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렉서스 2015 호버보드: 원리, 가격

렉서스 호버보드 '슬라이드'(출처: Lexus International)

호버보드(hoverboard)란 바퀴가 없이 공중을 떠 다니는 스케이트보드로 미래를 배경으로 한 1989년 영화 백 투 더 퓨쳐 2에 처음 등장했다. 당연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백 투 더 퓨쳐 2>의 배경이 2015년이라는 게 흠좀무.

그리고 2015년 6월 말, 거짓말처럼 호버보드 티저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일본 토요타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가 제작한 이 영상에는 몸체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공중 부양한 호버보드가 등장한다. 참고로 넥서스는 폰 이름이고 이거 만든 회사는 렉서스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조작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2014년 초, 가짜 호버보드 HUVr에 낚인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와이어 액션과 CG를 이용한 어설픈 조작이었으나 프로 스케이트보더인 토니 호크까지 출연해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속았다(...).

하지만 2015년 8월, 렉서스 호버보드의 시연 동영상이 올라왔다. 슬라이드란 이름의 이 호버보드는 <백 투 더 퓨쳐 2>처럼 날라다니지는 않지만 지상에서 4센치 높이로 공중 부양하고 심지어 물 위로도 떠 다닌다. 동영상은 놀랍게도 조작이 아니며 실제로 존재하는 호버보드다.

렉서스 호버보드의 작동 원리는 자석의 힘으로 철로 위를 떠다니는 자기부상열차와 비슷하다.

제작진은 스페인에 있는 한 스케이트파크를 개조해 바닥에 자석으로 된 도로를 깔고 나무로 덮은 다음, 시멘트 바닥처럼 보이기 위해 페이트 칠을 했다(...). 스케이트파크 안에서도 자석 도로가 깔린 곳은 극히 일부이며 호버보드는 자석 도로가 깔린 곳에서만 탈 수 있다.

영화 '백 투더 퓨쳐 2'의 호버보드(출처: Movieclips)

렉서스 호버보드는 초전도체로 만들어 졌는데, 초전도체는 온도가 엄청나게 떨어지면 자석을 밀어내는 초전도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초전도체를 자석 위에 올려 두면 영구적으로 공중에 뜨게 된다.

문제는 초전도체의 온도를 어떻게 낮추냐는 것인데, 렉서스 호버보드가 뿜는 연기에 그 해답이 있다. 질소를 아아아아주 차갑게 하면 액체질소가 되고 상온에서는 연기로 변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질소아이스크림에 쓰는 게 이거다.

렉서스 호버보드에 바로 이 액체질소를 넣어 영하 180도로 냉각시켜 초전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액체질소는 상온에서 금방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렉서스 호버보드는 20분 마다 액체질소를 보충해야 한다. 갤럭시 S6보다 충전을 자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렉서스 호버보드의 무게는 일반 스케이트보드보다 무거운 9킬로 정도다.

이미 예전에 알려진 기술이며, 이마저도 렉서스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독일의 자기부상기술 개발사에게 외주를 줬다(...).

트랙에 깔린 회색 자석 도로(출처: Lexus International)

동영상에서 호버보드를 탄 사람들이 죄다 자빠지는데 이들은 전원 프로 스케이트보더들로 호버보드 타는 훈련을 따로 했는데도 이런다(...).

호버보드만 바닥에 밀면 부드럽게 나가지만 사람이 올라타면 휘청거리기 때문에 바닥에 긁힌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호버보드를 바닥에 긁히지 않고 탈 수 있는 거리는 1~2 미터 정도라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케이트보드는 바닥의 마찰을 이용해 균형을 잡지만 호버보드는 마찰이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렉서스 호버보드는 스페인의 특정 스케이트파크, 그것도 일정 구역에서만 탈 수 있고 20분 마다 충전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격도 비싸 렉서스 측이 제작비를 비밀로 부칠 정도다(...).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왜 이런 뻘짓을 했냐고? 사실 호버보드 동영상은 렉서스 홍보를 위해 제작한 바이럴 영상이다. 동영상 중간 중간 렉서스 차가 지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 18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티저 영상이 올라온 이후 꾸준히 언론에 회자되고 관련 동영상이 일 주일 만에 8백 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관심 받으러 시작한 일이었으니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렉서스 이미지에 어떤 도움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