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일부러 져주기? 승부 조작, 버그·오류 논란

알파고의 첫 실수에 멘붕한 이세돌(출처: 딥마인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리를 올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 대해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웠던 알파고가 어이 없는 실수를, 그것도 10분 동안 세 번이나 저지른 것이다.

알파고의 첫 번째 실수가 나오자 이세돌은 알파고를 위해 착수한 아자황이 잘못 둔 것이 아닌가 해서 모니터를 보고 확인까지 했다(...). 특히 두 번째 실수는 바둑을 처음 배운 사람도 두지 않을 똥수(망한 수)였다.

프로 기사가 이런 수를 뒀다면 승부조작이 의심될 정도로 어이 없는 실수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세돌이 전패 위기에 몰리자 알파고 개발진이 흥행을 고려해 일부러 져주기 시합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알파고의 압승으로 시들어 가던 대회 열기가 이세돌이 첫 승을 거두며 되살아났고 시청률은 대박이 났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번 패배로 개망신을 당했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인공지능 연구회사 <딥마인드>가 제작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알파고에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사업, 지능형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이 거는 기대가 크다.

기자회견에서 일본 NHK의 기자가 딥마인드 CEO에게 '인공지능을 의학에 접목시켰을 때 실제로는 효과적인 인공지능의 조언이 의학전문가들이 보기에 오류로 보인다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 않나'라고 질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알파고 똥수 3개(출처: 딥마인드)

이번 대회는 인간 최강자에게 도전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명목으로 성사됐지만 사실은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홍보하는 행사였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밋과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대국을 관람하기 위해 방한했을 정도다.

알파고가 바둑계의 전설 이세돌에게 패한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확도가 생명인 인공지능이 사람도 두지 않을 똥수를 세 개나 뒀다는 것이다. 아유 고갱님 알파고는 원래 그렇게 쓰는 거에요

패배 후 딥마인드 관계자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구글은 이번 패배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4국이 져주기, 승부 조작일 가능성은 0%다.

그럼 똥수 3개는 버그가 아니었을까? 버그란 의도치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란 뜻이다. 우선 똥수들이 나온 맥락을 알아야 한다.

고전하던 이세돌이 78번째 수를 두자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는 오오하며 감탄했고 중국의 구리 9단 역시 놀라면서 '신의 한 수'라 평가했다. 그러자 알파고는 78수 이후 4연속 떡수(이상한 수)를 두면서 급격히 무너진다.

알파고는 인간과 달리 바둑돌을 둔 과정을 기억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둔다. 알파고 입장에서는 매차례 남이 두던 바둑을 이어 받아 한 수만 두고 퇴근하는 셈이다.

어두운 표정의 딥마인드 관계자들(출처: 뉴시스)

알파고는 실수했다는 기억을 하지 못 하기 때문에 당연히 멘붕도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4번 연속으로 떡수를 둔 걸로 보면 이세돌의 78수를 이해하지 못 했을 공산이 크다.

78수까지 알파고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이길 확률은 70%였다. 하지만 87번째 수를 두고 나서 이길 확률을 대회 처음으로 50% 이하로 판단했다. 똥수 3개는 이 다음에 나온 것이다.

알파고는 몬테 카를로 트리 검색그냥 그런 게 있다 치자을 이용해 최상의 수를 선택한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차가 있기 때문에 바둑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면 가끔 똥수가 나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똥수 3개도 검색 방식의 한계일 가능성이 있다.

똥수들이 확률이 급격히 내려간 직후 나온 걸 보면 확률을 회복시키려 도박을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문제의 똥수들은 상대방이 대응만 하지 않으면 좋은 수다. 대응을 해서 문제지. 패색이 짙어지자 알파고가 막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알파고는 이기는 상황에서는 빈 틈이 없었지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 했고 똥수까지 남발한 걸 보면 승부를 뒤집는 능력이 약점인 것 같다.

정리하면 이세돌은 정정당당하게 싸웠고 알파고의 똥수로 쉽게 풀어가긴 했어도 승패에 영향을 준 건 아니기 때문에 실력으로 이겼다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