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현동 금괴도굴 사건, 황금백합작전 정리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일본은 히로히토 일왕의 동생 치치부 왕자의 주도로 아시아 일대에서 금, 은 등의 귀금속과 유물을 약탈하는 황금백합작전을 실시했다.

약탈품 대부분은 필리핀을 거쳐 일본으로 옮겨졌지만 중국에서 약탈된 물건들은 한국을 경유했다.

이후 부산에는 '약탈물을 실은 배가 경유한 곳이 부산항에서 가까운 남구 문현동의 지하 어뢰공장이며 해상이 연합군에 봉쇄돼 수백 톤의 금과 유물을 임시로 보관했다가 일본이 패망하자 입구를 폭파하고 철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데 부산에 대규모 무기 공장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다(...).

한동안 잊혀졌던 금괴 소문은 1987년,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실제 주인공인 박수웅이 어뢰공장의 지도란 것을 입수하면서 재조명을 받는다. 그는 어뢰공장을 찾기 위해 문현동 여기저기에 동굴을 팠고 1993년에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다큐멘터리 작가 정충제(66)와 손잡고 수평굴까지 팠다.

어뢰공장 지도(출처: 주간한국)

몇 년 후, 정충제는 박수웅과 의견 차이로 결별한 뒤 김 모 씨와 함께 지하 어뢰공장이 있을 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건축폐기물업체인 <거창산업>의 부지를 주목한다.

1939년 4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에 매각된 이후 9월에는 일본목재공업주식회사로, 중국에 대한 황금백합 작전이 끝날 시점인 1945년 7월에는 조선총독부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다.

정충제는 '지하에 금괴 450톤과 금동불상 36좌가 매장됐다'며 땅주인을 설득해 굴착기로 굴을 파기 시작했고 2002년 3월, 마침내 지하 16미터 지점에서 높이 3미터, 폭 2.5미터, 길이 20미터의 수평굴을 발견한다. 근데 어뢰공장이 무슨 고시촌이냐(...).

지하굴이 물에 잠겨 있어 수중무인카메라를 집어 넣어 확인한 결과 가로 50센치, 세로 20센치 크기의 포대가 5층 높이로 쌓여있었다. 정충제는 '카메라를 통해 포대에 일본 글자가 써 있고 안에 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장면은 녹화하지 않았다(...).

2005년 당시 정충제(출처: 주간경향)

정충제는 김 씨로부터 보물전문가(...) 백준흠 일행을 투자자로 소개 받고 동업을 결정한다. 하지만 3월, 이권 문제로 정충제는 퇴출당했고(...) 4월 백준흠의 지인이 해당 부지를 매입한다. 그러자 5월, 정충제는 지하굴에 대한 이용 및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다.

하지만 그달 말, 문제의 포대가 한주소금(...) 포대고 안에는 잡석만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백준흠 일행은 6월, '자신이 1993년에 판 동굴을 일제시대에 판 동굴이라 속인 뒤 지분을 주겠다면서 투자금을 갈취했다'며 정충체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정충제도 백준흠 일행을 상대로 송사를 벌였지만 줄줄이 패소했고 결국 사기 혐의로 44개월간 징역을 살았다. 그는 '백준흠 일당이 나의 출입을 막고 그동안 금을 도굴한 것'이라며 울분을 터트렸으나 백준흠은 '그럼 1993년에 판 동굴은 어디 있냐'며 반박했다.

정충제는 '모종의 음모로 고소를 당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수감 중 어뢰공장을 도굴한 것 같다'고 격분했다. 이어 '보물 발굴 전 고사에 김대중 정부의 실세 정치인이 참가했다'면서 '도굴범들이 보물을 정치권에 상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하굴이 발견된 거창산업 부지(출처: 주간경향)

그는 또, '도굴범 중 한 명이 도굴 직후 해외로 갔다가 이명박 정권 때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수배돼 자진 귀국해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임기 말 특별사면됐다'면서 '특정 정치인의 비자금을 조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문제의 소문이란 '문재인이 금 200~1000톤을 숨겨 놨다'는 것으로 2012년 대선에서 애국보수 노인들을 중심으로 퍼졌다. 즉, 문재인의 비자금 관리자가 이명박 정권 때 사면받았다.

출소 후 정충제는 <실화 황금백합작전>라는 불쏘시개 책을 저술했지만 '알 수 없는 권력에 의한 위협을 느꼈다(...)'면서 중국으로 도피했는데 알고보니 백준흠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그를 고소한 것이었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 온 정충제는 '내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깜짝 놀랄 증거가 있다'고 호언했는데 이후 소식이 없다가 2015년 12월 30일, 그의 동생이 문재인 대표의 사무실을 급습해 문재인 대표를 구속할 것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면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내 동생이 증거다. 자세한 건 여기를 클릭.

세모자 사건, 박주신 병역 기피 사건도 그렇듯 망상증 환자의 주장을 정리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