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세모자 카페 폐쇄

세모자 응원 카페인 <상처 많지만 아름다운 여자>, 일명 세모자카페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 편의 방송일이 다가오면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방송을 며칠 앞두고 운영진이 회원들에게 기존의 글을 지울 것을 지시하고 증거 인멸, 방송 하루 전날에는 방송 후 여파에 대비한다며 수십 개의 공지글을 삭제함과 동시에 주요 게시판들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운영진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전 올린 공지글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방송 내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원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방송 6시간 전, 느닷없이 한 운영진이 카페의 설립 취지를 지키기 어렵다며 카페가 폐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더니 방송 20분 전에는 세모자카페 부매니저(부 운영자)가 '분노에 가득찬 돌진 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답이라는 걸 배웠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카페를 폐쇄할 뜻을 밝혔다. 세모자 사건이 사기극이란 말도, 사기극에 놀아났다는 말도 없었다. 그는 과거 세월호 유가족에게 쌍욕을 퍼부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다른 운영진은 '생각했던 결말과 달라 아쉽다'며 시작부터가 잘못된 이 카페에서 활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탈퇴의 변을 남겼다.

회원들에게 방송을 보고 냉철히 판단할 것을 부탁하면서 지들은 도망갈 준비나 하고 있으니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녹음 방송 틀어놓고 한강다리 폭파한 이승만 대통령이 떠오른다.

방송 후, 세모자카페는 회원들의 탈퇴 러쉬가 시작됐는데(...) 방송 직후에만 2000여명이 탈퇴했다. 우려와는 달리 세모자카페는 폐쇄되지는 않았으나 매니저(운영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2편이 끝날 때까지 잠정 폐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니저는 운영진들이 현재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침묵이 더 힘이 있을 때가 있다고 정신승리했다. 이 글에는 300여개의 추천이 달리는 등 다수의 회원들이 여전히 세모자를 응원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오후, 운영진은 세모자의 어머니이자 교주인 이정희를 강등시키고 일제히 사과문을 올린다. 근데 이 사과문들을 회원만 읽을 수 있다(...). 과거 여성시대가 탑씨 사건 당시 사과문을 비공개로 올린 것과 비슷하다. 여성시대 시즌 2

매니저는 상황 파악이 됐는지 '미처 알지 못 했던 사실들이 나왔다'며 진실을 알기 전에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

세월호 유족에게 쌍욕을 날렸던 부 매니저는 입장문에 음악(브금)을 넣으며 감성팔이를 시전했다. 그는 '운영진이 섣부른 행동보다는 현실적인 대응을 준비하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는데 세모자가 납치돼 감금됐다는 헛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 편(출처: SBS)

그는 '이정희의 잦은 연락 두절로 고통스러웠다'며 '모금과 집회를 보류한 냉철한 운영진의 판단에 안도한다'고 자위했다. 즉, 우리 냉철한 운영진은 이정희가 툭하면 버로우해도 전혀 의심을 못 했다. 그는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뿐 마지막 순간까지 병신 짓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한 카페스탭은 '방송을 보고 세모자에게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고, 다른 카페스탭은 '세모자의 주장이 1%라도 사실일 가능성을 두고 참여했지만 운영진과 회의 끝에 1%의 가능성 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카페스탭은 선의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회원들을 기만했다며 사과했다. 근데 피해 당사자인 허목사, 경찰, 병원 관계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카페 활동으로 남자친구와 싸움이 잦아졌고(...) 힘들었다며 자신들은 선의의 피해자라는 카페스탭도 있었다.

일부 운영진들은 이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시사했는데 매니저는 미국 거주 중인 재미교포라 예외다.

방송 이틀 후, 매니저가 마침내 세모자카페를 폐쇄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그녀는 세모자카페에 대한 비난을 의식했는지 운영진이 게시글을 원칙에 따라 관리했고, 카페 운영 방향이 피의자에 대한 비방이 아닌 사건에 대한 공정수사 촉구였다고 해명했다.

그녀는 운영진이 어떻게 세모자에게 낚였는지도 설명했는데 이정희가 신변 노출을 우려해 실제로 통화한 적이 지금까지 네 번 밖에 없다고 한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고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 매니저는 운영진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일탈 독자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죄했다.

출처: KBS

세모자카페가 처음부터 막장인 것은 아니었다. 세모자 사건이 세간의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세모자카페에도 다양한 회원들이 유입됐다. 회원들은 세모자의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쪽과 세모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쪽으로 갈려 내분이 일었는데, 감정적인 사람일 수록 목소리가 큰 법이라 세모자 주장에 의심을 제기하는 쪽이 패퇴했다.

카페를 개설한 초대 매니저는 중2병 증상이 있긴 하지만 나름 중립을 지키려 애썼다. 그는 허목사 측 교회 신도, 방송국 PD와 직접 통화한 결과 마녀사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세모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양쪽 말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공지글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공지글을 본 회원들이 개떼들처럼 달려들었고, 자신이 임명한 스탭들 사이에서 자신이 허목사에게 넘어갔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매니저 변경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5.16 혁명.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마저 악화돼 결국 매니저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방송 후 네이트판(...)에 글을 올려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세모자에 대한 배신감과 광신도들의 진상짓에 울분을 토하면서도 운영진은 정의감이 투철하고 강한 신념의 소유자라며 '무분별하게 욕했던 사람들을 욕해야지 다른 분들까지 욕하지마십쇼, 씨팔새끼들아(...)'라고 일침했다.

세모자카페에서는 세모자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면 스파이, 관심종자, 알바로 몰려 강퇴당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들었다. 카페는 세모자를 지지하는 의견만 남아 자정 작용을 잃었고 이정희를 교주로 한 사이비종교로 변질됐다. 실제로 개신교 신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하느님 찾는 댓글들이 많았고 현 매니저도 교회 신자다(...).

세모자카페의 선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모자 카페인양 포털 기사에 좌표 찍어 우루루 몰려가 여론 조작하고, 외국에까지 헛소문 퍼트려 나라망신시킨 책임은 분명하다. 카페 안에서는 광신도들에게 다구리 당하고 이제는 싸잡아 욕 먹는 온건파 회원들은 지못미.

세모자카페의 몰락은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알게 해 준 사건이라 하겠다. 어차피 낚이는 사람이 또 낚이니까 내후년 쯤에 비슷한 사건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