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스44(44번 버스) 실화? 중국 여성 버스기사 사건

중국 여성 버스기사 사건은 10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로 요즘도 커뮤니티에 잊을 만하면 한 번 씩 올라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 승객 세 명이 버스를 세운다. 이들은 버스를 운전하던 여기사를 강간하러 끌고 나가려 한다.

버스 내 승객들이 모두 외면한 가운데 한 중년 남성만이 이들을 제지하려 했으나 구타 당한다. 결국 버스기사는 풀숲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했고 가해자와 함께 버스로 돌아온다.

운전석에 앉은 기사는 자신을 구해주려던 중년 승객에게 내릴 것을 요구한다. 중년 승객은 '당신을 도와주려 했는데 왜 내리라고 하냐'며 항의했으나 기사가 출발하지 않겠다고 버텨 승객들은 그를 쫓아낸다.

버스는 출발했지만 커브길에서 그대로 직진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버스44'의 남성 승객

하지만 가해자들이 도망가지 않고 버스로 돌아온 점은 개연성이 떨어지고, 정말로 여기사가 자살을 선택한 것인지는 유일한 생존자인 중년 승객의 추측일 뿐이다. 이야기가 처음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려졌을 때 충격과 공포였으나 수많은 인터넷 괴담과 낚시를 통한 학습효과로 요즘은 도시전설 취급을 받는다.

사실, 중국 여성 버스기사 사건은 중국(홍콩) 단편 영화 버스44(원제: 车四十四)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44번 버스'라고도 불린다. 아래는 영화의 줄거리다.

중국 작은 마을의 한적한 교외에 여기사가 운전하는 시골버스가 달리고 있다. 한 남자가 탑승해 버스기사와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버스44'에서 여기사와 강도

잠시 후 몸이 아픈듯 허리를 숙인 채 서 있는 남자 옆에서 다른 남자가 버스를 가로 막아 기사는 버스를 세운다. 기사가 문을 열어 주자 남자들은 칼을 꺼내며 승객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승객들에게 돈을 뺏은 강도들은 여기사를 끌고 나간다. 강도는 저항하는 기사를 때려 제압하고 풀숲으로 데려간다. 아까의 남성 승객이 기사를 구하러 뒤쫓아 나갔으나 강도들에게 두들겨 맞고 칼에 찔린다.

강도들은 결국 기사를 강간하고 도망간다. 버스로 돌아온 기사는 승객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 봤으나 모두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운전석에서 흐느끼는 그녀의 시야에 버스 앞에 놓인 머리 흔드는 인형이 들어왔다. 인형은 그녀의 생각에 동의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자신을 구해주려 한 남성 승객이 버스로 돌아온다. 미안하다며 칼에 찔린 발로 힘들게 탑승하려는 그에게 기사는 내릴 것을 요구한다. 유일하게 도와주려 했는데 왜 이러냐고 하자 그녀는 버스문을 닫아버린다. 그녀는 울면서 창문 밖으로 그의 짐을 던지고 그대로 출발한다.

'버스44' 마지막 장면

차를 얻어타 돌아오는 길에 그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44번 버스였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경찰의 무전을 듣고 미묘한 웃음을 짓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실화인지 분명치 않다.

승객들이 외면했다는 것은 현실성이 있는 게 칼을 든 강도를 상대로 선뜻 나서기도 어려웠겠거니와 중국은 함부로 도와주다 누명을 쓰는 사건이 비일비재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머지는 영화 속 과장인 듯.

<버스44>는 2001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데이얀 엉 감독의 출세작이고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었던 걸 보면 이즈음 도시전설도 시작된 것 같다. 과거 <서프라이즈>에서도 이 사건을 실화라고 소개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아니고 예능방송이라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