둥이를 임신한 아내에게 친구를 구하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홀로 출국한다.

고토 기자는 10월 말 시리아에 도착해 여러 경로를 거쳐 11월 초 IS 거점지역에 들어갔지만 현지 가이드의 배신으로 몇 시간 만에 붙잡힌다.

그는 붙잡히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영상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시리아 사람을 원망하지 않으며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ㅠㅠㅠㅠ

고토 기자가 IS 기준으로는 적국의 용병인 유카와를 구출하러 왔고, IS가 극혐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적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IS는 11월 초 고토 기자의 부인에게 몸값 10억 엔(98억 원) 요구했지만 프리랜서 기자 아내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나.

당시만 해도 IS와 일본은 소 닭보듯 하는 사이였고 인질들이 한 명은 덕후에, 다른 한 명은 기자라 죽일 명분도 없어 그렇게 뭉개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17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이집트 카이로 연설에서 IS와 싸우는 주변 국가들에게 2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IS는 이때다!하고 그로부터 3일 뒤, 인질들의 몸값을 아베 총리가 IS의 주변국들에게 약속한 2억 달러로 정하고 72시간 안에 몸값을 주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이때서야 IS에 일본인 인질이 있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사건처럼 일본의 반응은 냉랭했다. 유카와가 돈벌이를 하러 시리아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었고 일본의 일베인 2ch의 넷우익들은 고토 기자 뿐 아니라 같은 넷우익인 유카와도 합성 사진을 올리며 조롱했다. 그런데 유카와는 혐한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까였다.(...)

아베는 테러범들과 협상은 없다며 오바마 흉내를 냈고, IS는 그래?하면서 25일 유카와를 참수하고 종특인 인증 동영상을 올린다. IS는 고토 기자에게 유카와가 참수된 사진을 들고 IS의 요구 사항을 말하게 하는 천하의 개쌍놈 짓을 한다.

참수된 유카와 사진을 들고 있는 고토 겐지

정작 유카와가 살해되자 일본 내 여론은 돌변했고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지에서 '나는 겐지다'라는 문구를 든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고토 기자의 생환을 기원하자, 일본 정부도 태도를 바꿔 IS와 협상에 나선다.

일본 정부가 협상하는 만 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일본인 인질이 희생되면 자위대의 해외 파병에 대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IS는 이번에는 몸값 대신 포로 교환을 요구했는데 대상이 요르단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38명을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아 10년 째 복역 중인 여성 테러리스트 알 리샤위였다. 남편과 함께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했으나 자신의 폭탄은 불발돼 목숨은 구했다. 이 여자가 한국으로 치면 칼기 폭파범 김현희와 비슷한 경우라 요르단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IS가 27일 뜬금없이 24시간 내로 IS 김현희를 석방하지 않으면 포로로 잡혀 있는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 알 카사스베 중위까지 참수하겠다고 협박하자 요르단도 똥줄이 타기 시작한다.

일본은 일본인 인질 살려달라고 하지, 요르단 국민들은 자국 조종사 구하라고 하지, 미국은 포로 교환하지 말라고 지랄이지, 요르단도 머리 터지려고 한다.

결국 24시간이 지나자 요르단은 고토 기자는 빼고(...) 요르단 조종사와 IS 김현희의 맞교환을 제시했지만 IS는 요르단 조종사는 절대 불가라며 거절한다.

복역 중인 IS 김현희, 알 리샤위

요르단은 자국 조종사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IS 김현희의 석방을 거부했고 IS는 결국 고토 기자를 참수하고 동영상을 올린다.

사실 IS는 요르단 조종사를 이미 화형에 처했기 때문에 포로 맞교환을 거부한 것이었다. IS는 일본인 인질 살해를 협박하기 약 3주 전인 1월 3일, 요르단 조종사를 철창에 가둔 상태에서 산 채로 불을 붙이고 타고 남은 잔해는 불도저로 밀어 버렸다. IS는 고토 기자를 살해하고 3일 뒤, 요르단 조종사의 화형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후, 요르단은 보복 조치로 IS 김현희인 알 리샤위의 사형을 집행했다. 결국 이번 일본인 인질 사건은 관련된 모든 포로들이 생명을 잃는 것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