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쾌유 기원! 개고기, 난타, 부채춤, 발레, 신동욱 석고대죄 단식

통일병 환자 김기종에게 테러를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에게 전국의 애국보수들로부터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연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70대 할배는 개고기와 미역국를 들고 리퍼트 대사가 입원해 있는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할배는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빌며 개고기와 미역국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안타깝게도 보안 규정상 돌려 보내야 했다.

리퍼트 대사와 애견 그릭스비(출처: 마크 리퍼트 트위터)

참고로 리퍼트 대사는 애견인인데다가 개고기는 미국인들이 기겁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이 훈훈한 소식은 전세계에 보도돼 국격을 상승시켰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신도들은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및 국가안위를 위한 경배 찬양행사를 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사님을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며 치뤄진 이번 행사는 환자들에게 그렇게 좋다는(...) 난타 공연으로 시작됐다.

난타 공연(출처: 노컷뉴스)

이어 여학생들이 추운 날 길바닥 한가운데에서 발레 공연을 선보였고, 그 다음에는 아줌마들이 '할렐루야'라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부채춤을 춰 북한의 아리랑 축제를 방불케했다. 역시 한민족

발레 공연(출처: 노컷뉴스)
찬양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부채춤 공연(출처: 노컷뉴스)

그 다음 날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또 다른 기독교 단체에서 출동한 아줌마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대사관을 향해 큰절을 올려 황제국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난 이렇게 늙지 말아야지

출처: 연합뉴스

구국채널나라사랑어머니연합도 미국대사관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조기와 '마크 리퍼트를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쾌유를 기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애국보수단체인 엄마부대봉사단이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의 쾌유와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7명의 할머니와 1명의 할아버지가 참석한 이번 대규모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세준 아빠(리퍼트 대사 막내 아들의 한국 이름) 힘내세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밥값을 했다.

엄마부대봉사단은 70대 할머니들로 구성된 애국보수단체로 2014년,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근데 유가족들은 의사자로 지정시켜 달라고 한 적 없다.(...)

엄마부대봉사단 대규모 시위(출처: 노컷뉴스)

애국보수단체 청년학생포럼 역시 미국대사관 옆에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바라는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퇴원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석고대죄의 뜻으로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신동욱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의 남편으로 그가 총재로 있는 공화당에는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신동욱 총재는 한나라당, 관변 단체에서 소일 하다가 자신보다 13살 연상인 박근령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고 바로 다음 해에 결혼에 골인하며 인생역전했다.

신동욱 총재는 석고대죄 단식. 리퍼트 대사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So Sorry라는 현수막을 펼쳐 놓고 간지나는 선글라스를 낀 채 노숙자 포스로 단식 중이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인데 왕실에서나 있을 법한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리퍼트 대사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이라고 부르나 보다.

석고대죄 중인 신동욱 총재(출처: 신동욱 트위터)

신동욱 총재는 단식 첫 날,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고 한미혈맹관계를 더욱 돈독하고 굳건히 다지기 위하여 석고대죄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트윗글을 올렸다. 신동욱이 굶으면 리퍼트 대사가 쾌유한다니 신동욱이 죽으면 리퍼트 대사는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지 않을까.

이튿날에는 리퍼트 대사와 그 가족, 그리고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석고대죄 단식' 이틀째 이어갑니다란 트윗을 올렸는데 신동욱이 죽음으로 사죄해야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신동욱 총재는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일부리거들의 종교 행사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날렸다. 신동욱 총재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발레춤이나 난타공연은 용서나 쾌유를 기원하는 게 아니고 퍼포먼스에 불과했으며 장난스러웠다중요한 건 사과나 용서를 보여주는 쇼맨십이 아니고 진정성이라며 일침했다.

즉, 발레, 난타, 부채춤 공연은 퍼포먼스지만 트위터에 인증까지 한 신동욱 총재의 노상 단식은 진정성이 있다.

신동욱 총재의 단식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4년 9월,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의 단식은 거짓이라며 실험 단식을 한 전력이 있다. 신동욱 총재은 결국 실험 단식을 중단하면서 삭발식을 가졌다.(...) 따뜻한 관심에 굶주린 사람이니 댓글이나 달아 주자.

한 사람의 쾌유를 위해 짜기라도 한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곳은 북한 말고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 같다. 상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