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상남자만화, 김수찬 여혐 논란 정리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 여혐(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웹툰은 아마츄어 웹툰작가인 김수찬 작가가 4월 초반부터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한 존나 상남자 만화로 보통 상남자 만화로 부른다.

<상남자 만화>는 상남자인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무식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이 컨셉인 병맛만화다. 여자친구가 일상적인 얘기를 하면 상남자는 '아가리 여물어! 썅년아!'라며 때린 다음 닭살 돋는 멘트를 날리는 것이 유머 패턴이다. 여친을 위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때리기 때문에 츤데레(좋아하면서 싫어하는 척하는 것) 요소도 있다.

아래는 <상남자 만화>의 첫 화다.

©김수찬

2화에서는 '오빠!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라는 여친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이렇게 매일 이쁜데 달라진 걸 어떻게 알아!'라고 말한다.

또 다른 화에서는 '오빠, 오늘 우리집 비는데 라면 먹고 갈래?'라는 여친에게 아구창을 때리고(...) '니 순결은 내가 지킨다'라고 답한다. '라면 먹고 갈래'는 보통 여성이 남성에게 교미를 제안할 때 쓰는 은어인데 상남자가 여친을 배려하기 위해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첫 화는 56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1300회 이상 공유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대다수는 남성이었으나 여성도 많았다. 병맛만화에서 맞는 사림은 남자이어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에 여자가 맞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맞고 나서 여친이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황당한 표정인 걸로 봐 여성의 고통을 즐기는 게 아니라 슬랩스틱(몸개그나 때리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기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렇게 때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 슬랩스틱이나 개그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다음 화에서는 문제가 심각해 진다. 상남자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여친이 '오빠, 많이 아파? 내가 죽 만들어 줄게 좀만 기다려'라고 하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얼굴을 발로 차고 '꼬들밥으로 지어 와라'라고 말한다.

어디서 웃어야 하지? 지금까지 개그 패턴은 상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오글거리는 멘트를 던지는 형태였지만 '꼬들밥으로 지어 와라'는 애정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츤데레가 아니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패는 것인데 이건 데이트 폭력도 아니고 학대 아닌가. 여친을 때리는 남자를 '상남자'라 부르며 조롱하는 게 웃음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소수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편.

©김수찬

여자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모텔로 끌고 가는 건 강간이다. 게다가 '점심 메뉴는 너다'는 '여자를 먹는다'는 것을 응용한 것인데 이 표현은 강간의 뉘앙스로 쓰이기도 한다.

강간을 컨셉으로 한 일본 성인 영화도 많긴 한데(...) 이건 개그만화 아닌가. 강간이 웃기냐? 이 회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남자 만화를 여혐으로 간주했다.

반론도 가능하긴 한데, 남성 강간을 개그 소재로 쓴 웹툰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가령, 엉덩국 작가의 출세작(...)인 병맛만화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에서 주인공은 항문에 디ㄹ도를 맞은 후 남자들에게 끌려가고 결국 게이가 된다(...). 남성간 강간이 현실에서 극히 드물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차이기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김수찬 작가가 커플 댄스란 제목으로 올린 웹툰이다.

©김수찬

남자가 정색 빨고 여자를 리얼하게 패는 건데 이게 웃긴가? 남자는 때리기만 하고 여자는 맞기만 하면 여혐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김수찬 작가는 여초는 물론 남초에서도 신나게 까였고 결국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한데, 누군가가 기사를 쓴 국민일보 기자에게 작가분이 기자를 패고싶어한다고 욕을 적었습니다. 진짜 그럴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라고 일렀다(...).

그러자 이 기자는 [극혐뉴스] 여성혐오 상남자만화가 '기자 패고 싶다' 기자 '찾아오세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작가님, 맞아드리겠습니다. 패고 싶으시다면 여의도 국민일보로 찾아오세요'라고 밝혔다(...). 만화가와 기자의 현피 사건

김수찬 작가는 초기에는 '내 만화를 보고 진짜로 여자를 때리는 남자가 병신인 것'이라며 일침했으나 곧 문제점을 인정하고 <상남자 만화> 대부분을 삭제했다(...).

이후 수위를 대폭 낮춰 <상남자 만화>를 다시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좋아요가 6만 개 가까이 되는 등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일베충이란 의혹이 있었으나 페이스북에 여성 팔로워들이 더 많고 세월호 1주년 추모글을 올린 걸 보면 그건 또 아닌듯. 그냥 이상한 평범한 사람이 개막장 만화를 그렸던 것 같다.

김수찬 작가는 현재 정식 작가가 아니라서 알바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 팔로워가 37000명이 넘고 글 하나에 좋아요가 2천 개는 우습게 넘어갈 만큼 화제성이 있는 걸 보면 레진코믹스에서 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