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시 공모전 입선작, 루리웹 세로드립

2015년말, 자유경제원은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을 주최했다.

이번 공모전은 '대한민국 번영의 역사를 만들고 숨 쉬는 공기처럼 자유를 선사한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의 이야기를 시에 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런 병신 같은 공모전을 왜 하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자유경제원은 애국보수 경제단체다. 남자화장실 입구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이 걸려있을 정도로 이승만을 물고 빤다. 디스하는 걸 수도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지만 시장경제를 정면 부정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는 찬성한다(...).

전희경 사무총장은 '좌편향된 동화책(...)들이 그르게 인도할 수 있다'면서 '불량식품보다 불량도서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해 부랄을 탁!치게 했다. 그녀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9번에 공천됐다. ^오^

이승만 시 공모전은 환자들의 응모 폭주로 응모 기간을 하루 연장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유경제원 화장실 안내판

2016년 3월 15일, <우남찬가>가 4등에 해당하는 입선을 수상했다. 우남은 이승만의 아호(...)다. 다음은 그 전문.

한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망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명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정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부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건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보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도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연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맹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북괴 김일성 우상화 같은 시를 입상시키는 걸 보니 자유경제원의 수준도 알 만하다.

입선 상장(출처: 루리웹)

글쓴이는 4월 3일, 덕후 커뮤니티인 <루리웹>의 유머게시판(유게)에 상장을 인증했다. 그는 '상금으로 받은 10만 원은 여친이랑 고기 먹었다'면서 아직 안 들킴이란 묘한 글을 남겼다.

무슨 뜻이냐고? 각 문장의 첫 번째 글자들을 모아 보자. '한반도 분열', '친일 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학살'이 된다.

그렇다. 세로드립이었던 것이다. 사실 승만, 민군 등 어색한 단어들이 있어 들킬 수도 있었는데 심사를 맡은 애국보수 작가 복거일의 나이가 70이라 세로드립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자유경제원 역시 수상작품집에 <우남찬가>를 수록해 배포한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몰랐던 것 같다. 누가 저딴 걸 읽고 있겠냐

세로드립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자 자유경제원은 <우남찬가>를 홈페이지에서 내렸는데 이미 배포한 수상작품집은 어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