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댓글판사 사직서 제출, 대법원 사표 수리

포털에서 악성 댓글을 달며 '댓글판사', '일베판사'란 별명을 얻은 수원지방법원 이 모 부장판사가 결국 사직했다.

이 부장판사는 네이버와 다음에서 베충이같은 댓글들을 달아 애국보수 커뮤니티인 일베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가 쓴 주옥같은 댓글 내용을 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JTBC가 이 부장판사의 악성 댓글 사건을 취재한 11일, 이 부장판사는 난데없이 오후 6시에 연가(차휴)를 내 이튿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가 다음 날 선고할 예정이었던 10개의 사건은 재판이 연기됐고 사건 당사자들은 다음 선고까지 몇 개월을 기다리게 됐다. 민폐왕

다음 날 수원지법과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 부장판사가 7년 간 정성스럽게 작성한 9500개의 댓글들을 전수조사키로 했다.

그러자 댓글판사는 그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한다. 조사 대상자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기다렸다는 듯 아무 징계 없이 다음 날 사직서를 수리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법관징계법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지만 사표를 바로 수리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조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지법과 윤리감사실은 진상조사를 마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표 수리를 미루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남이가

수원지방법원(출처: 오마이뉴스)

그럼 재판이 끝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 피의자가 재판 중에 이민가도 되겠지? 법을 안 지키는 놈들이 판사질을 하고 있으니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당연하다.

징계 처분 없이 사표가 수리된 덕분에 댓글판사는 죽을 때까지 연금을 타 먹을 수 있고 변호사 활동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

하지만 댓글판사가 당장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사나 판사는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입회해야 하는데, 징계를 받지 않았더라도 물의를 빚은 전임 검사, 판사들은 협회가 입회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거의 2년 째 변호사 등록을 거부당하고 있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은 징계를 받은 적은 없지만 위장전입 의혹과 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삥땅친 혐의로 고발돼 임명된지 41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과거 자신의 페북에 가카새끼 짬뽕 이미지를 올려 유명해진 이정렬 전 부장판사도 입회를 거부당해 현재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법원(출처: 오마이뉴스)

참고로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입회를 거부 당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모티브가 된 사건에 대한 심판 내용을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공개해 이례적으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 밉보여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명박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또한 판사, 검사에게는 전관예우라는 사기 아이템이 있는데 댓글판사는 이걸 못 먹을 가능성이 크다. 판사, 검사가 변호사가 되면 퇴임 후 2년 동안은 약 빨고 운동하는 것 만큼이나 재판 승률이 높아 로펌에서 일하면 월급으로 최고 1억 원씩 땡긴다.

하지만 전관예우 기간이 끝나기 전해 변호사 등록이 안 되면 말짱 황이다.

무엇보다도 댓글판사는 애국보수니 승진에도 문제 없겠다, 최소 지법원장은 해 먹었을 것이고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로 거하게 꿀 빨았을 텐데 키보드배틀 때문에 한 순간에 돈과 명예를 날려 버린 것이 가장 뼈아프다.

아군인 댓글판사의 사표 수리 소식을 접한 일베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일베 열사들은 대부분 '이중잣대', '전라도식 정의'라며 치를 떨었지만 이제 법관 신분이 아니니 마음껏 댓글을 달라는 긍정왕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