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선거법 위반, 국민참여재판 판결 정리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상그지가 될 위기에 놓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 보았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애국보수 진영에서는 고승덕, 문용린, 좌파 진영에서는 조희연이 출마했다.

고승덕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분위기였는데 5월 24일, 뉴스타파의 최경영 기자가 '고승덕 후보는 자녀들을 한국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으셨으면 왜 그러신 건가요? 본인 역시 미국 영주권을 갖고 계시지요?'란 트윗을 남긴다.

선거 기간 중 중립 보도를 해야 할 기자가 이런 트윗을 남겼다는 것부터가 병맛일 뿐더러 고승덕은 미국 영주권를 가진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트윗은 2000번 넘게 리트윗되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졌다.

조희연 후보도 떡붕어처럼 낚여 5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승덕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27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같은 요구를 했다. 하지만 당일 오후 고승덕 후보가 여권 사본을 제출해 미국에 간 적이 없다고 해명하자 조희연 후보는 급얌전해진다.

근데 고승덕 후보도 조희연 후보에게 구라로 밝혀진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과 통진당 경기동부연합 연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하지도 않은 특목고 폐지 공약을 비판하며 쉐도우 복싱을했기 때문에 너무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결국 조희연, 고승덕 후보는 서로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둘다 사이좋게 주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고승덕(출처: 한국일보)

이때까지만 해도 고승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였지만 5월 31일, 절연한 딸 캔디 고가 페이스북에 고승덕 후보가 고시오패스 '교육감 자질이 없다'는 폭로글을 올리며 지지율이 폭락했고 똥줄이 탄 고승덕 후보가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고 외치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조희연 후보의 아들들이 직접 선거 운동에 나서며 인터넷에 아버지의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못난 아버지는 3위에 그쳤고 조희연 후보가 어부지리로 교육감에 당선됐다.

표적 수사

선거 4개월 후인 2014년 10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라는 애국보수 단체가 밥 잘 먹고 조희연 교육감을 허위사실유포죄로 고발한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은 박원순 시장, '유민 아빠'로 알려진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 등 총 40여명을 고발한 고발왕이다.

세 모자 만큼이나 고소를 남발하는 양반들이라 경찰도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인계)했다. 그런데 검찰은 조희연 후보가 선관위에 주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소시일 만료를 하루 앞두고 기소한다. 반면 같은 처분을 받은 고승덕 후보는 기소하지 않았다.

조희연 후보 기자회견(출처: 연합뉴스)

게다가 영주권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가 허위사실 유포라면서 영주권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허위사실의 최초 유포자인 최경영 기자도 기소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적 기소였기 때문에 조희연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시민의 의견을 묻기로 한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 1명만 벌금 300만 원, 나머지는 500만 원의 의견을 냈다.

배심원은 무작위로 선출되기 때문에 전원일치 평결은 조희연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이 빼박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고승덕이 세 개의 거짓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배심원들은 몰랐다.

첫째, 고승덕은 영주권 의혹에 대한 해명을 5월 27일 했는데 재판에서는 26일 해명을 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조희연이 27일 오전에도 영주권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고승덕의 거짓 진술로 조희연은 영주권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도 해명을 요구한 셈이 됐다. 하지만 검찰은 고승덕의 위증이 아닌 착오라고 쉴드를 쳐 주위를 숙연케 했다.

둘째, 증거로 제출한 자서전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에 영주권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다며 조희연이 이미 자서전을 읽었기 때문에 영주권자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후보의 공개서신에는 고승덕을 그의 영문명인 '데이빗 고'로 지칭했는데, 영문명은 자서전에만 나온다는 것이다.

선고 직후(출처: YTN)

하지만 2012년 발간된 개정판에는 영주권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의 영문명도 조인스 인물 정보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영문명을 알았다고 해서 자서전을 읽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고승덕은 이에 대해 '난 네이버밖에 안 본다'고 일침했다. 애국보수 포털

셋째, 캔디 고 폭로의 배후가 조희연 캠프라는 제보가 있었다는 거짓 진술을 했다. 고승덕이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하는 바람에 배심원들이 죄다 낚였는데 그는 선거 기간 중에는 캔디 고의 배후가 문용린 후보였다고 주장했었다. 정신병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유죄 판결 이유 중 하나가 조희연 측이 주한 미국 대사관에 고승덕 후보에 관해 문의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미국 대사관은 영주권 보유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

재판부는 또, 최경영 기자의 트윗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조희연 선거운동원이 최경영 기자의 동료 기자에게 문의한 결과 '나는 99% 확신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물론 낚이긴 했지만(...) 최소한 조희연 교육감 측이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은 했다.

항소

조희연 교육감은 항소했고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선고유예란 경미한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선처해 주는 것을 말하며 경찰의 훈방조치, 검찰의 기소유예와 비슷하다. 서울고법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고승덕 후보가 반박할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결론

검찰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는데 대법관들은 알다시피 애국보수다. 대선 개입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만장일치로 파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의 요구로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애국보수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되자 이제는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애국보수 단체의 고발, 검찰의 황당한 기소, 고승덕의 허위 진술 모두 톱니바퀴 굴러가듯 착착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대법원이 항소심을 파기하고 조희연 교육감은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30억 원의 선거비용도 다 토해내야 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