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여승무원 김도희, 미국에서 조현아 소송 이유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땅콩(마카다미아)을 서빙하다 날벼락을 맞았던 김도희 승무원이 미국에서 대한항공과 조현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도희 승무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며 뉴욕 퀸즈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퀸즈는 땅콩리턴 사건이 발생했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다.

김도희 승무원의 변호를 맡은 앤드루 J. 와인스타인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절제되지 않은 오만함을 보였으며 김도희에게 거짓 진술과 화해하는 장면을 연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례를 봤을 때 최소한 수 십 억, 많게는 수 백 억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김도희 측은 대한항공과 조용히 해결하기를 원했지만, 대한항공 측이 거부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국내 언론에서는 김도희 승무원을 김 모 승무원이라고 지칭했을 뿐, 누구인지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들이 실명으로 보도하니 그제서야 덩달아 공개했다.(...)

자꾸 김도희 승무원을 '조커녀', '악마의 미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여자는 김도희가 아니라 조 모 승무원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출처: 연합뉴스)

김도희는 땅콩리턴 사건 직후 벌어진 검찰 조사에서 폭언과 폭행은 없었다며 조현아와 똑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1월 초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대한항공 측이 김도희 승무원을 회유하기 위해 모기업인 한진그룹 산하의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직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인터넷에 그녀의 사진이 유출되고 가루게 되게 까였다.

결국 김도희는 사실대로 털어놨고 1월 말, 조현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한항공 관계자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집으로 찾아와 사과하고 싶다는데, 협조하면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어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도희는 이후 병가를 내고, 언론을 피해 줄곧 칩거해 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출처: 오마이뉴스)

조현아가 2월 중순, 김도희에게 1억 원을 공탁(가해자가 합의의 뜻으로 피해자를 위해 돈을 맡겨둠)했으나 김도희는 찾아가지 않았다. 당시 한 변호사는 공탁금 1억 원은 김도희가 조현아에게 민사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치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1억 원으로 퉁치면 김도희는 호구되는 것이었다. 해당 사건은 미국 영토 안의 기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 어디에서도 소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손해배상 청구해 봤자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제한돼 있는 반면,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게 사기템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의 죄질이 나쁠 경우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부과해 혼구녕을 내는 것을 말한다.

1999년, 마욜라 윌리엄스라는 할머니는 남편이 매일같이 담배 세 갑 씩을 피우다 폐암으로 죽자 담배 제조회사인 필립모립스를 상대로 광고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축소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9년, 연방대법원은 필립모리스에게 7950만 달러, 우리돈 900억 원을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쿨한 판결을 내렸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빼먹어 망하게 해도 벌금 몇 천으로 끝나는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판결이다.

게다가 미국의 민사 소송은 일반인들이 판결을 내리는 배심원 제도라 판사들이 로펌 변호사들과 형님, 아우 하면서 슈퍼갑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내리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조현아 전 부사장(출처: 오마이뉴스)

미국에서 갑질이 한국 만큼 힘든 이유가 바로 이 징벌적 손해배상과 배심원 제도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는 도입이 안 되겠지 물론 소송이 남발되는 부작용도 있는데, 오죽하면 미국에서 벼락부자가 되는 방법이 로또를 맞거나, 소송을 거는 것이겠나.(...)

그렇다면 김도희 승무원은 어떻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을까.

미국에서는 일반인이 대기업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생기면 로펌들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소송을 걸라고 살살 꼬신다. 이럴 경우 지면 변호사 수임료를 받지 않지만 이기면 승소액의 수 십 프로를 성공보수로 가져간다. 참고로 김도희의 변호를 맡은 와인스타인 변호사는 유태인인데, 미국내 변호사들 중 유태인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

김도희의 미국 쪽 지인이 앞으로 한국에서 살기는 틀렸으니 미국에서 소송을 걸어 배상금 거하게 받고 이민이나 가라고 조언했을 가능성도 있다. 오너 딸내미가 구치소에서 인디언밥을 우유에 말아 먹고 있는 마당에 계속 대한항공에서 일하기는 글렀고 통수녀로 찍혀 사회생활도 힘들테니 말이다.

이번 소송은 잘한 결정이지만 박창진 사무장이 독고다이로 대한항공과 싸울 때에는 검찰에 구라치고 버로우 타다가 뒤늦게 양심선언한 김도희 열사가 마냥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박창진 사무장 역시 얼굴 다 팔리고, 내부고발자로 찍혀 한국에서 일하기는 글렀으니 미국에서 소송을 걸어 새 인생을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