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야당 악마' 최고위원 사퇴 이유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10개월만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주승용의 최고위원직 인생과 그가 남긴 유산을 되짚어 본다.

2015년 2월 8일, 새정연 전당대회에서 친노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의원이 대표로, 비노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의원이 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주승용 의원은 언론에 비노, 비주류로 소개되지만 사실 비노 최대 계파인 김한길계다.

문재인 대표는 사무총장에 비노인 양승조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인 김경협을 임명했다. 하지만 주승용 최고위원은 '관행상 1등 최고위원이 수석사무부총장을 추천해야 하고 자신은 비주류이므로 플러스알파까지 줘야 한다'며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당대표가 측근을 사무총장에 임명하고 최고위원이 수석사무부총장을 추천하는 관행이 있긴 하지만 비주류가 사무총장이 돼서 최고위원이 수석사무부총장을 추천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비주류가 벼슬이냐 뭔 놈의 플러스알파여.

주승용 최고위원은 또, 공천 실무에 관여하는 직책인 조직사무부총장의 임명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측이 이를 거부하고 친노를 임명한다는 소문이 돌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를 무기한 보이콧했다.

즉, 수석사무부총장, 조직사무부총장의 임명권은 당대표에게 있지만 비주류는 플러스알파이기 때문에 우리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양보해야 한다.

주승용 최고위원(출처: SBS)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줘야 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꾸짖었다. 근데, 주승용은 김한길 대표 시절에 비서실장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에는 사무총장을 맡았다(...).

즉, 김한길이 김한길계를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것은 괜찮지만 문재인이 친노를 그 아래인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표가 조직사무부총장에 김한길 의원의 최측근인 김관영 의원을 임명하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잽싸게 최고위원회에 복귀해 '당의 단합을 위한 문재인 대표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한길계가 요직을 차지하니 당이 단합되더라.

2015년 4월 29일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연은 텃밭인 관악을과 광주에서도 패배하며 폭망했다.

하지만 관악을은 정동영(...)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가 분산됐고 광주는 새정연 네임드인 천정배가 지역구를 버리고 탈당해 고향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거라 네임드를 전략공천하지 않은 이상 버거운 상대였다. 광주에 전략공천했다면 또 엄청 깠을 것 아닌가(...).

정청래의 공갈 드립에 피꺼솟한 주승용(출처: 오마이뉴스)

애시당초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는데도 박주선(...), 조경태(...)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고 주승용 의원도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가 주변 만류로 번복했다.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김한길을 대표로

주승용 최고위원은 5월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패권주의를 해결해야 한다'며 '선거에 패배하고 지도부가 사퇴하지는 않는 건 불공평'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할 것처럼 해 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맞받아쳤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치욕적'이라며 '설사 공갈쳤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발끈했다. 이어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면서 최고위원직을 폭풍 사퇴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사퇴 철회 요청에 주승용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십고초려를 해도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 '사퇴 철회는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호통쳤으나 8월 사퇴를 철회해 두 번 죽었다.

2016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종걸, 주승용, 박지원, 조경태 의원 등이 지도부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자 9월 20일,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을 결의한다.

자꾸 나가라니까 공평하게 투표로 결정하자는 건데 주승용 최고위원은 '재신임 문제로 당을 분열과 불신의 늪에 빠트린다(...)'며 '재신임을 강행하겠다면 나를 밟고 가라'고 공갈쳤다. 결국 동네바보형 문재인 대표는 4일 후 재신임을 철회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출처: 뉴스1)

11월 29일, 이제는 안철수 의원까지 등판해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대, 즉 사퇴한 다음 다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라(...)고 제안한다. 문재인 대표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김한길계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12월 7일,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안철수 의원과 함께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지도부를 선출해 천정배(...) 의원과 통합할 것'을 제안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문재인, 안철수를 제외하면 김한길이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다. 문재인 대표가 거절하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빼애애애액하며 모든 당무를 거부하고 다음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계파 패권정치를 청산해 당을 혁신하기로 합의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즉, 김한길계가 당권을 잡는 것이 계파정치 청산이다.

이어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문재인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의 사퇴도 촉구했다. 그는 '야당에는 악마가 산다는 말이 있다. 파벌 다툼, 당권 싸움을 하면 악마가 고개를 든다고 했는데 끝내 악마를 막지 못 했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주승용, 김한길, 조경태, 박주선, 박지원 의원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음날 주승용 의원은 '이 위기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김한길 의원'라면서 '내가 지도부에 있어서 김한길 의원이 나를 통해 많은 말을 했다'고 배후를 실토했다(...).

우리 김한길 의원은 당대표 시절 김한길계를 중용하는 탕평책을 펼쳤고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도 통보받은 상태라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명 야당을 재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김한길을 대표로 선출시켜 주승용의 눈물을 닦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