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건물 분쟁 1: 건축학개론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장편이니까 상큼한 한 줄 요약으로 시작하겠다.

첫 번째 건물주에 이용당함 -> 두 번째 건물주에 낚임 -> 싸이가 세 번째 건물주니까 책임져라 -> 패소 -> 싸이 나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최소연, 최지안 자매와 송현애가 설립한 미술관 겸 카페로 2007년 서울 성북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10년,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퇴거 요구 소송)에서 지고 퇴거하면서 새 장소가 필요했다.

마침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6층 짜리 건물에 적당한 매물이 나왔다. 4~6층을 쓰던 숯불갈비집이 5, 6층을 비우기로 한 것.

건물주는 일본인이었다. 오래 있고 싶다는 최 씨 측의 말에 건물주는 '일본에서는 임차인이 원하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며 1년 마다 갱신하되 무기한 계약 연장을 약속했다. 숯불갈비집도 같은 방법으로 15년을 임대했다고 한다.

테이크아웃드로잉(출처: 프레시안)

2010년 4월, 최 씨 측은 월 600만 원(부가세 별도)에 임대계약하고 숯불갈비집에 권리금 6500만 원을 지불한다. 근데 권리금은 왜 준 건가(...). 10년 이상 운영한다는 목표로 저금, 대출까지 끌어다 4억 원을 투자해 내부 뿐 아니라 외벽까지 보수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지역 명소가 됐고 시세가 30억 원이었던 건물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6개월 후, 건물을 63억 원에 주류수입회사인 <다린앤컴퍼니>에게 팔았고 <다린앤컴퍼니>는 계약이 만료되는 2011년 4월에 나갈 것을 요구했다.

카페 측이 무제한 계약 연장 조항을 들어 거부하자 <다린앤컴퍼니>는 '임대료를 두 달 늦게 내 임대차계약이 해지됐다'며 명도소송을 건다. 임대료를 두 달치 이상 연체하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테이크아웃드로잉 내부(출처: 허핑턴포스트)

이어 모든 세입자들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리며 2013년 말까지 퇴거를 통보한다. 2013년 8월 이전에는 재건축을 하면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남었더라도 아무 보상 없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세입자를 쫓아내는 수단으로 자주 쓰였다.

카페 측도 잘못한 게, 10년 이상 운영을 원했으면서 왜 계약은 1년 단위로 했나. 10년 계약을 하더라도 재건축이 되면 무효가 되므로 10년을 보고 투자한 것은 무모한 행위다.

관련 법도 모르면서 일본인 건물주 말만 믿고 수 억을 투자해 건물주 좋은 일만 한 셈이다.

2011년 12월, <테이크아웃드로잉>과 <다린앤컴퍼니>는 임대료를 642만 원으로 인상하고 2013년 12월 31일에 계약을 만료한다는 조정안에 합의한다.

그러자 <다린앤컴퍼니>는 이때다!하고 2달 후인 2012년 2월, 78억 5천만 원에 건물을 가수 싸이 부부에게 팔아 넘겼다. 1년 4개월 만에 15억 5천만 원을 번 것이다. 물론 재건축도 하지 않았다. ^오^

건축학개론에 등장한 테이크아웃드로잉

다음 달, 영화 <건축학개론>이 대박이 나면서 영화 촬영 장소였던 <테이크아웃드로잉>도 '건축학개론 한남동 카페'로 유명세를 탄다.

2014년이 되자 다른 세입자들은 퇴거했지만 <테이크아웃드로잉>만 퇴거를 거부했다. 2월, 싸이 측이 조정안을 근거로 명도집행(강제 퇴거)을 신청하자 카페 측은 '조정안은 재건축을 전제로 <다린앤컴퍼니>와 합의한 것이라 싸이 측이 승계할 수 없다'며 이의의 소를 제기한다.

즉, 첫 번째 건물주와 맺은 계약은 싸이가 승계해야 하지만 두 번째 건물주와 맺은 조정안은 승계할 수 없다.

하지만 조정안에는 재건축을 전제로 나간다는 조항이 없었다. 변호사를 통한 합의였기 때문에 법적 지식이 부족했다는 변명도 할 수 없다.

역시나 카페 측은 여러 차례 법원 발송물을 받지 않고 두 번이나 변론에 불참하며 판사 기피 신청(...)까지 하는 등 시간을 끌었다.

소송이 길어지자 싸이 측은 2014년 8월, 건물 전체를 'CJ가 운영하는 카페 <투썸플레이스>에 임대하겠다'며 명도단행가처분신청(철거 요청)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처분(임시)이기때문에 11월에는 정식 명도소송도 제기한다.

다음 편에 계속.