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마티즈 논란: 구입, 폐차, 범퍼, 안테나, 번호판

국정원 해킹 사건에 연루돼 자살한 임 모 과장(45세)의 차량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임과장의 차는 GM대우에서 생산된 2005년식 빨간 마티즈로 그는 이 차에 번개탄을 피운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마티즈와 관련된 의혹을 정리해 보았다.

의혹 1: 중고차

임과장은 문제의 마티즈를 7월 2일 구입했다. 임과장 아내가 차를 가지고 있지만 추가로 구입한 것이다. 임과장은 팀장 급이었는데, 팀장 급이 10년된 중고 경차를 구입하는 것은 흔치 않다. 게다가 자살 16일 전에 문제의 마티즈를 구입했는데 용도가 정해져 있었나?

GM대우는 2011년 사명을 쉐보레로 변경했다. 따라서 2005년식 마티즈에는 GM대우 앰블럼이 부착된 것이 보통이나 임과장의 마티즈에는 쉐보레 앰블럼이 부착돼 있다. 임과장을 포함, 2011년 이후 차주 중 한 명이 앰블럼을 교체했다는 소리인데 재미있는 건 번호판이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구형 초록색이다.

별 것도 아닌 앰블럼도 교체할 정도로 유행에 민감한 차주가 구형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쉐보레 엠블럼에 구형 번호판을 부착한 마티즈(출처: 연합뉴스)

의혹 2: 차량 바꿔치기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에 찍힌 임과장의 마티즈는 번호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였다. 하지만 임과장의 시신이 발견된 마티즈의 번호판은 초록색 바탕에 흰색 글씨였다. 또한 자살 현장의 마티즈에는 검은색 가드범퍼와 안테나가 있지만 CCTV 속 마티즈에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이 떡밥은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받아 먹으면서 경기지방경찰청이 브리핑까지 열어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비슷한 연식의 마티즈에 녹색 번호판을 달고 문제의 CCTV 영상이 찍힌 장소와 시간대에서 재연실험을 했다.

경찰 재연실험(출처: 조선일보)

일부 커뮤니티에서 왼쪽이 원본 CCTV 영상, 오른쪽이 재연실험 영상인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둘 다 재연실험 영상이며 왼쪽이 저화소, 오른쪽은 고화소다. 사진에서 보듯 저화소에서는 녹색 번호판이 흰색으로 촬영됐다. 빛의 간섭 현상으로 인해 녹색이 흰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왼쪽 영상은 단순히 저화소가 아니라 포샵질로 채도를 확 낮췄다. '폐차'라고 쓰여진 구조물의 녹색 지붕이 회색으로 변한 것이 그 증거다. 반면 원본 CCTV 영상은 지붕이 회색이 아닌 녹색일만큼 채도가 높은데도 번호판은 흰색이다.

가드범퍼 또한 재연실험 영상에서는 저화소에서도 선명히 보이지만 같은 화소에 채도는 더 높은 원본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안테나는 원본 영상을 끝까지 보면 보이기 때문에 안테나 논란은 상한 떡밥이다.

의혹 3: 폐차

임과장이 자살한지 4일 만인 22일, 마티즈가 번호판을 반납하고 폐차됐다. 경찰은 자살 당일 밤, 마티즈를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한다.

폐차 여부는 차주가 결정하는데 차주인 임과장이 고인이 됐으니 결정권은 부인에게 있다. 영결식이 21일 오전이었는데, 남편의 죽음으로 경황도 없을 부인이 영결식 다음날 신속히 폐차를 결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CCTV에 찍힌 임과장의 마티즈(출처: YTN)

애국보수 열사들은 재수 없어서 바로 폐차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어느 미친놈이 발인 다음 날 폐차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국정원

자살 동기가 없는 사람이 시말서로 보이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는데, 자살에 동원된 차량을 서둘러 폐차시키면 증거인멸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임과장의 부인이 아니라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에서 고소하는 모 기관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음모론을 극혐하지만 차량 바꿔치기 논란이 제기된지 바로 다음 날 서둘러 폐차하니 더 의심스럽다.

결론

임과장 사망이 중대한 사건이고 이를 둘러싼 의혹이 규명되야 하는 건 맞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 불법 감찰 의혹이다. 따라서 진상 규명은 국정원의 불법 사찰을 중심으로 이뤄져야하며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