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감표명, 거짓 발표, 5.24조치 해제

북한의 지뢰 매설과 포격 도발로 촉발된 군사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이뤄진 남북 고위급 회담이 북한 퍼주기로 끝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에서 국군 하사 두 명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나무 상자 안에 설치된 지뢰)에 다리를 잃는 사고로 시작됐다. 국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8월 10일, 11년 만에 확성기를 통한 대북방송을 시작했다.

대북방송은 아이유, 소녀시대 노래도 틀어주지만(...) 김정은 체제 비판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북한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북한은 부들부들거리며 8월 20일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경기도 연천군 인근에 2발을 포격했고 우리도 29발을 대응포격했으나 둘 다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프로레슬링 급의 격렬한 리액션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쟁도 불사한다며 특유의 허세를 부린다. 우리도 전군에 최고 경계 태세를 내리고 무력시위 용으로 전투기 8대를 한반도 상공에 비행시키는 성의를 보였다. 둘 다 내일 당장 전쟁할 듯하더니 이틀 후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는다(...). 양측이 잠도 안 자며 43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8월 25일 새벽 1시 경 타결됐다.

공동 합의문에서 북한은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은 개쌍놈들이라 사과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항상 유감이라고 하는데 그 마저도 이번이 사상 다섯 번째, 김정은 체제에서는 첫 사례다.

문제는 북한이 지뢰 매설의 주체를 언급하지도,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유감 표명은 사과가 아니라 니네 사고 나서 안 됐다란 소리다.

지뢰에 다리를 잃은 김 하사(출처: 중앙일보)

그럼에도 우리측은 좋다고 8월 25일 오후 12시 부로 대북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되기 직전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확성기 방송을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사과, 재발 방지 어느 것도 안 했는데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북한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우리도 필요하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굴욕적인 제의라고 먼지나게 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애국보수라면서 왜 이런 굴욕적인 합의를 한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군과 장병들이 사기를 얻을 수 있도록 정치권과 국민의 협조를 부탁했는데 젊은 하사의 다리와 미래를 꼴랑 유감과 맞바꿨으면서 장병들의 사기가 오르기를 바라나? 게다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거짓 발표까지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동 합의문에 뜬금 없이 남북이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말이 좋아 민간교류지 북한에 퍼주기 아닌가? 우리 군인들의 다리를 날려 버린 댓가로 북괴에 퍼주다니 이런 닭대가리가 어디 있나. 그렇게 안보팔이하더니 종북 세력과 뭐가 다른가?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출처: 뉴시스)

민간교류 활성화가 사실 5.24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24 조치란 남북 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조치로, 북괴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5월 24일 발표됐다.

5.24 조치의 해제 없이 민간교류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이번 협상에서 9월 초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5.24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북괴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아무런 사과 없이 5.24 조치의 해제만 줄곧 요구해 왔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북괴는 지뢰와 포격 도발로 5.24 조치를 해제한 셈이니 박근혜 정권은 굴욕 외교를 넘어 종북 외교를 한 셈이다.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애국보수들은 새벽 3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네이버에 좌표를 찍고 달려가 철야 근무를 했다.

이들은 '김관진 실장 고생 많으셨다', '전쟁 안 난 것에 감사하다고 해라',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원칙을 지킨 협상 감사하다'며 정신승리했다. 즉, 박근혜 정권이 전쟁할 것처럼 입털다가 원칙에 따라 국민들을 위해 북괴에 퍼줬으니 김관진 실장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출처: 뉴시스)

애국보수들은 북괴로부터 유감 표명을 받은 것이 큰 성과라고 감격했는데 그럼 연평해전 다음날 아침 핫라인으로 유감 표명을 받은 김대중은 왜 까는 건가(...).

반면 애국보수 커뮤니티인 일베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협상 타결 발표 직후 200개가 넘는 관련 글이 최다추천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대부분 협상 결과에 실망하는 내용이었고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들이었다.

일베는 원래 친박근혜 커뮤니티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거듭된 삽질과 젊은 애국보수들, 정치에 관심 없는 애새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박까의 세력이 크게 늘었다. 박까 일베충들은 박빠 일베충들을 꼰대로, 박빠 일베충들은 박까 일베충들을 전라도, 학생, 오유(...)로 몰면서 개싸움을 벌였다.

일베에서조차 여론이 안 좋은데 새벽까지 네이버에서 이번 협상에 대해 찬양 일색의 댓글을 달던 애국보수들은 어느 단체 소속일런지.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노력한 결과'라고 자평했는데 북괴의 '유감'이라는 한 마디에 감동먹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의 유일한 성과가 강경한 대북 정책이라고 쓰고 무대책이라 읽는다였는데 굴욕적인 협상으로 이것마저 날리고 결국 빤스만 남았다. 그럼에도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한 걸 보면 북한 욕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