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집단 성추행 의대생, 성균관대 의대 입학 쾌거

2011년 5월 21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남학생 배 모(남, 25), 한 모(남, 24), 박 모(남, 23) 씨와 여학생 A(23)씨는 경기 가평군 용추계곡으로 여행을 떠났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이라 4학년이면 서로 6년을 알고 지낸 사이일 뿐더러 과거에도 자주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 투숙한 이들은 그날 밤 함께 술을 마셨다. A씨가 술에 취해 먼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자 남학생들은 이튿날 새벽까지 그녀의 속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었다. 특히 박 씨와 한 씨는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로 A씨의 나체를 21회 촬영했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의식이 돌아왔다가 기절하기를 몇 차례 반복했기 때문에 성추행 장면을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가 '술에 취했었지만 너희들이 했던 거 확실히 기억한다'며 추궁하자 남학생들은 '모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A씨의 신고로 경찰조사가 시작되니까 '우리가 왜 그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미안하다'란 문자를 보냈다(...).

박 씨와 한 씨는 혐의를 인정한 반면, 배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배 씨도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했지만 물증이 발견되지 않자 재판에서 'A씨의 브래지어가 올려져 있어 내려 줬을 뿐(...) 추행 사실이 없다'며 태세전환했다.

출처: 고려대학교

가해자들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사이좋게 구속 기소됐고 신상도 털렸다. 이들은 의사, 변호사 부모 밑에서 부유하게 자랐고 성적도 상위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는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A씨가 의대 교수들에게 문의했지만 답변이 없었고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해자들에 대해 다시 돌아올 친구니 잘해 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고 총학생회까지 나서자 고려대는 2011년 9월 5일, 역사상 두 번째로 가해자 전원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다.

퇴학과 달리 출교는 학적 기록이 말소되고 재입학이 불가능하므로 의사 국가고시도 치룰 수 없다. 하루아침에 의대생에서 고졸이 된 것이다(...).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와 배 씨 어머니(출처: 오마이뉴스)

가해자들은 빵빵한 변호사들을 고용해 발악을 했지만 2012년, 한 씨와 배 씨는 징역 1년 6월, 박 씨는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군대 안 가도 된다

이후 잊혀졌던 이 사건은 4년 후, 박 씨가 성균관대학교 의대에 재학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조명됐다.

박 씨는 26세이던 2014년, 성대 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성대 의대는 의대 서열 4~5위권으로 고려대 의대보다 월등히 높은데 공부머리는 좋은 듯. 근데 06학번에서 14학번으로 됐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이공계 학과를 다니다 자퇴하고 군대를 다녀와 복무기간 2년 6개월 늦게 입학했다'고 동급생들에게 구라를 쳤다. 이후 학과 학술국장을 맡는 등 학교 생활도 열심히했다.

하지만 동급생이 뒤늦게 고대 성추행 가해자들의 신상을 인터넷에서 알게 됐고 박 씨와 이름이 같은 점을 수상하게 여겨 2016년 3월 31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조회하면서 정체가 발각됐다.

출처: 성균관대학교

여학생들이 박 씨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꺼리는 등 논란이 커지자 동급생들은 4월 5일 긴급 총회를 열어 출교 조치와 함께 수업 실습조 편성권을 학교 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학교 측은 '법무팀 및 로펌에 문의 결과 출교 조치는 불가능하지만 조 편성권은 학생들에게 위임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성범죄 전과자의 의대 입학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오^

다음 날, 의대 학생회는 의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총회를 소집해 박 씨 문제를 논의했다. 다시 말해 학과 전체에 박 씨의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러나 박 씨는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면서도 '학교를 계속 다닐 생각이며 조별 실습 등에서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하겠다'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성범죄 전과자는 의료기관 취업이 불가능하지만 의사면허 취득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박 씨는 졸업 후 개명하고 일반의로 개업할 것 같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