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꼬마 아이 사망, 해변서 시신 발견

2015년 9월 2일 터키 해안가에서 발견된 세살배기 아이의 시신 사진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아이는 파도에 떠밀려 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자세로 발견됐다.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당시 3살)로 가족과 함께 터키에서 그리스로 밀항하다 배가 전복돼 아버지인 압둘라 쿠르디를 제외하고 가족이 모두 익사했다.

시리아 출신인 압둘라 가족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터키와 인접해 있는 고향 코바니로 피난을 갔고 코바니마저도 테러단체 IS에 점령되자 2014년 말 형의 가족과 함께 터키로 이주했다.

압둘라는 터키에서 일을 했지만 수입이 넉넉치 않아 시리아의 부모와 캐나다에 있는 누이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압둘라 형제는 난민 자격으로 캐나다로 이주할 계획이었다.

누이는 압둘라 형의 가족을 위해 난민 신청을 했으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한 증빙 서류가 없어 거절 당했다. 그러자 압둘라의 형은 홀로 독일로 밀입국했다.

출처: AFP

압둘라 가족이 캐나다로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절 당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누이는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압둘라 가족을 캐나다로 데려와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역구 의원을 통해 이민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엄연히 난민 신청 절차가 있는데도 장관에게 청탁한 것이고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답장을 받지 못 했다.

누이로부터 캐나다로 데려올 형편이 못 된다고 전해들은 압둘라는 형을 따라 그리스를 거쳐 독일로 밀입국할 계획을 세운다. 압둘라는 누이가 송금한 5860달러(700만 원)를 밀입국 브로커에게 건네 터키와 접경국인 그리스로 밀항을 시도한다.

9월 2일 새벽 2시 30분, 압둘라 가족을 포함한 난민들이 5미터 길이의 고무 보트 2대에 나눠 타고 그리스의 섬 코스로 향한다. 코스는 터키에서 가장 가까운 그리스 영토로 불과 4킬로 가량 떨어져 있고 배로 30분 거리다.

하지만 배가 터키 해안을 떠나자 파도가 드세졌고 정원의 두 배 이상의 인원이 탑승했기 때문에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선장은 배를 버렸고(...) 압둘라가 배를 조종하려 했지만 이내 전복됐다.

아일란(왼쪽)과 갈립

아이들은 구명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보트가 뒤집히면서 벗겨져 버렸다. 압둘라가 인터뷰에서 '구명조끼가 가짜였다'고 말했는데 불량품이었거나 착용 방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압둘라는 아이들을 잡고 아내 리한과 같이 보트에 매달렸으나 한 시간 후 첫째 아들 갈립이 죽었고 이어서 아일란이, 마지막으로 아내가 죽었다. 압둘라는 보트가 전복된지 세 시간만에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 총 사망자 수는 12명이었고 이중 5명이 아이들이었다.

다음날 터키 경찰은 밀입국을 알선한 업자 4명을 체포했다. 압둘라는 고향이 있는 시리아로 돌아가 가족의 시신을 묻었고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며 고향에 남아 IS와 싸울 뜻을 밝혔다.

아일란의 시신 사진이 공개되자 중동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유럽 국가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국은 수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아일랜드도 1800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 프랑스 역시 EU 회원국이 할당 인원을 정해 난민들을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에 합의했다.

아버지 압둘라 크루디

하지만 압둘라 가족같이 터키를 거쳐 서유럽 국가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들이 과연 일반적인 의미의 난민들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터키는 분쟁 지역이 아니고 터키 정부가 시리아 난민들을 탄압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터키를 떠날 명분이 없다.

목숨에 위협을 느껴 시리아를 탈출했다면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에서 정착했어야 한다. 시리아 난민들의 형편이 어렵긴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을 신청할 수는 없다. 압둘라 가족의 경우 터키에서 차별받는 크루드족인 건 사실이나 2천만 명 가까이 되는 터키 내 크루드족을 전부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터키에서 사는 게 정 어렵다면 터키에서 가까운 불가리아,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에 정착해야 하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를 선택하는 걸보면 피난이 아닌 선진국으로 이민이 주된 목적일 공산이 크다. 일부 탈북자들이 유럽이나 북미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진국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들을 거부하는 유럽 국민들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시리아 난민들 상당 수는 통상적인 의미의 난민도 아닐 뿐더러 난민을 수용하면 국민이 되는데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은 모조리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너무나 안타깝고 특히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불쌍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