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건물 1: 건물주 리쌍 vs 세입자 곱창집 우장창창

한 줄 요약: 약자가 선은 아니다

2012년 5월, 힙합그룹 <리쌍>의 멤버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대출 36억 원 끼고 53억 원에 매입해 갓물주가 된다.

3층에 작업실을 열었고 1층에는 포장마차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1층에는 5개월 후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60석 규모의 곱창집 <우장창창>이 있었다.

우장창창의 서윤수(36) 대표는 2010년 10월, 전 건물주와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300만 원에 2년 계약을 맺고 1억 원을 들여 가게를 차렸다. 처음 1년간 매달 5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보다가 흑자로 돌아선지 1년 밖에 안 돼 빚이 많은 상태였다.

당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 * 100)이 서울 기준 3억 원 이하(현재 4억 원)인 경우 임차기간 5년을 보장해 줬지만 우장창창은 환산보증금이 3억 4000만 원이라 해당사항이 없었다.

장사 좀 될만 하니 건물주가 임차인 내보내고 그 자리에서 동종업으로 장사를 하면 상권을 뺏기는 셈인데다 권리금도 못 돌려 받는다.

리쌍(출처: 스포츠조선)

서윤수 대표는 '권리금이 2억 7500만 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월세가 300만 원인데 권리금이 월세의 90배가 넘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윤수 대표는 애초 5년 계약을 원했으나 전 건물주의 요청으로 구두로 5년 계약하고 월세 200만원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두계약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설령 사실이더라도 전 건물주와 맺은 구두계약은 현 건물주에게 책임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임차인의 책임이다.

다음 달, 서윤수 대표는 길의 어머니를 만나 '절대 나갈 수 없다'고 말했지만 리쌍은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계약이 만료되도 우장창창이 영업을 계속하자 리쌍은 12월 명도소송(퇴거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2층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임차인도 명도소송 끝에 조정(판사 주도로 합의)으로 마무리됐다.

우장창창(출처: 민중의소리)

리쌍은 보상금 1억 원에 3개월 무상임대를 제안했지만 서윤수 대표는 1억 5천만 원을 요구했다.

리쌍이 멀쩡히 장사하던 임차인 내보내고 동종업 가게를 여는 건 졸렬하지만 억대 보상비를 책정한 걸 보면 최소한 날로 먹으려 한 건 아니다. 권리금은 커녕 이사비도 못 받고 쫓겨난 인근 상인들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더 더욱 그렇다.

양측은 5개월 무상임대와 보상금 1억 3000만 원에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서윤수 대표가 '근처 매물로 나왔던 가게가 나가 버렸다'며 취소했다(...).

장기계약을 하지 않은 서윤수 대표 책임도 크기 때문에 합의했으면 투자금의 42%인 1억 4500만 원은 건지는 건데 흠좀무.

재판부는 '리쌍이 1억 1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서윤수 대표는 2013년 6월 퇴거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이 역시 서윤수 대표가 거부했다.

판결을 한 달 앞둔 2013년 5월, 서윤수 대표는 <토지정의시민연대>와 연합해 환산보증금이 3억 원 이상일 경우 임차기간 5년을 보장하지 않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우장창창 서윤수 대표(출처: 뉴시스)

당시 서울 지역 상가의 75%가 보호 대상이 아니라 법개정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서윤수 대표는 리쌍과 분쟁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누가 2년만 장사하려고 장사를 시작하겠나. 억울하다. 리쌍에게도 정말 화가 난다. 양심은 있는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즉, 나님이 전 건물주와 다운계약서를 써서 5년 간 계약하기로 구두약속했으니 니가 책임져라.

언론은 일제히 '건물주 리쌍 갑의 횡포 논란', '임차인 내쫓고 곱창집 차린다'며 리쌍을 비난했다.

하지만 다음날, 서윤수 대표는 '이번 일은 현실성 없는 법이 문제이지 리쌍이 잘못한 게 아니다'면서 '1억 원이 넘는 보상비를 주겠다는 건 마음을 썼다는 것'이라고 태세전환한다.

그는 '이전 건물주와 맺었던 구두약속을 이행해 달라(....)'며 '권리금을 돌려받겠다는 건 꿈도 꿔본 적 없다. 3년만 더(2015년 9월까지),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