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문재인과 갈등이유, 혁신안, 혁신전대 정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갈등 끝에 1년 9개월만에 탈당했다. 갈등 배경과 안철수 의원의 탈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2014년 3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민주통합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안철수, 김한길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창당 후 첫 선거인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연은 전략공천을 남발한다. 친노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취임 2개월된 대표들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결국 새정연이 근소한 차이로 새누리당에 승리했다.

지도부는 7.30 재보선에서도 다른 계파들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공천을 남발하다 완패했으며 다음날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책임을 지고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한다.

2015년 2월 8일, 새정연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된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 후 첫 선거인 4.29 재보선에서 4대 빵으로 참패하고 역시 사퇴 요구를 받는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전략공천 없이 선거를 치룬데다 이마저 한 곳은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에게 표가 분산됐고 다른 한 곳은 탈당한 천정배 의원에게 진 것이라 책임을 묻기 어렵다.

공동대표로 선출된 김한길과 안철수(출처: 오마이뉴스)

5월 19일,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게 혁신위원장 직을 제안했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6월, 문재인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 범친노 최재성 의원을 인선하자 비노들이 강력 반발했고 안철수 의원도 '혁신에 도움이 되는 인사를 인선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사무총장 제도가 폐지돼 최재성 의원은 그 아랫급인 총무본부장 직을 맡는다.

8월 20일,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는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대해 일괄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혁신안을 상정한다. 하지만 박주선 의원이 '당을 해체하라(...)'하고, 조경태 의원은 '비노는 나가라는 소리'라는 등 비노 의원들이 강력 반발했다. 결국 하위 20% 박주선 의원은 한 달 후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도 '혁신안은 실패했다'면서 '낡은 진보를 청산하는 것이 당 혁신의 첫번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럼 혁신위원장은 왜 안하다고 한 겨.

이어 부패 혐의 기소자 당원 자격 정지, 부패 혐의 유죄 확정자 제명, 선거 및 정책연대 금지,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 평가를 위한 집중토론 셀프 재평가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제의했다.

문재인 혁신안에 대한 반발로 탈당, 분당설까지 제기되자 9월 9일,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전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로 재신임을 물어 한 개라도 부결될 경우 사퇴할 것을 약속한다.

사퇴를 줄곧 요구해 온 김한길계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재신임 투표를 반대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열 것을 요구한다. 즉, 대표 사퇴는 당원과 국민이 아니라 김한길계가 결정한다.

안철수 의원도 '당의 혁신 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키고 권력투쟁으로 변질시켰다'면서 문재인 혁신안의 의결을 연기하고 재신임투표도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투표안을 철회한다(...).

11월 10일, 문재인 대표는 다음 총선까지 본인과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동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ㅋ하며 수락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혁신안부터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가 난색을 표하자 안철수 의원은 '당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감동을 만들기에 부족하다(...)'며 혁신전당대회(혁신전대)를 역제안한다. 혁신전대란 조기 전당대회의 다른 말로(...) 똑같은 놈들로 전당대회를 하면 감동을 준다. ^오^

그는 '혁신전대로 새 지도부를 세워야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혁신전대에서 다시 대표로 당선되면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하고 같은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하면 혁신 보궐선거냐(...).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과 안철수(출처: 한국일보)

문재인 대표는 당 분열을 이유로 혁신전대를 거부하는 대신 안철수 혁신안을 전격 받아 들인다 박지원 지못미. 그러자 안철수 의원은 '왜 지금까지 내 혁신안을 외면했나'라고 꾸짖은뒤 '혁신안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혁신전대 수용을 재차 요구했다.

그는 '대결을 피한다고 지도부가 온전할 수 없다'며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아, 몰라. 우리 헤어져

안철수 의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혁신은 니가 해야 한다 -> 니 혁신안 맘에 안 드니까 내 혁신안 써라 -> 내 혁신안 안 썼으니 공동대표 안 할란다 -> 재신임 투표 말고 전당대회에서 재신임 받아라 -> 왜 이제서야 내 혁신안 쓰냐? -> 내 말대로 안 하면 나갈 거다'가 되겠다.

안철수 탈당 선언(출처: YTN)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은 '새정연의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창당한 새정연에서 탈당할 것을 공식선언한다. 그는 '야당은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혁신을 두려워 해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며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의원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공천권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분 33%가 보장되는 문안박 연대를 수용했을 텐데 말이다.

자신은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대표 직을 사퇴하고 대의를 위해 대선후보까지 사퇴했건만 문재인 대표가 재보선을 패배해도, 총선 승리가 불투명해도 사퇴하지 않는 것을 기득권 지키기로 생각했던 같다.

게다가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빠들에게 쌍욕을 먹었고 대표 시절에도 정청래 의원 등 친노들이 겐세이를 놓아 문재인으로 대변되는 친노와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안철수 의원은 친노를 혁신 대상으로 생각하고 본인을 야당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노 내 운동권 출신 잉여들은 퇴출하는 게 맞지만 문재인 대표가 사퇴할 명분도, 대안도 없다. 안철수 의원 본인도 대여 투쟁보다 당내 투쟁에 더 바빴고 걸핏하면 측근들과 결별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 했다.

물론, 듣보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대통령 후보 사퇴 후 문재인을 위해 선거 운동까지 한 그의 진정성까지 의심할 수는 없다.

안철수는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몇 안 되는 새정연 의원이었는데 이렇게 떠나 아쉽다. 그가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애국보수가 아닌 진짜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고 많으셨고,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