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자 사건 정리 7: 결말, 반전, 거짓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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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이 다가오면서 세모자카페에는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정희를 위해 무료변론까지 맡았던 김 변호사가 방송 하루 전 갑자기 사임한 것이다.

방송 당일 새벽, 한 카페스탭(운영진)이 공지를 통해 원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냉철히 판단해 줄 것을 부탁하더니 방송 6시간을 남겨 두고는 카페 폐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승만 한강 다리 폭파. 그리고 방송 20분 전, 부매니저가 카페를 폐쇄할 뜻을 밝히고 스탭들이 작별 인사를 올린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후, 세모자카페의 대부분의 공지글이 삭제되고 증거인멸 카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매니저는 미국에 살아 정보가 늦는지 회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기다려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방송 다음 날, 운영진 전원이 사과를 가장한 변명문을 올리고 세모자카페는 폐쇄됐다.

피해자로 알려진 세 모자가 사실은 세 환자였다는 반전에 세모자 팬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23만여 개의 댓글이 달렸던 국민일보 기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1부 방송 직후 22만 아래로 줄었고 2부 방송 후에는 19만 대로 떨어졌다(...). 방송 후 미친듯한 스피드로 세모자 빠들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올라온 걸 감안하면 실제로 삭제된 댓글 수는 이 보다 훨씬 많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던 수많은 블로그 글들은 진실이 밝혀지자 삭튀했다. 허목사가 압력을 넣었을 수도

하지만 여전히 세 모자를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진 폐쇄 이후 다섯 개의 세 모자 팬카페가 난립하면서 회원 유치 경쟁이 붙었는데(...) 가장 규모가 큰 카페의 회원 수는 1200여명으로 소모임 수준이다.

SBS 염전노예 안윤태 PD(출처: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정희는 2부 방송 전날, SBS를 다시 찾아 안윤태 PD와 면담을 요구한다. 하지만 안윤태 PD는 그날도 노예처럼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정희는 새벽 2시 30분까지 기다렸다가 증빙 자료를 전달한다. 지금 세 모자가 문제가 아니라 SBS의 안윤태 PD 노동력 착취가 더 심각해 보인다(...).

2부 방송 후 이정희는 세모자 팬카페 2에 글을 올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편파 방송이라며 정신병원 입원에 동의한 적 없고 무속인과는 연락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댓글란은 눈물 바다를 이루었다. 이정희는 사이비종교에서 도망 나왔다더니 본인이 사이비종교 교주가 됐다. 시아버지에게 배웠냐

이정희의 친정 언니는 네이트판(...)에 동생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올렸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삭제했다.

무속인의 협박에 못 이겨 5년 전 가출한 청주 마을의 며느리도 네이트판에 무속인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튀했는데 글의 말투가 이정희와 묘하게 닮았다. 이정희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경찰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무속인은 이정희와 둘째아들에게 허목사를 죽여야 하니 피해 진술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무속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거짓 폭로극의 이유

세 모자가 거짓 폭로극으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 모자는 원룸을 전전 중이며 이정희는 무고죄로 기소되고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 하는 등 가정이 파탄났다. 반면 무속인은 허목사 부부의 재산을 취득했고 이정희가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고소해 줬다. 사건의 배후가 무속인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봇대에 붙은 세모자 사건 벽보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무속인을 세 모자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면서까지 맹목하는 이유는 뭘까.

이정희에게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이 있었고, 비정상적인 그녀의 주장으로 비추어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다. 2004년 미국 거주 당시 앓았다던 원인 모를 두통은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짐작된다.

아이들이 무속인을 따르는 것은 어머니의 친척이기 때문에 동조하는 측면이 커 보인다. 박지선 교수는 두 아들이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어머니가 신뢰하는 무속인을 만족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표창원 전 교수 역시 둘째아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걸 알자 당황하고 둘째아들이 진술서 끝에 스마일 표시를 넣은 것을 봤을 때 아이들은 폭로극이 거짓임을 인지했을 공산이 크다.

허목사의 가정폭력은 쉴드 불가로,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이정희의 정신질환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목사의 폭행 전력을 거짓 폭로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패륜적 사기극을 저지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무속인 김 씨 본인도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들은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지 '비비탄으로 살해하려 했다', '50 넘은 아줌마에게 약을 타 성매매를 시켰다' 같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무당이고 이정희는 김 씨에게 신내림을 받았는데, 신내림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문제점

경찰은 이정희가 허위 고소한 사람들을 전원 무혐의 처리하며 완벽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세 환자는 경찰이 편파수사로 사건을 덮었고 언론이 허 씨 부자에게 매수됐다며 어그로를 끌었는데 어이없게도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개드립이 먹힌 배경에는 공권력과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다. 언론의 침묵아래 권력층이 연루된 사건이 급마무리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기사에 달린 네이버 댓글들

하지만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은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한 정황이 없었다. 애시당초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라 근거 없는 음모론이었으므로 공권력을 탓할 일이 아니다.

세 모자에 낚인 사람들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을 탓하는 마초도 있다. 하지만 루리웹 같은 파오후 남초나, 마초 끝판왕 일베도 낚였다. 물론 처음부터 이정희에게 쌍욕한 일베 열사들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이건 칭찬을 해야 하나 욕을 해야 하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대부분 상황 파악이 된 걸 보면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언론의 역할이 아쉬운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지 않은 건 적절했지만 사건을 직접 취재한 언론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수백 개의 시청 소감 기사가 쏟아져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표창원 전 교수는 속은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에 쳐들어가 업무를 방해하고 허위 민원과 신고로 여러 사람 고생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속기만 한 게 아니라 신중론자들을 알바로 몰아 다구리 놓고 이정희에게 고소당한 피해자들에게 쌍욕한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세모자카페 부매니저는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쌍욕을 했다.

외국에까지 유언비어를 유포해 나라망신은 물론, 아직도 세 모자 사건을 진실로 믿는 외국인이 있다(...). 전말이 밝혀지자 대부분의 세 모자 팬들은 아무런 사과 없이 아몰랑했는데 기본 예의도 없는 인간들이 사회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나.

마치며

세 모자의 성범죄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져 다행이다. 누군가 정말로 그러한 삶을 살아야 했다면 그 쪽이 훨씬 비극적인 일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합리적인 의심마저 음모론으로 치부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다. 실제로 일베에서는 세월호 사고,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에 대한 의혹까지 음모론으로 물타기 하는 중이다.

7편이나 되는 연재물이 드디어 끝났다 세븐갤 털러 가자. 긴 글을 읽느라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