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추모 포스트잇·화환 일베 vs 메갈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현장에서 일베와 메갈이 키보드배틀을 벌였다.

사건 다음날인 2016년 5월 18일, 범행 현장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귀가 담긴 포스트잇 쪽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국화꽃과 안개꽃다발이 놓였고 추모 인파가 모여들면서 강남역 출구는 추모 현장으로 변했다.

포스트잇 쪽지들 대부분은 피해자의 명복을 빌었지만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을 추모합니다', '죽인 남자, 죽은 여자', '살女(녀)주세요. 넌 살아 男(남)았잖아', '대한민국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아요' 등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임을 강조하는 글귀들도 있었다.

가해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진술의 사실 여부를 떠나 아무 상관 없는 여성에게 보복하는 건 여성혐오 범죄가 맞다.

하지만 일베나 주갤(...)에 만연한 여성혐오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가해자가 2008년부터 조현병(정신분열), 공황장애 등으로 4차례에 걸쳐 총 19개월 동안 입원한 전력이 있는 정신병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1월 퇴원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3월 말 가출 이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 포스트잇

실제로 멀쩡한 집 놔두고 강남역 일대 건물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한 걸 보면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신병자라도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 범죄 아니냐고? 아기 엄마가 산후우울증으로 제 자식을 죽이면 여성에 의한 패륜범죄냐(...).

산후우울증이 정신병이듯 가해자도 정신병, 그것도 끝판왕인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근데 여성혐오도 정신병이라. 미친놈이 지랄한 것 가지고 '남성에 의한 범죄'를 강조하는 건 명백한 남성혐오다.

'다음 생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남자라서 죽은 사람은 0명입니다', '남자에게만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며 남성들을 성토하는 쪽지들도 있었다.

메갈 회원의 근조화환(출처: 엠팍)

하지만 남자라서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죽은 사람이 연 평균 195명이라 남자의 삶도 썩 순탄치는 않다.

이 와중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란 트윗을 날리며 퍼거슨에 1승을 헌납했다.

'여성이 죽는 것은 이제 뉴스감도 아닙니까?'란 추모 글귀도 있었는데 글쓴이가 뉴스를 안 보는듯.

한 마초 열사가 추모현장에 '이런걸 계기로 여혐을 일반화하지 마라, 메퇘지들아(...)'라는 쪽지를 남기자 페미 열사들은 '한국남자의 현실', '살아 男은 새끼야, 닥쳐', '엿 먹어라, 개새꺄'라는 쪽지로 꾸짖었다.

메갈 열사들은 아래의 문구가 새겨진 근조화환도 보냈다.

  •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
  • 여자라는 이유로 죽은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아서입니다.
  • 저는 운 좋게 살아남은 여성입니다. 여성혐오 범죄가 없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들을 추모합니다. 다음 생에는 여자라서 불행하지 않는 곳에서 만나요.
일베 회원의 근조화환(출처: 제인팝 트위터)

니들이 피둥피둥 살아 있는 건 잘 먹어서입니다. 하지만 국내 여성혐오 살인 사건은 극소수인 반면 2014년 자살자 수는 10만 명당 27.3명,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4명으로 월등히 많다.

한 메갈 열사는 화환에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세요. 여혐범죄 아니라고 지랄하지 말고!'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세요. 화환으로 지랄하지 말고.

그러자 일베 열사들이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란 근조화환을 보내며 병신배틀의 대미를 장식했다.

일베, 메갈 모두 남성과 여성만 팔지 양성평등에는 쥐뿔도 관심이 없다. 메갈은 피해자의 죽음을 남혐 선동 도구로 이용하고 일베는 피해자와 추모객들을 조롱하는 천하의 개쌍년놈들일 뿐이다. 둘이 사귀냐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