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필리버스터: 중단, 문자, 동영상, 눈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대위원이 테러방지법(민간인사찰법)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중단을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민주는 2016년 2월 29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완주를 주장했으나 김종인 대표가 '경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한다'며 거절해 장시간 논의 끝에 3월 1일 아침에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하기로 결정한다.

아직 의원들에게 통보하기 전이라 참석자들은 회의 내용을 함구했지만 박영선 비대위원이 의기양양하게 기자들에게 필리버스터 중지 소식을 까발렸다. MBC 기자 출신이라 옛날 버릇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이어 '소수 야당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라고 호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필리버스터를 선거운동에 이용하겠다.

게다가 박영선 비대위원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어떻게 설득했나'라는 질문에 '김종인 대표에게 물어 보라'며 웃기까지 했다. 즉, 정치생명을 걸고 완주를 약속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주장을 철회한게 너무 재미있다. ^오^

밤늦게까지 국회에서 대기 중이던 더민주 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접했고 일부 의원들은 SNS에 오보라고 주장하는 등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졌다.

박영선 의원 측이 살포한 문자(출처: 트위터)

어떤 해명도 없이 필리버스터 중단이란 사실만 보도되자 좌파 정치팬들 역시 백기투항으로 이해하고 멘붕에 빠졌다.

이후 회의 결과를 언론에 흘린 범인이 박영선 의원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가루가 되게 까였다. 사실, 박영선 의원이 사고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내대표 시절이던 2014년, 세월호 특별법에 유족과 상의도 없이 덜컥 합의했고 유족들이 항의하자 '대안을 달라. 막 감정적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앞으로 박영선 의원에게 항의하기 전에는 대안을 준비하자.

필리버스터 내내 콧배기도 안 비추던 그녀는 마침내 3월 1일 저녁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 전에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박영선입니다. (중략) 오늘 저녁 7시경에 무제한 토론에 참여합니다'라는 문자를 지역 주민들에게 살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거의 여왕 박영선 의원은 구로 을 지역의 국회의원 박영선입니다라는 인삿말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그녀는 30분 정도 지나 뜬금없이 '그동안에 쌓인 분노가 얼마나 컸다면 지금 야당이 이 필리버스터를 한~~~ 없이 해 주기를 그 많은 국민들이 원하시겠습니까'라는 괴랄한 소리를 한다.

그러더니 저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십쇼. 제가 다 맞겠습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

이어 대신 국민여러분께서 분노하신만큼 4월 13일 총선에에 야당을 뽑아 주십쇼. 야당에게 과반 의석을 주셔야 여러분들이 원하는 그런 평화롭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테러방지법의 부당함을 설명하라니까 질질 짜면서 표를 구걸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선거용 이벤트'라는 새누리당과 애국보수들의 주장을 공식 확인해 준 셈이다.

박영선 의원 트위터 게시물

이후에도 필리버스터 중단 과정의 미흡함과 언론 유출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빼애애애액거리며 선거운동만 하더니 '제 발언 후 인터넷에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국정원 댓글팀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까'라며 쿨하게 마무리했다.

왠지 한국어를 잘하는 박근혜 같다(...). 의상도 비슷하다

눈물에 진실성이 담긴 것 같다고? 지가 욕 먹는 게 억울해서 운 거다. 일례로 2011년, 그녀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후 나꼼수가 주최한 <야권 단일화 경선 토론회>에 박원순 후보와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사회를 맡은 김어준과 민주당의 조직 동원 의혹을 놓고 설전을 벌인 끝에 울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 토론회 아주 문제가 많다. 편파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 그만두라고 나오라고 한 거야'라고 말해 토론이 중단됐다.

2014년에도 의원들이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자 '나를 죽이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탈당을 고려했었다(...).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박영선 의원실은 트위터에 필리버스터에서 그녀가 우는 사진을 올렸다(...). 자학 개그일 수도

박영선 의원은 김종인 대표의 최측근이라 공천받을 가능성이 120프로다. 구로 을 유권자들은 제발 새누리당 후보에 투표하라.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병신이 더 무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